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종진 지혜공유학교 꿈터장

학습된 무기력은 반복된 실패나 고통으로 스스로 통제하는 것이 불가능하다고 느낄 때 나타나는 심리적 상태로, 자신이 어떤 노력을 기울여도 결과가 바뀌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으로 인해 아무런 시도를 하지 않게 되는 것을 말한다. 긍정심리학자 마틴 셀리그만은 1967년 학습된 무기력에 대해 실험을 했다. 강아지 24마리를 8마리씩 A, B, C의 사각형 상자에 넣어서 A, B 상자에는 전기 충격을 주었다.

A 상자에는 전기충격을 멈추게 하는 차단장치가 있고, B 상자는 A 상자에서 차단장치를 누르면 자동으로 전기가 멈추게 된다. B 상자의 강아지들은 전기 충격을 가했을 때 스스로 해결하는 방법이 없는 것이다. C 상자에는 전기 충격을 가하지 않았다. 24시간이 지난 후에 A, B, C 상자의 한 면을 낮춰서 탈출할 수 있는 전기가 통하지 않는 대피공간을 마련했다.

그리고 A, B, C 상자에 전기 충격을 가했다. A와 C의 상자에 있던 강아지들은 모두 대피공간으로 이동하였으나 B 상자에 있던 강아지들은 2마리만 대피공간으로 이동하고 6마리는 그 자리에서 전기 충격을 받았다. 학습된 무기력에 빠진 것이다.

필자는 학력이 부진하고 정서적으로 힘든 중학생들에게 학습컨설팅을 하고 있다. 실패의 누적으로 학습된 무기력을 보이는 학생들에게 '가장 듣고 싶은 말이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했을 때 모두 한결같이 '잘했다'는 말을 듣고 싶다고 했다. 가정과 학교에서 질책과 충고를 듣고 자라온 학생들은 칭찬에 목말라 하고 있었다. 이들에게는 아주 작은 변화에도 무조건적인 지지와 격려하는 칭찬이 필요하다.

학생들이 성장하는 데 중요한 양분은 칭찬이기 때문이다. 자신을 지지하고 격려하며 공감해 주는 사람이 있다고 생각하면 자존감을 높일 수 있다. 자존감이 높아진 학생들은 자기주도적으로 사고하며 학습된 무기력을 극복할 수 있다.

학생들이 학습된 무기력에 빠지면 '나는 할 수 없다'라고 자신의 역량을 스스로 제한하여 생각하고 행동함으로써 역량을 계발하지 못하게 된다. 누구나 쉽게 할 수 있는 가위로 A4용지를 자르는 간단한 일도 학습된 무기력에 빠져 '할 수 없다'고 생각하면 자를 수 없게 된다.

학생들의 잠재된 역량을 제한하는 말은 뇌에 각인되어 학습된 무기력을 강화시킨다. 무한한 가능성을 가진 학생들에게 지지와 격려하는 칭찬이 절실한 이유이다. 따라서 어른들은 학생들의 역량을 제한하는 말로 마음에 상처를 남기지 않았는지 성찰할 일이다.

정혜신은 <당신이 옳다>라는 책에서 '충•조•평•판하지 말라'고 주문한다. 학생들에게 자신만의 잣대로 충고, 조언, 평가, 판단하지 말라는 뜻이다. 무조건적인 지지와 공감은 새로운 생명에 동력을 불어넣을 수 있다.

학습된 무기력을 극복하려면 자존감을 높이고 좋은 습관을 형성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누구나 습관을 변화시킨다는 것은 어렵고 힘든 일이다. 특히 지금의 나를 내가 아닌 타인이나 주변 환경에서 원인을 찾을 때는 더욱 더 그렇다. 나부터 변해야 성장할 수 있다는 진리를 알면서도 실천은 어렵다. 좋은 습관을 지니려면 지금 당장 아주 작은 변화를 시도해 성공을 경험하는 것이 중요하다.

아주 작은 성공도 좋은 습관으로 이어져 나를 변화시킨다. 학습된 무기력을 극복하는 좋은 습관 만들기는 스스로 자신을 칭찬하며 자존감을 높이고 주변 사람들의 지지와 공감이 있을 때 가능한 일이다.

좋은 습관의 대표적인 예는 하브루타 교육이다. 이는 본래 탈무드 경전 공부에서 시작된 방법으로 질문하고 토론하며 논쟁하는 것을 말한다. 이스라엘의 가정과 학교에서는 항상 '마따호세프'라고 묻는다고 한다. 이는 '네 생각을 말하라'는 뜻이다. 자기 생각을 표현하고 친구들의 말을 경청하는 좋은 습관이 어려서부터 형성된 것이다. 우리도 학교와 가정에서 '티칭'이 아닌 '코칭'으로 호기심을 유발하고 스스로 실천할 시간과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 좋은 습관 형성으로 학습된 무기력을 극복하려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