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신섭 경기북부취재본부 차장

“고구마 십만 개를 먹은 느낌이에요.”, “이걸 동선 공개라고 하나요?”, “울화통이 터질 지경입니다.”

최근 의정부 시민들이 코로나19 확진자 동선을 공개한 시청 재난 알림 문자에 불만을 쏟아냈다.

시가 확진자의 이동 동선을 알리면서 대중교통(버스·지하철) 이용, 선별진료소 방문, 자차 이용 등 구체적인 동선을 공개하지 않아서다.

특히 거주지역도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으면서 시민들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확진자가 사는 동네와 방문지를 추적하는 웃지 못할 상황도 벌어졌다.

의정부시의 한 커피숍 사장은 자신이 '저희 가게에 확진자가 다녀갔다'며 입주자 인터넷 카페에 공지글을 직접 올리기도 했다.

이런 상황은 포천·양주·남양주시와 연천·가평군도 마찬가지다. 대부분 확진자의 구체적인 동선은 공개하지 않는다.

현재 경기북부 일선 시·군은 중앙방역대책본부의 '확진자 이동 경로 등 정보공개 안내(제3판)'지침을 근거로 정보를 공개하는 중이다.

이 지침은 확진자가 마지막 사람과 접촉한 날로부터 14일까지 공개하도록 정하고 있다. 이 기간이 지나면 모든 정보는 삭제한다. 거주지와 직장명, 성별도 공개하지 않는다. 해당 장소의 모든 접촉자가 파악되면 동선을 알리지 않는다. 확진자의 인권 보호를 위해서다.

그러나 최근 코로나19가 무서운 속도로 번지면서 동선 공개 지침을 둘러싼 시민들의 걱정과 불만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재난 알림 문자를 보낼 때 동선 정보가 너무 부족하다 보니 시민들의 불안감만 더 커지는 분위기다. 하나 마나 한 동선 공개에 확진자의 이동 경로를 요구하는 정보공개 신청도 잇따르고 있다.

코로나19 공포가 행정 불신으로까지 이어지는 것이다.

반면 서울 종로구청은 보다 적극적으로 동선을 공개하고 있다. 현재 접촉자가 없는 경우를 제외하곤 확진자가 다녀간 음식점, 편의점, 카페, 공공시설과 주소, 노출 일자를 구체적으로 알린다.

이런 가운데 경기 남부지역에선 오산시가 정보공개 범위를 확대하는 자체 방침을 수립했다. 오산시는 시민들의 막연한 불안감과 행정 불신을 해소하고자 확진자의 주거 형태와 접촉자가 생긴 장소와 날짜는 모두 공개할 예정이다.

다만 확진자의 사생활을 침해하는 정보는 가급적 비공개 처리하기로 했다. 인권은 보호하면서도 시민들에게 좀 더 구체적인 동선 정보를 제공하겠다는 것이다.

확진자는 대부분이 피해자다. 정부와 자치단체가 이들의 인권을 보호하는 것은 옳은 일이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시민들의 불안감도 해소해야 할 의무가 있다. 인권을 보호하면서도 시민 불안감을 없애는 새로운 코로나19 지침 마련이 시급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