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후쿠오카'
▲ 영화 '후쿠오카' 스틸컷. /사진제공=영화진흥위원회

 

낡고 침침한 헌책방에서 21살 소담이 늙수구레한 제문에게 후쿠오카로 여행을 가자고 한다. 때마침 제문은 후쿠오카에 사는 해효의 환청을 듣는다. 제문과 해효는 대학에서 한 여학생을 동시에 사랑한 삼각관계다.

이 때의 원한으로 둘은 28년간 연락 한 번 하지 않았다.

소담과 제문이 느닷없이 찾아간 곳은 해효가 후쿠오카에서 운영하는 술집 '들국화'. 이렇게 셋의 후쿠오카 여행이 시작된다. 장률 감독의 영화 후쿠오카의 세 주인공 권해효와 윤제문, 박소담은 극 중에서도 본명을 쓴다.

28년 만에 만난 두 남자는 여전히 과거에 머물러 한 발짝도 나아가지 못했고 티격태격 다툰다. 자신이 단골로 다니던 헌책방 주인에게 왜 후쿠오카로 여행을 가자고 했는지 도무지 알 수가 없는 소담은 신비하고 오묘하다.

두 사람을 꿰뚫어보는 듯해서 '귀신'이라 불리기도 한다. 소담은 일본사람과도 중국사람과도 한국말로 대화가 통하고 교복을 입고 다니는 등 돌발행동을 일삼지만 “쟤는 또라이니까”라는 말로 어느새 수긍이 간다.

두 남자의 귀엽고 청량한 반목을 보다보면 그들이 사랑했던 건 서로가 아닐까 하는 의문마저 든다. 동시에 좋아했다던 한 여성은 핑계였고 말이다.

동성간의 애정을 의심할 때 쯤 소담이 일본 헌책방 여주인과 키스하는 장면이 가정에 힘을 싣는다. 게다가 모든게 꿈이었나 헷갈리게 만드는 엔딩장면으로 영화는 강력한 판타지를 선사한다.

/장지혜 기자 jjh@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