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당이 쏘아 올린 섬진강 피해 확대론
환경련 “보의 개념 모르는 주장” 반박

전문가, 홍수예방 치수 공간이 핵심
'보' 물 저장 못해 … 논쟁 의미 없어
▲ 기록적인 폭우로 수해피해가 늘고 있는 가운데 정치권에서 4대강 사업의 평가를 두고 공방이 벌어지고 있다. 12일 4대강 사업으로 설치된 여주 이포보가 수문을 열고 황톳빛 물을 흘려 보내고 있다. /김철빈 기자 narodo@incheonilbo.com

 

'4대강 사업'이 한반도를 갈랐다.

한반도에 내린 집중호우로 전국적인 물난리와 산사태 등이 발생하면서 4대강 사업을 두고 정치권이 정쟁 중이다. 급기야 SNS에서도 4대강 사업 덕분에 '홍수피해가 적었다'는 진영과 '오히려 키웠다'는 진영이 맞붙었다. 공방의 핵심은 '4대강 보'이다. 야권은 4대강 보가 없었다면 홍수피해가 극심했을 것이라며 그동안 진보 진영이 펼쳤던 4대강 보 비판을 지적했다.

지난 10일 미래통합당의 비상대책위원회 회의에서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번 홍수로 인해 섬진강이 4대강 사업에서 빠진 것이 잘못된 판단이었다는 생각이 든다”고 발언했다.

이에 앞서 8일 홍준표 무소속 의원은 자신의 SNS 계정을 통해 “MB정부 당시 야권 및 시민단체가 지류ㆍ지천 정비를 못 하게 막아 폭우 피해를 키웠다”는 논지의 글을 게시했다. 정진석 통합당 의원 또한 9일 자신의 SNS 계정에 홍준표 의원의 논지와 비슷하게 “4대강 사업의 지류 지천 사업 확대를 막아 물난리를 키웠다”는 글을 게시하며 민주당과 시민단체로 비판의 화살을 돌렸다.

이에 대해 환경운동연합은 지난 11일 논평을 통해 “통합당은 섬진강이 4대강 사업에서 빠져서 홍수가 났다고 주장하고 있다”며 “이 주장이 보가 건설되지 않아서 홍수가 났다는 취지라면 이는 보의 기본 개념조차 모르는 주장”이라고 반박했다.

박근혜 정부와 문재인 정부에서 두 차례 진행한 감사 결과, 모두 4대강 보 건설로 홍수를 조절했다는 근거가 없다고 나타났기 때문이다.

박근혜 정부 당시인 2013년 7월 발표한 '4대강 살리기 사업 설계, 시공 일괄입찰 등 주요계약 집행실태' 감사 결과에 따르면 '보 위치와 준설은 추후 운하추진을 염두에 두고 마련된 것'이고, 2018년 7월에 진행된 문재인 정부의 '4대강 살리기 사업 추진 실태 점검 및 성과 분석' 결과에 따르면 '4대강 사업으로 예방한 홍수피해의 가치는 전혀 없는 것'이라고 했다.

환경련은 “보는 오히려 홍수피해를 유발하는 시설”이라며 “보는 물의 취수 및 수위와 하상을 유지하기 위해 하천에 짓는 구조물인 특성상 필연적으로 하천을 가로지르는 구조물이기 때문에 강물의 흐름을 막고, 많은 비가 내렸을 때 수위 상승을 유발한다”고 지적했다.

앞서 환경부 4대강자연회복을위한조사평가단 기획위원회도 금강·영산강 보 처리방안을 마련하면서 이 같은 결론을 내렸다. 당시 조사평가단은 “보 해체는 4대강 사업 시 수행된 퇴적토 준설 및 제방 보강 상태에서 보를 해체하는 것이므로 보 해체 이후 홍수량의 흐름이 더 원활해질 것으로 예상한다. 계획홍수위는 현재 수준보다 낮아지고 홍수예방 효과는 더욱 커질 것”이라고 밝혔다.

하천전문가들은 진영이 나뉜 '보 논쟁'이 의미가 없다는 입장이다. 보는 홍수예방과 연관이 없기 때문이다. 박창근 대한하천학회장(가톨릭관동대학교 교수)은 “홍수예방은 물을 저장하는 치수 공간이 핵심인데 보는 홍수예방과는 전혀 상관없다. 물을 저장하는 공간이 없기 때문이다. 오히려 물 흐름을 방해하는 구조물이기에 되레 홍수가 증가할 수 있다”고 말했다.

보 관리 규정(국토부 훈령 1204호) 제5조 보의 용도에도 가동보는 홍수유출량을 원활하게 소통하는 것을 적시하고 있다. 홍수조절 기능이 없다는 의미다. 평상시 물을 비워놨다가 홍수 시 수문을 닫아서 하류의 홍수피해를 줄이는 다목적댐과는 달리 보는 홍수 시 수문을 열어야 하는 시설이다.

환경부 홈페이지 '실시간 보 모니터링' 자료방에서도 확인된다. 8월 데이터를 보면 16개 보 모두 개방한 상태에서 대부분 관리수위(보로 막은 수위) 이상으로 유지되고 있다. 한강수계 3개 보를 봐도 모두 가동보를 열어놓은 상태다. 이포보는 가동보 6개를 모두 개방했지만 고정보 구간이 모두 흐르는 강물에 잠겼다. 수문을 다 열어도 수위 저하 효과가 없는 셈이다. 여주보와 강천보도 똑같은 상황이다.

환경련은 “4대강 보는 해마다 폭염 시기에는 녹조 현상을 유발하고, 홍수기에는 홍수피해를 키울 뿐”이라며 “이제는 미뤄뒀던 약속을 지켜야 할 시간이다. 정부는 더는 평가가 아닌 보의 처리방안 확정과 개방을 서둘러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정부가 4대강 보의 홍수조절 기능을 조사하기 위해 민관 합동조사단을 구성하기로 했다.

/최남춘 기자 baikal@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