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맛 나는 숙박업소 … 죽을 맛인 관광업체

 

일촉즉발 코로나19 시국에서 '참아야지'하면서도 지난여름, 이민주(41·인천 부평구)씨는 가족 여행을 두 번 다녀왔다. 등교하지 않는 아이들이 긴 장마로 어두컴컴한 집에서 시간을 감내하고 있었다.

아이 키우면서도 116㎡ 크기 아파트가 지급처럼 답답하게 느껴진 적이 없었다. 지난 7월 초에는 강원도로, 8월 셋째 주에는 인천 강화도에서 이틀씩 묵는 데 든 비용만 200만원 남짓. 절반 이상이 숙박료로 쓰였다.

사람 접촉을 줄일 수 있는 독채와 독립적 편의 시설까지 갖춘 펜션들은 성수기 주말 하루 20만원을 넘기는 건 예삿일이었다. “예전 같았으면 200만원 들고 가족 네 명이 동남아 패키지 다녀왔을 거다. 강화도 펜션이 동남아 5성급 호텔보다 비싸다. 그래도 시국이 시국인 만큼 감염병에서 '안전한 여행'을 하려면 격리가 보장된 숙소에 돈을 쓸 수밖에 없다”며 “이런 요건을 갖춘 숙박업소들 가격이 작년 이맘때보다 엄청나게 올랐는데도 인기가 좋아 예약하는 데 애먹었다”고 연지씨는 전했다.

인천지역 여행사들은 코로나19 사태로 외국인 국내여행, 내국인 국내여행, 내국인 국외여행까지 전방위로 손님이 줄어 문을 닫는 상황에서 기존 소비자들은 한적한 곳에 위치한 펜션이나 리조트 등으로 여행 트렌드를 옮겨가고 있다. 그나마 잔존하던 내국인 국내여행 시장도 숙소 밖 외출을 피하는 추세로 변화하면서 관광 대신 숙박비에는 집중하는 분위기가 굳어지고 있다.

수도권 내 '사회적 거리두기' 2.5단계 시행 하루 전이자 토요일이었던 지난 29일, 숙박 예약 어플리케이션으로 당일 강화도 펜션을 검색하자 줄줄이 '예약 마감' 안내 문구가 떴다. 독채에다 수영장까지 갖추고 있어 연지씨 얘기처럼 20만원, 30만원을 호가하는 곳들이다.

국내 한 숙박 예약 애플리케이션 관계자는 “코로나19로 '집콕'처럼 펜션이나 리조트 등에서만 지내려는 요구가 늘고 있는 가운데 강화도에는 신축 숙소들이 많아 수도권 소비자에게 인기가 높은 지역”이라며 “아무래도 예약이 몰리다 보니, 시세가 평년보다 조금 오른 게 사실”이라고 설명했다.

감염병이 지배한 세상 속에서 얼마 안 되는 여행 욕구가 신축 숙박업계로만 쏠리면 여행사 소속 직원들 대거 실직과 업체들 도미노 폐업은 피하기 힘들다. 통계청 '전국사업체조사' 자료에 따르면 2018년 기준 인천에 '여행사 및 기타 여행보조 서비스업' 본사를 둔 업체는 모두 355곳으로 해당 종사자만 1017명이다. 타 지역 대기업 여행사가 인천에 지점 형식으로 두고 있는 경우까지 따진다면 종사자 규모는 2~3배 가까이 늘어날 거라고 전문가들은 진단한다. ▶관련기사 3면

/탐사보도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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