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산 다수 코로나19 대응 사용
도 집중호우 피해 수백억 추정

관계자 “흙더미 치우기도 부족
도로복구는 엄두도 못내” 토로
특별재난지역 선포 확대 촉구

 

경기지역에 코로나19에 이어 물난리까지 유례없는 큰 재해가 잇따르면서 지자체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재해 복구 등에 쓰일 '예산'이 바닥날 위기에 처했다.

당장 코앞에 닥친 수해복구에만 몽땅 써야 할 상황이어서 태풍이나 가뭄 등 추가 재해가 닥치기라도 하면 '무방비' 상태에 놓일 수 있다고 우려한다.

12일 도내 지자체 등에 따르면 지자체는 매년 재난관리기금을 비축하면서 각종 재난을 대비하고 있다. 이 기금은 피해복구와 예방 등의 긴급 대응 사업에만 쓰인다.

이번 장마로 인한 각종 피해 등에도 이 기금이 활용된다.

현재 도내에는 주택 548동과 비닐하우스 8646동, 농경지 3375㏊가 물에 잠기는 피해가 발생했다. 가축 24만 마리가 폐사했고, 도로 69곳과 하천 375곳, 저수지 23곳이 무너졌다. 특히 415명의 이재민이 발생하는 등 피해 규모는 점점 늘고 있다.

현재 피해 규모가 집계되지 않았으나, 과거 사례를 비춰보면 수백억 원 이상 들 것으로 지자체는 예측하고 있다.

문제는 코로나19를 대응하는데 상당 부분 사용한 상태여서 수해복구에 쓸 돈이 거의 남지 않았다는 점이다. 최근 도가 이런 이유로 각 지자체에 응급복구비 5000만원에서 2억원을 지급했으나, 역부족한 상황이다.

용인시는 기금 220억원 중 110억원을 마스크 구매와 긴급생계비 지원 등에 이미 썼다. 현재 110억원이 남았지만 이마저도 수해복구 작업 외 다른 재해 예방에 계획이 세워져 있어 쉽사리 건들 수 없는 상황이다.

가평군도 올해 28억원 중 17억원을 코로나19 물품과 긴급 지원 등에 사용했다. 현재 남은 11억원 중 6억원은 은행에 의무적으로 적립해야 하는 돈이어서 사실상 5억원만 쓸 수 있다.

가평군 관계자는 “잔해와 흙더미를 치우는 정도의 작업을 하기에도 부족한 상황”이라며 “무너진 도로 등을 완전히 복구하는 일은 엄두도 못 내고 있다”고 토로했다. 인근 연천군과 파주시 등도 비슷한 상황이다.

앞으로도 문제다. 남은 기금을 다 써버리면 태풍 등 또 다른 재해에 '대응'할 수 없다는 점이다.

이천시는 현재 35억원 중 긴급복구에 20억원 쓴 상태다. 아직 15억원이 남았으나 피해 규모가 늘어날 것으로 예측돼 비상이 걸린 상태다. 여주시도 10억원을 비축 중이나 흙더미와 잔해 등을 치우는 데에만 쓸 수 있는 규모다.

이런 이유로 지자체는 '특별재난지역' 지정이 시급하다고 입을 모은다. 피해복구 비용의 70~80%를 국비에서 지원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까지 도내에서 안성 1곳만 지정된 상태다.

용인시 관계자는 “코로나19와 수해 피해가 맞물리면서 지자체가 해결할 여력이 부족한 상태”라며 “피해 주민들에게 실질적인 지원이 이뤄질 수 있도록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앞서 전국시장군수구청장협의회는 11일 인명피해는 물론이고, 농작물과 사회기반 시설 피해 등 엄청난 시련을 겪고 있다며 특별재난지역 확대를 정부에 촉구했다.

/이경훈 기자 littli18@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