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고지만 괜찮아”… 그 시절 추억을 소환하다

인천, 1883년 개항 서구 문물 들어와

중구 일대 근현대 문화유산으로 가득

개항로 1960·70년대 인천의 중심

싸리재, 100년 건물서 카페봉봉 음미

배다리헌책방, 6·25 전쟁 이후 생성

최근 드라마·영화 촬영지로 각광

나비날다·아벨서점·한미서점 눈길

잇다 스페이스, 창고서 문화공간 변신

사골육수 개항면, 국수의 도시서 만끽
▲ 인천 뉴트로 감성의 성지라 할 수 있는 개항로 거리 모습. 인천의 토박이들은 이 거리를 싸리재라고 불렀다.

 

인천은 1883년 개항으로 우리나라에 서구 근대문화와 문물이 들어온 곳입니다. 특히 인천 중구 일대에는 근현대문화유산으로 가득합니다. 그런데 이런 근현대문화유산이 철거되거나 제대로 활용되지 못하고 있습니다. 인천일보는 영상 [뉴트로 인천봤씨유]를 기획해 인천 개항장 및 근현대산업문화 유산을 뉴트로(신복고)라는 새로운 감성으로 접근하여 인천 역사와 근현대산업문화유산의 우수성을 알리고자 합니다. 인천일보가 먼저 찾은 곳은 인천뿐만 아니라 수도권 최고의 뉴트로 감성을 느낄 수 있는 '개항로'입니다.

 

▲ 배다리 헌책방 거리 건너편 개항로 거리를 오르다 보면 카페 '싸리재'를 만날 수 있다.  시그니처 메뉴 카페봉봉
▲ 배다리 헌책방 거리 건너편 개항로 거리를 오르다 보면 카페 '싸리재'를 만날 수 있다. 시그니처 메뉴 카페봉봉
▲ 드라마 '도깨비' 촬영지 '한미서점',  주말이면 관광객의 발길이 북적댄다.
▲ 드라마 '도깨비' 촬영지 '한미서점', 주말이면 관광객의 발길이 북적댄다.

# 뉴트로 열풍의 원조 개항로 카페 '싸리재'

인천 중심에 있는 곳 개항로는 1960년대~1970년대 인천의 중심가였습니다. 당시에 이 거리에는 최신 유행과 상품들이 넘쳐나는 곳이었습니다.

50여년이 흐른 2020년, 이 거리를 누비던 사람들은 줄었습니다. 그렇지만 아직도 옛 이름을 간직하고 있는 곳이 있습니다. 바로 개항로에 있는 카페 '싸리재'입니다.

새롭게 떠오르고 있는 뉴트로 문화로 이곳 개항로에도 활기도 감돌고 있습니다. 오래된 근대문화유산들이 곳곳에 숨어있는 개항로, 옛 싸리재 거리를 지키고 있는 카페 '싸리재'를 만나보시지요.

카페 '싸리재'는 1920년에 건축 등기가 되어 있는 무려 100년이라는 역사를 지니고 있는 아담한 건물에 있습니다. 100년의 숨결이 남아 있는 건물이다 보니 카페 '싸리재'에도 옛것의 정취가 물씬 남아 있습니다.

카페 안에는 옛 소품들이 자연스럽게 자리를 잡고 있습니다. 결코 인위적이지 않습니다. 이곳 사장님이 어린 시절부터 써왔던 물건부터 부친에게 물려받은 시집이나 잡지, 음반이 소박하게 자리를 잡고 있습니다.

최근 문화예술 대중문화에 뉴트로 열풍이 불면서 '개항로' 거리를 찾는 사람도 늘었고 카페 '싸리재'에도 손님들이 북적입니다. 단순히 뉴트로 감성의 인테리어 때문에 손님들이 이곳을 찾는 것은 아닙니다. '싸리재'만의 독특한 커피를 맛볼 수 있기 때문입니다. 우선 '싸리재'에는 기계로 커피를 만들지 않습니다. 이곳 사장님이 직접 손으로 커피를 뽑습니다. 이곳의 대표 메뉴는 '카페봉봉'입니다. '카페봉봉'을 한 모금 홀짝이면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는 세계로 조용히 빠져들게 됩니다.

