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택트가 불러온 관객 멸종...시름 달랠 술 한잔도 버겁다

 

'언택트'가 '뉴노멀'로 급부상한 세상. 정현(가명·인천 거주)씨는 술값을 잃었다. 정현씨는 인천 한 극단 소속 배우로 활동하며 공연 수입을 곧잘 '술값'에 비유한다.

역할이나 인지도에 따라 천차만별이겠지만 보통 회당 3~5만원 받는다. 공연 마치고 삼겹살에 소주라도 걸치면 끝나는 돈이다. 한 달 20일 공연한다고 해도 100만원이 안 되는데 정현씨는 술을 일주일에 2~3번 마시니까 남는 게 없다. 코로나19로 사랑하는 무대도 사라지고, 출연료도 끊긴 마당에 시름을 달랠 술상마저 버거워진 요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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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현씨는 “'언택트'니 '뉴노멀'이니 이해가 어렵고 와닿지 않는 외래어처럼 관객 없는 연극, 뮤지컬 역시 아득히 먼일 같다. 대형 기획사나 기관들과 마찬가지로 온라인 라이브 공연이라도 해야 하는데 우린 그런 플랫폼을 제작하기에 제작비도 부족하고 노하우도 부족하다”고 말했다.

사람과 접촉을 줄이는 일(언택트)이 새로운 일상(뉴노멀)이 돼 버린 세상은 문화예술계에선 공연장을 찾는 관객의 멸종을 뜻한다.

인천 공연장들은 코로나19 사태에 민감하게 반응했다. 2018년 기준 인천지역 전체 40곳 공연장 가운데 77.5%(31곳)가 공공기관 소유다. 정부와 지자체 방역 지침에 즉각 반응해야 하는 처지다. 근처 서울만 보더라도 전체 공연장 367곳에서 공공 몫은 22.9%(84곳) 정도다.

인천의 모 문화예술단체 대표는 ”순수 예술이 인천 시장에서 자리 잡지 못하면서 공연장 운영이나 작품 제작비 등 적지 않은 부분을 정부와 지자체 지원에 의존하다 보니 관련 업계가 방역 당국의 제한 조치에 밀접할 수밖에 없다”며 “서울 민간 공연장들은 적자가 나더라도 '객석 띄어 앉기'와 같은 방식으로 공급을 유지하려고 하지만 인천을 일단 문부터 닫고 보는 식”이라고 전했다.

인천문화재단이 지난 5월 신청을 받은 '2020 인천형 예술인 지원사업 공모' 사업에 신청자가 212명에 육박했다. 경력으로 구분해 개인이나 단체에 적게는 500만원부터 3000만원까지 활동금으로 지원하는 사업이다. 지난해 87건이던 신청자 숫자가 1년 만에 세 배 가까이 증가했다. 특히 20년 이하 연차 예술인들 지원이 크게 늘었다.

인천문화재단 관계자는 “올해 사업비 규모가 코로나19 추경으로 2억원 확대되면서 신청자 수가 높아진 측면도 있지만 실제 지원금으로 나간 경우는 전체 신청 212건에서 51건밖에 안 됐다. 코로나19가 그만큼 지역 문화예술 종사자에게 치명적이다”라며 “문제는 소규모 단체나 개인이 비대면 공연 등 돌파구를 찾기 어렵다는 점이다”라고 설명했다.

/탐사보도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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