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말 감염병 확산때 첫 소식
남편 산후조리원도 출입 금지

“임신 맞으시네요. 그런데 여기 보시면 아기집이 두 개에요. 혹시 시험관 아기 시술….”

임신이 확실하다는 산부인과 의사의 소견 뒤에 이어진 '쌍둥이' 가능성을 접하고, 정민(가명·인천 거주)씨는 그다음 장면들이 잘 생각나지 않는다고 했다. 바라고 기다리던 아이라도, 한 번에 두 명이 올 줄은 생각도 못 했다. 복잡한 감정이 드는 첫 임신 소식에 옆에서 남편이 손이라도 꼭 잡아줬으면 나았으련만, 코로나19로 병원 측은 1층부터 외부인 출입을 막아 세웠다. 남편도 예외는 아니었다. 정민씨가 임신 확인을 위해 산부인과를 찾았던 때가 지난 2월 말. 대구에서 코로나19가 확산하던 시기다.

세상 사람들이 입덧이나 출산과 같은 임산부 고통에 둔감한 것처럼 코로나19 사태 속, 산부인과에서 홀로 진료 과정을 견디는 외로움에 대해서도 관심이 적다.

2주 후 다시 찾은 산부인과에서 정민씨는 결국 조용히 울었다.

“침대에 누워서 아이들 하나하나 심장 소리를 듣는 와중에도 진료실에는 의사 선생님하고 저밖에 없었어요. 뭔가 분위기가 어색해서 펑펑 울기도 뭣하더라고요. 이미 애 낳아본 친구들은 심장 소리 들으면서 남편이랑 손 붙들고 같이 운다고 하던데 저는 그런 추억은 못 가져본 거죠.”

인천국제공항에서 보안검색 업무를 맡았던 정민씨는 현재 재택근무 중이다. 임산부는 코로나19 국면에서 고위험군으로 분류돼 공항에선 되도록 이들이 집에서 일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얼마 전에 애 낳은 제 친구는 지하철에서 갑자기 입덧 증세가 찾아와 가방에 토를 했대요. 평소라면 임산부들이 그럴 수 있겠다 싶지만 지금은 코로나19 시대잖아요. 다들 예민한데 그걸 보고 있는 승객들이나 토하는 당사자한테는 '호러' 같은 사건인 거죠. 쌍둥이는 37주가 만삭이라 빠르면 9월 말이나 10월 초 정도면 아이들과 만날 수 있을 거 같아요. 예약한 산후조리원에서도 코로나19 때문에 아빠 오는 건 안 된다고 하네요. 일반적인 임산부들보다는 좀 더 외로운 여정이라도 아이들 키우면서 받는 행복 생각하면 나중엔 추억이 되겠죠?”

/탐사보도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