 

▲ 배다리 헌책방 거리의 시작점 '나비날다'에 들어가면 고양이 반달이가 손님을 반겨준다.
▲ 배다리 헌책방 거리의 시작점 '나비날다'에 들어가면 고양이 반달이가 손님을 반겨준다.

# 배다리 헌책방 거리

경인선(1호선) 철교를 사이에 두고 개항로와 마주하고 있는 금곡로. 인천 금곡로 일대의 배다리 헌책방 거리를 아시나요?

이곳은 과거 바닷물이 들어오는 수로를 통해 작은 배가 오고 가는 다리가 있어서 배다리라고 불렸습니다. 6·25전쟁 후 가난했던 서민들이 이 거리에서 헌책을 사고팔며 배움을 넓혀가면서 헌책방 거리가 생기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지금은 헌책방 거리로 꽤 유명합니다. 배다리 헌책방 거리라고 하면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입니다. 최근에는 드라마와 영화 촬영지로도 유명세를 치르고 있습니다.

배다리 헌책방 거리의 역사는 1960년대부터 시작됩니다. 처음에는 축현초등학교 앞에 헌책을 파는 노점상들이 들어섰는데 배다리 거리로 헌책 노점상들이 들어오고 헌책방이 하나둘씩 생겨났답니다.

배다리 헌책방 거리의 시작점은 무인서점 '나비날다'입니다. 이곳의 주인은 고양이 '반달이'랍니다. 이 서점에 가면 고양이 사장님을 만날 수 있습니다.

이 거리를 지키고 가꾸고 있는 '아벨서점'도 방문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드라마 도깨비의 촬영지로 유명한 '한미서점'도 자리를 잡고 있답니다.

신문 지면만으로는 배다리 헌책방 거리에 숨어있는 오밀조밀한 이야기를 다 담아낼 수 없어 아쉽습니다. 배다리를 방문하셔서 우리가 잘 몰랐던 배다리 헌책방 거리의 과거와 오늘 그리고 내일 그리고 남아 있는 이야기 속으로 들어가 보시죠.

▲ 잇다 스페이스
▲ 잇다 스페이스
▲ 문화예술공간으로 변신한   '잇다 스페이스' 내외부
▲ 문화예술공간으로 변신한 '잇다 스페이스' 내외부

# 잇다 스페이스

배다리 철교를 지나 개항로 거리로 올라가다가 왼쪽 골목으로 들어서면 버려진 창고 안에서 오동나무 새싹이 피어난 작은 생명력이 있는 공간이 있습니다. 바로 복합문화공간 '잇다 스페이스'입니다.

과거에 이곳은 소금 창고였고 또 한때는 한증막으로, 서점으로 사용되었던 공간입니다.

그런데 그 후 20년 동안 아무도 찾아오지 않는 버려진 공간이 되어 쓰레기만 쌓여가는 외롭고 쓸쓸한 공간으로 남아 있었답니다.

이렇게 버려진 공간을 발견하고 새로운 생명력을 불어넣은 사람은 목공 조각가 정창이 작가입니다. 정창이 작가는 버려진 이 공간에 예술가의 감성을 불어넣어 문화예술 공간으로 새롭게 생명을 불어넣었답니다.

정창이 작가는 처음에는 자신의 개인 작업공간으로 활용할 생각이었습니다. 그런데 수십 년 동안 쌓여온 이 공간의 역사를 지켜보며 모두가 활용할 수 있는 곳으로 탈바꿈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고 합니다.

정 작가는 여러 사람의 도움과 펀딩을 받아 이 공간을 꾸미기 시작했습니다. 정 작가는 도움을 받아 완성한 이 공간을 시민들에게 되돌려주려고 합니다.

