차명호 평택대 상담대학원 교수

최근 한국사회에서 집단 간 갈등은 매우 세부적으로 쪼개져 일어나는 것 같다. 게다가 앞뒤 일이 맞지 않는 경우도 많다.

가령, 얼마 전까지 서로 K-방역의 주역이라고 손꼽아 칭찬하던 의사집단과 정부가 갈등을 빚고 있다. 그 외에도 정책에 따라 어제의 친구가 오늘의 적이 되고, 지휘관과 지휘자가 충돌하고, 정부와 종교가 마찰하고, 남성과 여성이 입장을 달리하고, 생각이 다르다고 원수처럼 여기는 일들이 발생하고 있다.

왜 이렇게 되었을까? 이는 곳곳에서 발생하는 갈등을 중재하고 조정하며 생산적인 가치를 끌어내는 리더십의 부재가 중요한 원인 가운데 하나라는 생각이 든다.

한 조직의 지도자는 모든 구성원의 가치를 향상시키고, 서로 다른 입장들의 차이를 조정한다. 이를 통해 조직이 달성하고자 하는 목적을 최대한 실현하고자 노력한다. 심지어 반대하는 사람들조차도 목적에 기여할 수 있도록 오랫동안 설득하고, 타협하고, 필요하다면 양보하기도 한다.

그러나 최근 국내 상황에서는 국민을 이끄는 지도자를 보기가 어렵다. 많은 탁월한 정치 지도자들이 있지만, 그들은 모두 자기 집단의 군주가 되어 가신을 거느리고 자기 영역을 지키고자 하는 것처럼 보인다. 여당과 야당 어느 곳에도 지도자는 없고, 자기 집단을 대표하는 사람들만 보인다.

각 당이나 대표에 대한 여론조사 결과가 나오면 지도자는 자신이 무엇을 잘했고, 무엇은 못했으며, 어떤 방향으로 나아갈 것인지를 고민해야 한다. 또한, 자신에게 반대하는 사람들의 마음은 무엇이며, 그들이 원하는 것은 어떤 것인가를 찾아보고, 대안을 만들어 낸다.

그런데 각 무리의 대표는 자기 집단의 표가 얼마나 더 많은지 혹은 적은지, 어떻게 하면 자기편이 되어줄 것인지 만을 고민한다. 그리고 더 많은 표를 얻고자 자기 집단에 유리한 방법만을 쏟아낸다. 이런 사회는 지도자가 없는 것이다.

어렸을 때 동생들과 싸우면 아버지가 불러서 왜 싸우는가를 물으셨다. 그리고 형은 어떻게 해야 하고, 동생은 어떻게 해야 하는가를 가르치셨다.

양쪽 모두 편을 들고 동시에 모두 나무라는 것이 내심 불만이었지만, 그런 과정을 통해 양보해야 하는 것, 협상해야 하는 것, 이야기를 들어 봐야 하는 것, 조금 더 의젓하게 행동해야 하는 것, 양보하지만 기쁨을 느끼는 것 등등을 배웠다. 그래서 우리 형제 모두는 아버지의 가르침 속에 있는 것이 매우 기뻤고 든든했다.

아버지는 누가 못났다고 자기 자식이 아니라고 말씀한 적이 없다. 아버지는 우리 집의 대표자였다. 그런 아버지를 우리 형제는 존경했다.

정치 지도자가 어떤 능력을 지녀야 하는지는 가늠할 길은 없다. 하지만, 국민 모두의 지도자가 없는 상황 속에서는 어떤 국민은 웃고, 어떤 국민은 운다. 어떤 국민은 분노하고, 어떤 국민은 춤을 춘다. 어떤 국민은 한숨을 쉬고, 어떤 국민은 힘을 쓴다. 어떤 국민은 적개심에 불타고, 어떤 국민은 애국심을 불태운다. 어떤 국민은 좌절하고, 어떤 국민은 힘이 넘친다.

그런 사회에서는 자기편의 지도자만이 존재한다. 정치는 어떤 경우에도 국민을 갈라놓고 힘을 얻으면 안된다. 그것은 정치가 국민 위에 군림할 때만 일어나는 현상이다.

우리 사회는 모두의 지도자가 필요하다. 내 표의 힘을 믿고 마음대로 권력을 휘두르거나, 내 표가 작다고 좌절하는 사람들은 모두 퇴장하고, 모두를 향해서 노력할 줄 아는 지도자, 모두의 즐거움을 위해 노력하는 지도자가 나와야 할 시간이다. 그래야 국민들이 함께 한국의 저력을 발휘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