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의 은유적인 표현에는 해질녘의 푸르스름한 빛을 띠는 오묘한 순간을 빌어 '개와 늑대의 시간' 이라는 말이 있다. 하늘이 완전히 어둡지도 그렇다고 밝지도 않기에 멀리서 다가오는 짐승의 실루엣이 개인지 늑대인지 분간할 수 없어서 숨어야 할지 반겨야 할지 모르는 혼돈의 순간을 말하는 것이다.

최근 우리에게 닥쳐있는 경제 상황이 이와 다를 게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올 초부터 기업들은 코로나19 영향으로 극도로 위축된 경영을 해오고 있다. 생산과 수출은 감소하고, 공급망 붕괴로 수급이 차단되는 어려운 실물경제의 상황에서 정부의 경기부양과 피해지원 정책 추진으로 최근에서야 경제지표는 하락 폭을 줄여 경기하강 추세가 약간 진정되고 있는 모양새다.

지난달 31일 통계청에서 발표된 '6월 산업활동동향'에 따르면 국내 산업생산과 소비, 투자 등 산업 활동의 주요 지표가 일제히 증가했다. 그동안 감소를 지속해오던 산업생산은 전월보다 무려 4.2% 증가했는데, 이러한 반등은 지난해 12월 코로나19가 시작된 이후 6개월 만에 처음이다. 제조업이 포함된 광공업 생산은 2009년 이후 11년 4개월 만에 가장 높은 7.2% 오르며 전체 산업의 증가세를 이끌었다.

또한 소비 동향을 보여주는 소매판매액은 전월보다 2.4%, 설비 투자도 5.4% 각각 늘었으며, 7월 수출은 아직 마이너스를 벗어나진 못했지만 전년 같은 달 대비 7.0% 감소에 그쳐서 코로나19 이후 처음으로 한 자릿수 감소율로 떨어졌다. 세계 경제의 위기 속에서도 우리 경제는 그나마 형편이 나은 상황이다.

코로나19의 여파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들은 사상 최악의 역성장을 전망하는 가운데 한국은 제일 적은 -1.2%에 그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그동안 코로나19 위기 극복을 위해 시민들의 사회적 거리두기 실천과 기업의 위기 대응 경영활동 및 정부의 속도감 있는 긴급 정책지원 등 시민과 기업, 정부가 합심한 노력의 결과라고 생각한다.

그렇다면 우리 경제가 코로나19가 몰고 온 위기의 정점을 견뎌내고 본격적인 경기회복의 신호탄을 터트린 것일까? 기업인들은 경기회복의 판단을 하기에는 아직 이르다고 말한다. 인천 제조업의 3분기 경기전망은 '50'으로 나타났고, 전국은 '55'로 집계되면서 기존 최저치인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여전히 최저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 생산과 소비, 수출은 전월 대비 반등했지만 전년 동월 대비는 여전히 큰 폭 하락을 기록하고 있다. 실업률은 4.3%로 1999년 이후 21년 만에 역대 최악을 기록하고 있으며, 특히 청년실업률의 경우 10.7%로 통계작성 이후 사상 최고를 나타냈다.

비관하고 싶진 않지만 그동안 우리가 겪어왔던 코로나 감염 속도와 형태에서 경험한 것처럼 조금만 방심하는 순간 언제든 대확산의 상태로 번지듯이 우리 경제도 앞을 예측하기 어렵고 이미 보이는 것마저도 정확히 판단하기가 힘든 것이 사실이다. 게다가 경기가 좋아지려면 수출이나 대외환경 개선이 전제돼야 하지만 여전히 불투명하다는 점도 섣부른 판단을 하기 어려운 대목이다.

어쩌면 우리는 포스트코로나(Post Corona)를 말하기보다는 위드코로나(With Corona)를 받아들여야 할 때인지도 모른다. 코로나 확산 초기 정부의 대대적인 방역조치와 감염경로 추적, 기업의 신속한 감염 검사진단기술 개발, 훌륭한 시민의식이 만들어낸 자발적 감염관리로 우리나라는 코로나 봉쇄가 없는 나라, 코로나 이래 최초로 선거를 실시한 나라가 되었듯이 코로나의 장기적인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지금까지 해왔던 민관 공조를 바탕으로 시민과 기업 및 학계와 정부 간의 더욱 강력한 협력네트워크 구축이 필요하다.

코로나19 사태 극복을 위해 최근 정부가 발표한 국가적 프로젝트인 '한국형 뉴딜' 정책의 바탕에도 새로운 기준 설정과 선도국가로의 대전환을 위해서 민관합동 콘트롤타워 구축의 필요성을 제시하고 있다. 지금의 경기 반등이 해지기 전 잠깐 하늘이 밝아지는 순간인지, 비로소 암흑이 지나고 여명의 순간인지는 앞으로 민관을 비롯한 산•학•연이 연계된 협력 정도에 달려 있기에 코로나 극복과 우리 경제의 한 단계 도약을 위한 민관협력의 적극적인 네트워크 구축을 기대해본다.

 

오홍식 인천상공회의소 상근부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