그래서 예술을 사랑하는 모든 사람에게 공간을 대여하며 다양한 전시 공연 등 복합문화공간으로 활용하고 있습니다.

오동나무가 자라고 있는 '잇다 스페이스' 가 어떻게 탈바꿈했는지 직접 방문하셔서 만나보시길 바랍니다.

▲ 국수의 도시 인천의 의미를 되새겨 주는 인천 '개항면'.
▲ 국수의 도시 인천의 의미를 되새겨 주는 인천 '개항면'.

# 국수 전문점 '개항면'

이제는 인천이 짜장면과 쫄면의 원조 도시라는 걸 모르시는 분이 없을 정도입니다. 한마디로 인천은 국수(면)의 도시입니다.

길고 쫄깃한 식감으로 서민의 입맛을 돋우고 주린 배를 채워주던 짜장면과 공부에 지친 학생들의 스트레스를 날려주던 매콤달콤 쫄면. 짜장면과 쫄면 말고도 인천은 냉면으로도 유명합니다.

냉면의 원조는 북한이지만 남과 북이 갈라진 이후 실향민들이 대거 정착한 인천은 냉면으로 유명합니다. 채만식의 장편소설 '태평천하'를 보면 지주 윤직원 영감이 사랑하는 연인을 데리고 경인선 기차를 타고 인천에 와 냉면을 먹는 장면이 등장할 정도입니다.

인천이 국수 요리가 발달한 이유는 무엇일까요?

국수는 단순하고 간결한 음식이지만 인류 문명사를 살펴보면 길고 끈끈한 모양새처럼 서로 다른 문화를 이어주는 가교 구실을 해온 음식 이상의 문화 전파자이기도 했습니다.

동아시아의 국수 문화가 유럽으로 전파되어 거친 빵밖에 없었던 유럽의 음식 문화에 일대 혁명을 이뤄내기도 했답니다. 유럽 문화의 중심지였던 이탈리아에 국수가 전파되며 스파게티와 마카로니가 탄생했습니다. 중국과 한국, 일본은 서로의 국수 요리가 주거니 받거니 영향을 줍니다. 물론 국수의 변모에는 한·중·일 3국의 노동자들의 이동과 관련이 있기도 합니다. 짜장면, 짬뽕, 오키나와 짬뽕이 이주노동자들을 따라 탄생하게 됩니다.

인천은 근대문화에 문을 연 개항 도시였습니다. 즉 세계의 다양한 문명과 문물이 들어오는 관문이자 서로 뒤섞이는 국제도시였죠. 바로 인천이 국수 요리가 발달한 이유이기도 합니다. 서로 다른 문명을 이어주고 섞어주는 국제도시의 특성을 반영하고 있는 음식이 바로 국수였던 거죠.

인천 개항로에는 국수의 도시 인천의 의미를 되새기는 국수 전문점 '개항면'이 있습니다.

'개항면'이 입점한 건물은 외관부터 근현대산업 유산의 흔적을 온전히 보존하고 있습니다. 1972년 의원건물로 건축된 이 건물은 파충류를 파는 가게가 있기도 했는데요 한진규 쉐프를 만나면서 온수면 전문점으로 재탄생하게 됩니다.

'개항면'의 국수는 사골국물 국수라는 게 특징입니다. 진한 사골 육수뿐만 아니라 국수는 우리나라 최초로 쫄면을 탄생시킨 '광신제면소'에서 직접 뽑아낸 국수를 사용합니다. '개항면'의 온수면을 먹는 것은 단순히 배를 채우는 것이 아닌 인천의 역사와 문화를 음미하는 행위인 셈인 것이지요.

인천의 개항로 거리에서 우리가 몰랐던 국수의 세계로 들어가 보시죠. 감히 말하건대 국수는 인천의 자존심입니다. 냠냠∼∼

/조혁신 기자 mrpen@incheonilbo.com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