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문일 논설위원

'꽃게' 하면 연평도가 떠오른다. 서해안 어디서나 꽃게를 잡지만, 연평도 인근 바다에서 수확하는 꽃게의 질이 좋다. 씨알도 굵고 맛도 뛰어나다. 그만큼 '연평도 꽃게'는 인천의 대표적 수산물로 꼽힌다. 연평도는 서해5도 중 한 곳으로, 북한과도 지척이다. 한때 북한의 포격 도발로 어려움을 겪은 연평도 주민들은 늘 긴장의 끈을 놓지 않는다.

꽃게는 봄과 가을에 잡힌다. 봄철엔 알이 가득 찬 암꽃게가 주다. 대개 간장게장은 암꽃게로 만든다. 가을철엔 찜이나 탕으로 해먹는 숫꽃게가 인기다. 살이 많고 맛도 좋아 식도락가들에게 별미로 취급된다. 수산 당국은 산란기 꽃게를 보호하려고 4∼6월과 9∼11월에만 조업을 허용한다. 1년에 절반 가량은 꽃게를 잡지 못하는 셈이다.

그런데 점점 꽃게 어획량이 줄어들고 있다. 어민들이 울상을 지을 수밖에 없는 이유다. 몇년 전까지만 해도 중국어선의 불법 조업으로 꽃게잡이도 흔들렸다. 요즘 중국어선은 거의 없어졌지만, 꽃게 어획량은 좀처럼 늘지 않는다. 왜 그럴까. 남획으로 꽃게 씨가 말라버렸나. 아직 그 원인은 밝혀지지 않았으나, '연평도 조기' 전철을 밟을까봐 어민들은 전전긍긍한다.

서해수산연구소에 따르면 인천 해역 꽃게 어획량은 1990년 처음 해당 통계를 집계한 이래 2009년 1만4675t을 기록하며 절정을 이뤘다. 하지만 2015년 1만t, 2017년 5723t 등 계속 감소하는 경향을 보인다. 올 가을에도 최악의 어획량을 기록할 전망이다. 인천 해역 꽃게 어획량을 예측한 결과 지난해 가을(2873t)보다 11% 줄어든 2563t으로 나타났다. 어린 꽃게 유생 분포밀도가 지난해에 비해 29% 감소해 이를 반증한다.

꽃게가 인천의 대표 수산물로 떠오른 지는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연평도 앞바다에서 꽃게를 잡기 시작한 때는 50여년 전부터다. 그 이전 연평도의 대표 어종은 조기였다. '조기 파시'라고 불릴 정도로 전국 어선들이 봄철이면 연평도로 몰려들었다. 1000척이 넘는 어선이 경쟁을 하며 조기를 끌어올렸다. 당시엔 꽃게가 그물에 걸려 올라와도 모두 버렸다고 한다. 어민들은 조기로 큰 돈을 벌어들였다. 경향신문은 1962년 5월14일자에 “연평도를 중심으로 한 어장 일대엔 어선 1200여척과 어민 1만여명이 숨가쁜 준비 태세 속에서 조기잡이 '붐'을 이루며 북적인다”는 내용의 기사를 내보내기도 했다.

인천시는 연평어장의 가을철 꽃게 조업 기간을 맞아 연평도 현지 안전조업 대책반을 운영한다고 밝혔다. 시·해양수산부·해경·옹진군 등 10개 기관으로 구성된 대책반은 9∼11월 어민들이 안전한 어로 활동을 펼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업무를 담당한다. 꽃게 어획량 감소로 어려움을 겪는 어민들을 위해서다. 어민 보호에 나서려면 무엇보다 어족 자원을 지키려는 노력이 선행돼야 하지 않을까. 지속가능한 삶을 이어가려면 꼭 그래야 할 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