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시와 수원시의회가 올해 종이 서류가 없는 '노페이퍼(No Paper) 행정사무감사'를 추진하고 있다고 한다. 행정사무감사는 각 지방자치단체 의회가 시민들을 대신해 지자체 집행부의 한 해 살림살이를 종합적으로 감시감독하고 평가하는 가장 막중한 의회 활동이다. 그러나 그간 행정사무감사가 형식에 흐르거나 집행부 압박용 등에 그쳐 그 본래의 의미가 퇴색됐다는 지적이 되풀이돼 왔다. 의원들의 과다한 자료제출 요구도 그 중의 하나로 지적돼 왔다. 그래서 행정력 낭비뿐만 아니라 시민 혈세 낭비라는 지적도 받아왔다.

각 지방의회들은 매년 10∼11월 기관업무 운영 실태를 파악하고 대책을 강구하는 목적의 행정사무감사를 개최하고있다. 이를 위해 매년 8월 말쯤 되면 각 상임위원회 의원들은 집행부에 1년간 부서 운영과 관련한 자료들을 요청한다. 집행부는 요청 자료에 대한 내용을 담아 종이문서로 출력해 의회에 제출하고 있다. 한 건의 자료 요구에 대해 적게는 몇장부터 많게는 수백장에 이르는 종이들이 소비된다. 수원시의 경우 산하기관을 제외하고도 본청•구청 단위의 행정사무감사 자료 종이 소비량만 420박스에 이르는 것으로 조사됐다. 또 출력 후 파쇄, 별도 자료 등을 합하면 1000박스가 넘는 종이가 쓰인다고 한다. 무게로는 20t 분량이다. A4용지 생산에 필요한 나무 소요량을 계산해 보면 행정사무감사 1회에 약 340그루의 나무가 잘린다는 계산이 나온다.

수원시의회와 수원시공무원노동조합이 이 문제를 놓고 지난달 첫 논의에 들어간 결과 개선이 필요하다는 데 일단 의견을 맞춘 상태라고 한다. 이에 수원시의회 사무국도 문제점은 없는지 면밀한 검토에 들어가 있다. 대안으로는 종이문서 대신 노트북, USB 내 전자파일로 행정사무감사를 진행하는 방식이 거론된다. 그러나 컴퓨터 사용에 미숙한 의원도 있고 보안상의 우려 등 해결과제도 있어 논의를 이어갈 예정이라고 한다.

이같은 수원시의 움직임에 대해 “우리도 도입해 보자”며 주목하고 있는 지자체들도 있다고 한다. 문제는 이때문에 의회에 대한 자료제출이 부실해지거나 행정사무감사가 더 형식화될 수도 있다는 점이다. 감사의 질을 높이면서도 행정력•자원낭비를 줄일 수 있는 접점을 찾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