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포크라테스 선서가 민망한 진료 거부
▲ 화살(矢시)이 박히고 창( 수)에 맞은 환자를 알코올(酉유)로 고치는 의원(醫의). /그림=소헌

 

남태평양에 있는 작은 섬나라에서 의사로 일하는 이종욱은 한센병 환자를 위해 열정적으로 봉사하였다. 2003년 그는 한국인 최초로 WHO 사무총장에 취임한다. 관행상 사무총장은 국가원수급 예우를 받지만, 소형차를 몰았고 항상 비행기 2등석을 고집했으며 본인의 짐가방은 스스로 옮겼다. 3년 뒤 그는 뇌출혈로 끝내 일어나지 못했는데, 세계는 ‘세상에서 가장 큰 의사를 잃었다’며 슬퍼하였다.

‘인간에 대한 사랑이 있는 곳에 의술醫術도 있다’ 지금으로부터 약 2500년 전에 행했던 의성醫聖 히포크라테스를 기억할 것이다. 그가 치료한 환자는 귀족이나 하층민 또는 노예에 대한 구별이 없었다. 그가 지금까지 아니 앞으로도 영원히 추앙받을 수 있는 것은 그의 의술에는 고결한 사상과 이상이 스며있기 때문이다.

의협불협(醫協不俠) 의사협회의 총파업은 의협義俠(약자를 돕다)하지 못하다. 정부는 의대생 확대, 공공의대 신설, 비대면 원격진료, 한약첩약 급여화 등 의료정책을 발표했다. 이에 의사협회를 비롯한 의료계에서는 4대 의악醫惡이라고 반발하며 총파업을 선언하였다. 일부는 SNS를 통해 자신의 의사면허부터 취소하라며 ‘덕분에 챌린지’를 뒤집은 문양으로 만들어 퍼뜨리고 있다. 이런 행동은 코로나19와 투철하게 싸우며 헌신한 이들을 조롱하는 것과 같다.

 

醫 의 [의원(의사) / 의술 / 치료]

①匸(혜)는 어떤 물건(一)을 깊은(乚) 어딘가에 감춘다는 뜻이다. 그것은 무엇일까? ②바로 싸움터에서 맞은 적군의 화살(矢시)이 살 속 깊이(匸혜) 박힌 것이다. 이를 치료하기 위해 의원(医의)에게 데려갔다. ③의원(医)이 보니 화살만 박힌 것이 아니라 창(殳수)도 맞은 것이다. 환자는 끙끙 앓는 소리(殹예)를 냈다. ④의원(医)은 상처를 알코올(酉술 유)로 소독하며 치료하였다(醫의). ⑤예전에는 무당(巫무)이 의사역할을 했기에 毉(의)로도 쓰며, 간략하게는 医(의)만으로 쓴다.

師 사 [스승 / 군사 / 벼슬아치]

①군대를 뜻하는 師(사)의 왼편 글자는 阜(언덕 부) 생략형이며 오른편은 帀(두를 잡)이다. 군대는 주로 언덕 진지에서 깃발을 두르고 군사를 모으기 때문이다. ②師(사)는 진지를 쌓은(垖퇴.생략형) 부대에서 대장기를 두른(帀잡) ‘장수’를 뜻하였는데, 점차 ‘스승’이나 ‘선생’으로 변하였다. 이제 막 입대한 신병교육대의 교관을 생각하면 되겠다. ③이렇게 되다 보니 원뜻을 나타내기 위해 帥(장수 수)를 다시 만들었다.

의사가 될 때 다짐한다. “이제 의업醫業에 종사하는 일원으로서 받아들여지는 이 순간 나의 생애를 인류봉사에 바칠 것을 엄숙히 서약한다. 환자의 종교나 국적이나 정당이나 사회적 지위와 관계없이 그들에 대한 나의 의무를 다하겠다.” 그러나 요즈음 세태를 보면 히포크라테스 선서가 보잘것없는 지경에 이르렀음을 알 수 있다.

국내 의사 수는 1000명당 2.4명으로 OECD 국가 중에서 최하위 수준이다. 뿐만 아니라 의료시설도 대도시에 편중되어 지방은 그만큼 힘들 수밖에 없다. ‘지방에 환자가 적으니 의사가 필요없다’는 의협醫協의 주장은 옳지 않다. 의사에게도 상업적 유혹은 있다. 그러나 집단의 규모를 키우고 권력화해서야 안 된다. 의사를 늘리지 않음으로써 돈을 나누지 않겠다고 하면 결국 환자는 수단일 뿐이라는 시선을 피할 수 없다. 진정 파업이 옳다고 생각하면 그냥 면허를 반납하자.

/전성배 한문학자. 민족언어연구원장. <수필처럼 한자>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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