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1명 대상 2차 위험 인식조사

코로나19 현장에서 일하는 의사와 간호사, 역학조사관, 보건소 공무원 등 의료진과 현장대응팀의 10명 중 7명은 업무 중 울분을 느낀 적이 있다는 조사결과가 나왔다.

또한 코로나19가 계속되는 한 치료·방역 인력의 업무 지속 의지는 여전히 높았으나 1차 조사 대비 하락세를 보였다.

경기도 공공보건의료지원단과 서울대학교 보건대학원 유명순 교수팀은 지난달 21~29일 의료·현장대응팀 621명을 대상으로 한 코로나19 2차 위험 인식조사에서 울분을 경험했다는 응답이 69.7%로 나타났다고 12일 밝혔다.

이런 답변은 역학 조사관 등 현장대응직(89.5%)에서 가장 많았다. 울분을 경험한 이유로는 낮은 연차 중심으로 근무 투입 등 불공정한 업무 분배(25.4%), 감정적·억지 민원(19.6%), 비민주적인 의사결정(16.2%), 부당한 취급과 대우(12.7%), 불충분·불공정한 보상(7.7%) 순으로 꼽았다.

'코로나19 업무 강도는 어느 정도인가'를 아주 약함 0점∼매우 강함 10점 중에서 택하도록 한 결과 평균 6.61점이 나와 업무 강도가 높은 것으로 인식했다. 이런 인식은 현장대응직(7.05점)이 가장 높았고, 보건소 공무원(6.89점), 간호사(6.50점), 간호사 외 의료진(6.43점) 순이었다.

응답 중 6~10점까지를 선별해 백분율로 환산하면 전체의 73.9%가 업무 강도가 높다고 답한 것이라고 조사팀은 분석했다.

코로나19 업무강도 인식 정도가 높을수록 직무 스트레스, 직무 고갈(번아웃)도 같이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이 역시 치료진보다 현장대응팀이 더 크게 영향을 받았다.

'코로나19 사태가 지속하면 주어진 일을 계속할 것인지'에 대한 질문에는 긍정적 인식(그렇다+매우 그렇다)의 답변 비율이 76.8%로 6월 1차 조사(83.4%) 때보다 낮아졌다.

'코로나19 상황이 아무리 심각해도 맡을 일을 계속할 것'이라는 응답 역시 75.0%로 1차 조사(77.0%) 때보다 소폭 하락했다.

코로나19 인력에게 자원의 분배나 일의 절차 등 처우가 얼마나 공정했는가의 질문에는 63.0%가 불공정하다고 응답해 1차 조사(54.1%)보다 높아졌다. 공정하다는 응답은 1차 45.9%에서 2차 37.0%로 하락했다.

유명순 서울대학교 보건대학원 교수는 “현장 대응직의 경우 임시직이 많고 상황이 특수하다는 이유로 초과근무 등이 당연하게 여겨지면서 업무강도가 높아진다”면서 “공정성에 대한 감수성이 높은 인력들의 업무 의지와 이직 의도, 울분 경험을 낮추기 위한 투명하고 공정한 업무 분배와 처우 기준이 마련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희영 경기도 공공보건의료단 단장은 “만일 가을과 겨울 코로나19가 다시 급증하면 이들 인력은 제대로 된 휴식 없이 1년 이상을 과도한 업무에 놓인다”며 “중앙과 지자체는 치료·방역 대응팀에 대한 지원으로 물리적 보상에 대해서도 고민해야겠지만, 그 이상으로 정신적·심리적인 지원 방안을 다각도로 제공해야 한다”고 말했다.

/오석균 기자 demol@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