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격려 명분 술자리' 징계위원회 전날
전 인천시청 핸드볼팀 선수에 전화
“당시 기분 나쁜 일 있었나” 등 질문
직원에 유리한 진술확보 의도 의심
조 감독 “확인 겸 안부차 통화” 해명

대한체육회 재심 절차가 시작되면서 최근 다시 격리 조치된 조한준 인천시청 핸드볼팀 감독이 이번엔 전직 선수 '회유' 논란에 휩싸였다.

“2017년 말, 자신과 함께 있다 '격려를 명분으로 선수들을 부르도록 한 뒤 술 강요 및 신체접촉 등 부적절한 처신을 했다'는 이유로 징계위원회에 회부되어 있던 시체육회 직원들에게 유리한 진술을 확보하고자 전 제자에게 전화해 '당시 상황을 기억하느냐'고 묻는 등 무리한 시도를 했다”는 것.

실제, 이 때 조 감독은 본인이 인천시체육회 스포츠공정위원회에서 징계를 받은 지 이틀만에 열리는 해당 징계위원회에 참고인으로 출석해 당시 술자리 상황에 대해 진술할 예정이었다.

사건의 발단은 이렇다. 조 감독은 지난달 27일 인천시체육회 스포츠공정위원회에서 출전정지 3개월(6개월에서 상훈감경/직무태만 및 품위손상 등)의 징계를 받은 다음 날 인천시청 핸드볼 팀에서 은퇴한 전직 선수 A에게 전화했다.

A씨가 지난 2018년 12월 계약이 끝난 이후 팀을 떠난 지 약 1년 7개월 만의 통화였다.

그래서인지 A씨는 처음에 조 감독인 줄 모르고 전화를 받았다.

A씨가 자신을 모르는 듯 응대하자 조 감독은 “내가 누군지는 아니. 나 조한준 선생님이야. 내 목소리도 까먹었구나”라며 문제의 2017년 말 술자리에 대해 묻기 시작했다.

조 감독은 A씨에게 “선생님 가게(조 감독 처가)에서 회식할 때 상황을 기억하느냐. 그 때 뭐 기분이 나쁘고 그런 것이 있었느냐”고 물었다.

이에 A씨는 “대충 어느정도 기억이 난다. 선생님 가게 처음 가본거라서. 제가 기분나빴던 것은 없었고, 어른 누구라고는 확실히 말 못하겠는데 중간중간 언급되는 말 때문에... 그거 빼고는 엄청 기분 나빴던 것은 없었다”고 답변했다. 이어 A씨가 “제가 워낙 술을 좋아했잖아요”라고 하자 조 감독은 “그러니까. 너 그 때 술 많이 먹었잖아”라고 맞장구를 치며 “그래서 선생님이 그만 먹으라고 하고, ○○이랑”이라고 했다.

다시 A씨가 “맞아요, 중간에 회식 끝나고 들어가라고 하셨던 것 기억나요”라고 하자 조 감독은 “그러니까 선생님이 들어가라고 빨리...(잠시 후)아니 궁금해서... 잘 살고 있는거야? 운동은 계속 하고 있는거야?”라며 안부를 물은 뒤 전화를 끊었다.

A씨는 다음 날 인천시청 핸드볼팀 전 동료와 통화하며 이 사실을 언급했다.

지난 4일 대한체육회에 재심을 신청한 해당 동료는 “7월 말 A씨와 통화하는데 그 친구가 '조한준 선생님이 오랜만에 전화해 갑자기 2017년 말 상황을 물어 (상대방이)녹음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는 말을 나에게 했다”고 전했다.

A씨는 “갑작스런 전화가 왔고, 물어보는 것에 대해 기억나는대로 말했다. 나는 솔직히 (오영란 선수 때문에)힘들었던 선수 시절 기억을 다시 떠올리는 것 같고, 그 때 일을 자꾸 언급하면 내가 내 상처를 건드리는 꼴이라 적극 나서고 싶지 않다. 그렇지만, 이번 일은 당시 잘못을 저지른 체육회 직원들의 자업자득”이라는 소신을 밝혔다.

이와 관련, 7명의 전•현직 인천시청 핸드볼팀 선수들은 “사건 조작을 시도한 것”이라고 주장하며 4일 제출한 재심 신청서에 해당 사실을 적시했다.

반면, 조 감독은 억울함을 호소했다. 조 감독은 취재가 시작되자 의혹을 부인하면서 녹음 파일을 공개하는 등 적극적으로 해명했다.

조 감독은 통화 어디에도 회유 등 다른 의도를 증명할만한 내용이 없다는 입장이다.

조 감독은 “그 때 A씨가 있었는지, 없었는지 잘 기억이 안나서 (확인차)물어본 것이다. 그리고 (당시 상황에 대해)어떻게 생각하는지 내가 물어볼 수 있는 것 아니냐. 오랜만이라 안부도 궁금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재심을 신청한 선수들은 “A씨에게 1년 7개월만에 처음 전화해 '2017년 말 술자리에서 기분 나빴던 일이 있었느냐'는 등의 질문을 하고, 이를 녹음했다. 그 자체가 다른 의도가 있었다는 증거”라고 반박했다.

한편, 조 감독은 A씨와 통화를 한 다음날인 지난달 29일 체육회 직원 징계위원회에 참고인으로 나와 '(선수들을 상대로 한 체육회 직원들의)술 강요 및 부적절한 신체접촉 등의 행위는 없었다'는 취지로 진술했다.

하지만 해당 직원 4명은, 경중의 차이는 있지만, 혐의가 인정돼 각각 정직 1개월(부장 1명/성희롱 및 품위훼손), 감봉 1개월(팀장급 2명, 과장 1명/품위훼손)의 징계를 받았다.

/이종만 기자 malema@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