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시간 줄어 기본급 외엔 제로
사측 '위기 관리' 명목 휴직·해고
이달부터 재확산하고 있는 코로나19 추이를 보면, 3~4월 유행했던 기업들 노동시간 단축과 무급 휴직에 다시 불을 지피는 모습이다. 시급이 오르지 않는 상황에서 이처럼 노동시간만 줄어들면 가계 생활고는 극심해지기 마련이다. 가족들이 저녁마다 둘러 앉을 기회는 늘어도 즐거운 대화가 오가긴 힘든 시국이다.
▲손에 쥔 기본급으론 기본도 벅차
인천지역 중소기업 임금 체계 대부분은 기본급 비중이 작고 초과 노동수당으로 생활임금을 벌충하는 방식으로 구성돼 왔다. 인천 서구 한 제조업체에서 일하는 김성민(계양구 거주)씨가 그동안 주말, 저녁 할 거 없이 일했던 이유다. 40대 후반인 그의 기본급은 230만원. 중학생 자녀 둘을 키우는 아빠 입장에선 초과 노동수당에 매달리지 않으면 가정 유지가 힘든 실정이다.
코로나19발 경제 위기는 성민씨에게 기본급만 안겨줬다. 툭하면 밤 10시, 11시였던 퇴근이 오후 5시로 당겨졌다. 밤낮으로 일해 손에 쥐었던 월급 350만원이 3분의 2 정도로 쪼그라들었다.
성민씨는 “중소기업 생산직에 있으면서 기본급만 받으려고 하는 경우는 별로 없을 거다. 각종 수당에서도 야근 수당만 전체 월급에서 20∼30% 차지하는 게 인천 중소기업 월급봉투 사정이다. 임금 좀 어떻게 해달라고 회사에 따지고 싶어도 사측이 반발심에 사람이라도 줄일까 봐 눈치만 보고 있다”며 “같은 업종에서 종사하는 아내도 비슷한 처지다. 가계 전체 소득 변화를 따져보니까 작년보다 매월 100만원 넘게 임금이 줄었더라. 코로나19로 집에 있는 아이들 앞에서 맨날 돈 얘기만 한다”고 말했다.
▲복귀 후 또 엄습하는 무급휴직
기업들의 리스크 관리 방점이 인력 축소로 흐르는 분위기가 짙다. 인천지역 학교 급식에 식자재를 납품하는 모 업체 소속 이정선(가명·남동구 거주)씨는 지난봄 동안 월급을 못 받고 지냈다. 코로나19 여파로 중단됐던 학교 급식이 지난 6월 돼서야 부분적으로 정상화되면서 업무에 복귀할 수 있었다.
정선씨는 “학년마다 돌아가면서 등교해 납품량도 예전 같지 않아 평소보다 60~70% 수준 임금으로 일하고 있다. 그래도 무턱대고 집에서 쉬어야 했던 봄보다는 처지가 낫다”면서도 “오매불망 학교 방학 마치길 고대했는데 다시 코로나19가 극성을 부리고 있다. 수도권에서 등교 중단이 지금처럼 계속되면 나중엔 일자리마저 잃을까 걱정이다”고 토로했다.
이어 “무급휴직 기로에 더해 실제로 회사 측에선 코로나19발 리스크 관리한다면서 인력들을 줄이는 작업에 들어갔다. 사장은 '따져보니 없어도 되'는 인력이 많다는 설명이다. 중소기업에서야 불경기 등으로 경영난 있을 때 인건비부터 줄이니까 코로나19가 오히려 인력 감축에 적기가 된 셈이다. 앞으로가 더 문제”라고 덧붙였다.
/탐사보도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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