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암은 전 세계적으로 다섯 번째 흔한 암이다. 전체 암 발생의 6.8%를 차지한다. 위생상태 개선 등에 힘입어 전 세계적으로 발생빈도가 감소하는 추세이나 한국을 포함한 동아시아에서 발생률은 높다. 특히 한국 남성들의 위암 발생률은 10만명당 50명꼴로 높은 상황이다. 이는 전통적으로 소금과 간장에 절인 음식의 섭취가 많고 헬리코박터의 높은 감염률이 관련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헬리코박터균은 위에 서식하며 점막 상피세포를 손상시키고 염증을 일으켜 위염, 위궤양, 십이지장 궤양, 위선암, 위림프종 등을 유발한다. 서양에 비해 동아시아에서 헬리코박터균에 감염됐을 때 위암 발병률이 높다. 이는 동아시아지역에서 독성인자(Cag A)를 가진 헬리코박터균이 많기 때문이다.

국제보건기구(WHO) 산하 국제암연구소는 헬리코박터 감염을 위암의 1군 발암요인으로 규정하고 있다. 헬리코박터 감염에 의한 만성 위염이 위암 발생과 연관돼 있을 것으로 생각되는데, 실제 감염된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에 비해 위암에 걸릴 확률이 2~3배 정도 높다.

헬리코박터 감염은 주로 구강이나 분변을 통해 사람에서 사람으로 전염된다. 아동기에는 주로 가족 내에서 전파가 일어난다고 알려져 있다. 또한 부부가 같이 감염돼 있을 경우 자녀의 감염률은 2~4배 정도 증가한다. 일반적으로 위암 직계 가족력이 있는 경우 위암 발생위험이 2~3배 증가하고, 헬리코박터 파일로리 감염까지 있으면 그 위험도는 5배로 증가한다.

최근 국립암센터에서 직계가족 중 위암으로 진단받은 적이 있고 헬리코박터 파일로리 감염이 있는 40~65살 1676명을 대상으로 연구를 시행했다. 그 결과 헬리코박터 제균 그룹 832명 중 10명(1.2%)에서 위암이 발생한 반면, 위약 그룹에서는 844명 중 23명(2.7%)에서 위암이 발생했다. 헬리코박터 제균 치료가 위암 환자의 직계가족에서 위암 발생률을 55% 낮춘 것이다.

또한 실제로 헬리코박터 제균 치료를 통해 제균에 성공한 대상자 608명 중에서는 5명(0.8%)의 위암 환자만이 발생한 반면, 감염이 지속된 대상자 979명 중에서는 28명(2.9%)에서 위암환자가 발생해 헬리코박터 제균 치료가 실제 성공하는 경우 위암 발생률을 73%나 낮췄다. 따라서 직계 가족 중에 위암환자가 있으면서 헬리코박터 파일로리 감염이 있다면 적극적인 헬리코박터 제균 치료가 필요하다.

헬리코박터는 일종의 세균이기 때문에 항생제를 먹으면 치료된다. 특이하게도 위산이 있어야 살 수 있는 균이기 때문에 위산억제제를 같이 먹으면 효과가 더욱 크다. 1차 치료 기본요법인 항생제 2종류와 위산억제제 1종류를 포함해 모두 3종류의 약을 7~14일간 복용하면 70~80% 정도의 제균률을 보인다. 최근 항생제 내성률이 높아지면서 헬리코박터 치료를 받아도 균이 없어지지 않는 경우가 간혹 있지만 이런 경우 2차 치료를 통해 균을 없앨 수 있다. 성인의 경우 균을 없애고 나면 1년 안에 재발할 가능성이 3%로 낮은 편이다.

2018년 이전까지는 내시경으로 위궤양이나 위점막하 림프종이 확인된 헬리코박터 감염자에 대해서만 보험이 적용됐었다. 이런 규정에 포함되지 않는 경우 환자가 원하더라도 치료할 수 없었다.

현행 보험 규정은 헬리코박터 감염이 확인된 모든 환자는 특별한 금기사항이 없는 한 제균 치료를 시행하는 것이 가능하다. 다만 위궤양, 위점막하 림프종, 조기위암 절제술 등을 제외한 경우 약값 전액을 환자가 부담한다.

적극적인 제균 치료를 통해 젊은이는 위암 예방 효과를 기대할 수 있고, 중년층은 위의 염증을 줄임으로써 위내시경의 암 검진 효과를 높일 수 있다. 고령층은 헬리코박터 전파를 막을 수 있다는 점에서 도움이 된다.

위암 환자가족이 아닌 무증상 일반인에서의 위암 예방 효과에 대해서는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았다. 항생제 내성 등 부작용이 우려될 수 있어 제한적으로 제균 치료를 시행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따라서 전문의와 충분히 상의 후 헬리코박터 제균 치료 여부를 결정하는 것이 지혜롭다.

 

우용식 인천우리베스트내과의원 대표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