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돗물은 시민들에게 아주 예민할 수밖에 없다. 물 없이는 살 수 없듯, 도시인들에게 수돗물은 그야말로 생존을 가름하는 중요한 요소다. 수돗물을 깨끗하게 만들어 생활에 불편을 겪지 않도록 하는 일은 그래서 중차대하다. 시·도마다 여러 정책을 두고 있지만, 수돗물에 관한 일만큼은 최우선적으로 다뤄야 하는 이유다. 시민 생활에 필수적인 수돗물을 관리하는 인력을 효율적으로 늘리고 배치하는 등 온힘을 기울여야 마땅하다.

'붉은 수돗물(적수)' 이후 1년 만에 불거진 인천 수돗물 유충 사태를 보면, 이런 노력이 별로 눈에 띄지 않아 안타깝다. '수돗물 유충'에 대한 전문가 정밀조사에선 시설 관리 강화와 전문인력 확보 등의 대책 마련에 안이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언제까지 형식적인 대책을 되풀이할지 걱정이다. 인천시는 유충이 발견되기 한 달여 전 '상수도 혁신 과제'를 발표하면서 시설·인력 문제를 전임 시정부 탓으로 돌리기도 했다. 수돗물 정책에서 만큼는 전후를 떠나 한결 같아야 하는 데도 말이다.

한강유역환경청과 인천시가 발표한 '수돗물 유충 관련 전문가 합동정밀조사단' 최종조사 결과에선 문제점이 속속 드러났다. 시가 수도시설 예산을 충분히 집행하지 않았고, 전문 인력 보강에도 소홀했다는 분석이다. 조사단은 수도사업 현황을 살펴본 결과, 시가 경제성을 우선시한 비용 절감 위주로 수도사업을 운영했다고 밝혔다. 시의 급수인구당 상수도 인력도 다른 도시보다 적었다. 그러자 시는 2018년 이전엔 수도시설 투자 사업비를 적게 책정했으나, 민선7기 출범 이후 기반시설 투자를 늘렸다고 강조했다. 이런데도 수돗물 관련 사고가 잇따르는 데엔 묵묵부답으로 일관했다.

시설 투자를 늘린 지난해 적수 사고에 이어 인력을 확충한 이후 올해 발생한 유충 사태로 수돗물에 대한 신뢰는 추락할 대로 추락했다. 유충 사태는 분명 '관재'란 시각을 받을 만하다. 지난 5월 말 시의 '상수도 혁신 과제' 발표에도 달라지지 않아서이기도 하다. 시민들의 불안을 잠재우려면, 수돗물 생산·공급 과정의 시설·모니터링 개선 등 단기 대책과 수도 인력 전문화, 고도정수시설 매뉴얼 배포 등 중장기 대책을 서둘러 세워야 한다. 수돗물에 관한 한 '안전'을 최우선으로 하는 인식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