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가원초이크리에이티브 재직

훗날 1인 가구로서의 내가 아무도 모른 채로 숨을 거둔다면, 가급적 보일러를 꺼놓은 어느 평일의 겨울밤이길 바란다.

회사를 다니고 있다면 아침에 내가 연락이 되지 않는 것을 직장 동료나 상사가 알 수 있을 것이고, 그들이 나의 행방에 의문이 크지 않아 방치된다면 내가 발견될 때까지 부패가 더딜 테니 말이다. 20~30대 친구들은 '죽는 게 뭐 어때서, 그 다음의 일은 나와 상관없는 일이야'라고 말한다.

죽음과는 거리가 먼 나이 대이기도 하고, 사회생활이 가장 활발한 나이 대이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60대 이상이 40%를 차지하는 고독사의 범위에도 들어있지 않은 내가 이 사안에 대해 자주 생각하는 이유는 단순히 걱정이 많아서다. 내가 생각하는 죽음 또한 다른 20~30대 친구들과 다르지 않게 가난과 질병, 노년의 고립보다는 자취방 화장실에서 미끄러져 머리를 부딪치는 예방할 수 없는 사고사지만 말이다.

이런 걱정들은 갑작스러운 죽음이 나를 외롭고 방치된 사람으로 만들 것 같은 두려움 때문이며 행여 남은 이들이 가질 어떠한 죄책감에 대한 염려이기도 하다. 연락을 자주 했더라면, 더 빨리 찾아냈다면 하는 스쳐지나가는 후회라도 말이다. 몇 번의 장례식을 마주하며, 내가 죽는다면 나에 대한 그리움이 적확한 장소에 흘러가길 바라게 되었다. 죽은 내 귀에 닿지 않을 정처 없는 그리움들이 싫어졌다.

옛날에는 많은 1인 가구가 매일 배달되는 우유나 신문을 시켜 자신의 죽음이 방치되는 일을 미연에 방지하고자 했다. 고독사를 방지하기 위하여 사회의 복지제도 대신 청구서를 사용하는 것이다. 기발한 아이디어지만 슬픈 일이기도 하다. 주민센터의 돌봄 사업 방문 대상에 있는 노년이나 장애인, 저소득층뿐만 아니라 지원이 필요하지 않는 경우, 심지어 근로 가능한 나이의 1인 가구도 고독사에 대한 간헐적인 위협을 느낀다. 일반적으로 사망한 지 3일 이후에 발견되면 고독사로 명명하고 이후 30일 간 연고자를 찾지 못할 경우 무연고자로 분류된다. 서로간의 교류가 친밀하지 않고 지역 공동체의 의미가 흐려진 현대 사회에서는 예기치 못한 사고와 질병으로 언제든, 누구든 고독사의 범주에 들어갈 수 있는 것이다.

불행 중 다행으로 고독사와 무연고 사망에 대해 사회의 관심이 조금씩 커지고 있다. 2019년 초에는 지자체의 예산 대신 무연고자의 예금을 사용하여 장례를 치르도록 금융위원회의 규정을 개정했으며 같은 해 연말에는 장사법 개정을 통해 기존의 직계가족 외의 동거인, 지인 등을 연고자로 지정하여 장례 권한을 부여하는 법적 근거를 마련한다는 소식도 들려왔다. 무연고 사망의 증가세보다는 다소 더딘 발전이지만 이 문제에 대해 사회의 꾸준한 개선 의사는 희망적이다.

다른 모든 사회적 문제와 마찬가지로, 보다 빠른 개선을 위해서는 대중의 관심이 필요하다. 젊은 세대에게는 스스로 의도한 바가 아니라면 고독사가 남의 이야기처럼 들릴 수도 있겠다. 현재 총 가구의 30%인 600만명 가량이 1인 가구로 살아가고 있다. 비혼, 비출산과 개인화로 1인 가구는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늘 것으로 예상된다. 자연스럽게 무연고 사망자도 늘어가고 있다. 인천시만 해도 올 상반기의 무연고 사망자가 2019년 무연고 사망자의 반수 이상을 넘었다고 한다.

고독사의 방지책인 풀뿌리 사회안전망과 느슨한 네트워크의 증대는 단순히 사회적 제도 완비만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1인 가구를 준비하고 있는 모든 세대에게 고독사와 무연고 사망은 남의 일이 아니라는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 개인의 관심이 늘어날 때 사회는 문제를 인식하고 예산을 배분하며 정책을 도입하기 마련이다. 미래의 죽음을 고독하게 만드는 것은 지금 나의 무관심이다.

 

※ 3040 세대는 우리 사회의 허리이자 미래 한국을 이끌어 갈 주역입니다. 인천일보는 우리 사회 공동체에 대한 이들의 목소리를 적극 환영합니다. 테마나 분야에 상관없이 기고해 주시면 적극 반영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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