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도자·선수에 회장투표권 부여 논의
행정서비스 불만족시 직접 '심판' 가능
부조리 폭로 등 적극적 행동 변화 눈길

분위기 변화 불구 내외부 시선 회의적
일선 “태도·인식 변한 것 없어” 꼬집어

“뭔가에 그냥 사정없이 끌려 다니는 느낌이다.” 요즘 혼란스러운 인천시체육회를 두고 안팎에서 흘러나오는, 짧지만 아픈 평가다. 중심을 잡지 못해 흔들리고, 시대의 흐름을 읽지 못한 채 문제 해결 능력을 잃어버린 것 같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이에 인천일보는 올 초 민선 회장 시대를 맞아 야심찬 변화와 도약을 선언했던 인천시체육회가 왜 이런 비판에 직면했는지, 또 어떤 대안이 있는지 세 차례에 걸쳐 짚어봤다.

 

“체육회와 체육회장을 우리 체육인들이 표로 심판할 수 있다 것, 이게 핵심이죠. 만족하면 다시 표를 주고, 그렇지 않으면 선택하지 않을 수 있는 힘이 생긴거죠.”

올 초 역사적인 민선 체육회장 시대가 열리면서 체육계는 큰 변화에 직면했다.

변화의 핵심은 체육회(행정 및 체육회장)에 대한 '현장으로부터의 심판'이 가능해졌다는 것이다. 이전까지 체육회와의 관계에서 '을'에 머물던 다수의 현장 체육인들은 이제 '유권자'로서 체육회와 체육회장을 심판할 수 있는 권리를 갖게 됐다.

이런 권리는 지도자와 선수에게도 체육회장 투표권이 주어지는 방향으로 확산하고 있다. 올 초 치러진 첫 민선 지방 체육회장 선거에서는 기존 인천시체육회 산하 경기종목단체(정회원)의 회장 및 대의원(자치단체장이나 학교장 등 운동부를 운영하는 기관의 장), 시·군·구 체육회장 및 대의원만 추첨을 통해 투표권을 가질 수 있었다.

이에 “체육인이라고 하기엔 다소 정체성이 애매한 자치단체장이나 학교장도 체육회장 투표권을 갖는데, 정작 지도자나 선수 등 현장에서 땀흘리는 체육계 핵심 구성원들이 이런 권리를 못가진다는 건 문제”라는 여론이 높았고, 다행히 곧 바로잡힐 전망이다.

대한체육회가 '회장선거제도 개편 TF'를 꾸려 2022년 12월~2023년 1월 사이에 치러질 두번째 지방체육회장 선거 땐 선수와 지도자, 심판 등 전문 체육인들에게 투표권을 주는 방안 등을 논의 중이다.

이전까지 대의원투표 만으로 회장을 뽑던 대한체육회는 이미 2016년 10월 회장 선거부터 선거인단에 선수나 지도자, 심판, 생활체육 동호인(대한체육회 선수 등록 시스템에 가입한 자) 등을 포함시켰고, 이들은 2021년 1월 치러질 예정인 대한체육회장 선거에서도 선거인단으로서 권리를 행사한다.

때문에 이런 흐름은 이제 거스를 수 없는 대세다.

이같은 상황 속에서 현장 체육인들은 자연스럽게 '인천시체육회가 펼친 체육행정의 만족도(평가)에 따라 정기적으로 찾아오는 체육회장 선거 때 표를 통해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는 유권자 권리의식으로 무장하고 있다.

실제, 이들은 그동안 체육회와 맺어졌던 불합리하고 부당한 관계를 더 이상 용납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드러내고 있다.

최근 인천 체육 지도자들 중에서도 상대적으로 열악한 처우에 놓인 파견 지도자(인천시체육회와 근로계약을 맺고 대학 및 고교 등에 파견되어 선수들을 지도) 20명 중 15명이 노동조합(전국공공운수사회서비스노동조합 인천지역본부 인천광역시체육회지회, 이하 노동조합)에 가입한 것이 그 예다.

지도자들이 노동조합에 가입한 것은 처음이다.

“민선 체육회장 시대를 맞아 상대적으로 열악한 현장 체육인들의 목소리를 제대로 전달하고, 정책에 반영시켜야 할 필요가 있다”는 게 이들이 노동조합에 가입한 이유다.

또 인천시청 직장운동경기부 지도자들도 이달 중 노동조합 관계자를 만나 대화를 갖기로 하는 등 지도자들의 노동조합 가입 열기는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여기에 최근 인천시청 핸드볼팀 선수들이 대선배이자 전설인 오영란 선수 및 절대적 지위에 있는 감독의 권위에 더 이상 짓눌리지 않고, 과감하게 이들의 부조리를 폭로한 것도 강력한 변화의 징표 중 하나다.

이런 변화는 인천시체육회가 일선 지도자 및 선수, 회원종목단체 등 체육인들에게 만족도 높은 행정서비스를 제공하지 못할 경우 결국 체육회와 체육회장이 모든 책임을 지게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는 마치 우리나라 지방공무원 조직이 지방자치제도 도입과 함께 민선 자치단체장 시대가 찾아오자 과거보다 친절해지면서 더 높은 질의 행정서비스를 제공하고자 노력한 것과 같은 이치다.

따라서 체육회장은 직원들이 어떤 자세로 체육행정을 펼치는지, 어떤 평가를 받는지 유심히 살펴야 하고, 체육회 직원들은 이전까지 '을'이었던 현장 체육인들을 충분히 만족시키지 못할 경우 책임 추궁을 피할 수 없다. 하지만 이에 대한 내부의 상황인식은 안일하다.

밖에서 보는 분위기도 회의적이다.

한 지도자는 “지금 현장 체육인들은 달라진 시대 상황에 따라 권리의식으로 무장하는 중이다. 그런데 체육회 조직을 보면 여전히 그대로다. 태도나 인식, 변한 것이 없다”고 꼬집었다.

/이종만 기자 malema@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