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층 온라인 인증문화 확산
중장년세대 여전히 실물 고수
주거단지 게양률 감소세 뚜렷
“보수집회 등 영향 반감” 분석

 

8·15 광복절을 이틀 앞둔 13일 애국심 표현 방식을 놓고 세대 간 극명한 시각차를 보이고 있다.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상에 태극기 이미지나 사진을 올리며 나라 사랑을 표현하는 분위기가 디지털 문화에 익숙한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확산하는 가운데, 내 집 앞에 태극기가 휘날리는 모습을 보며 자라온 중장년 세대는 여전히 태극기 게양으로 애국심을 고취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대한민국 국기법에 따르면 우리나라 5대 국경일인 ▲3·1절(3월1일) ▲제헌절(7월17일) ▲광복절(8월15일) ▲개천절(10월3일) ▲한글날(10월9일) 국가 기념일인 ▲현충일(6월6일) ▲국군의날(10월1일)에는 각 가정과 주요시설마다 태극기를 게양해야 한다.

그러나 언제부터 인천지역 아파트 단지와 주택가에선 태극기를 내건 가정을 찾아보기 어렵게 됐다. 이를 두고 학계에선 태극기 게양을 구시대적이라고 보는 경향이 생기고 있는 데다, 일부 보수단체 집회 등으로 인해 태극기에 거부감을 느끼는 시민들이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란 분석을 내놓는다.

보다 못한 지자체들이 국경일만 다가오면 나라 사랑 태극기 달기 운동을 펼치고 있지만 큰 효과는 거두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반면 이날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 등 각종 SNS에서는 태극기 물결이 넘쳐나고 있다. 실물 태극기부터 손으로 그린 태극기 사진까지 각양각색의 태극기가 온라인 공간을 가득 메운 상태다.

자신의 SNS 계정에 태극기 이미지나 사진을 올려 애국심을 표현하는 사람들이 부쩍 늘어난 것이다.

지자체와 업계에서 국경일을 앞두고 태극기 인증샷을 공유하는 방식으로 애국 마케팅을 펼치는 것도 온라인 태극기 게양 붐에 한몫하고 있다.

인천에 사는 김다예(27)씨는 “광복절을 맞아 집 앞에 태극기를 달면 좋겠지만 당장 태극기가 없어서 SNS에라도 태극기 이미지를 올릴 생각”이라며 “태극기를 내걸어야만 순국선열을 추모하는 마음이 전해진다는 것은 고정관념인 듯하다”고 꼬집었다.

지난해 9월 취업포털 커리어가 공개한 국기 게양에 대한 설문조사 결과 'SNS에서 국기 게양일을 챙기는 것'에 대한 생각을 묻자, 찬성한다는 의견이 '96.7%'로 압도적으로 높게 나오기도 했다. 이 설문조사엔 직장인 329명이 참여했다.

여전히 태극기 게양이 가정에서 애국정신을 계승해주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의견도 적지 않다.

황선기 태극기선양운동중앙회 회장은 “태극기 게양은 가정에 애국정신을 심어주는 역할을 한다”며 “70~80년대만 해도 가정마다 태극기가 걸려 있었는데 근래에 들어서 태극기 게양률이 떨어지는 것 같아 안타깝다. 태극기를 너무 정치적 시각으로 바라봐선 안 된다”고 당부했다.

/박범준·이아진 기자 parkbj2@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