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제거주도 모자라 월세내기도
노동부·지자체 대책·관심 절실

집중호우와 같은 자연재해에 노출된 경기도내 이주노동자를 보호하기 위해선 무엇보다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특히 전문가들은 고용노동부가 직접 나서 '비닐하우스 숙소 제공'에 대한 문제를 뜯어고쳐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이주노동자 쉼터인 '지구인의 정류장' 김이찬 대표는 9일 인천일보와 인터뷰에서 애초에 비닐하우스를 숙소로 제공하는 것 자체를 막아야 한다고 딱 잘라 말했다.

김 대표는 “원칙적으로 이주노동자가 살지 못하도록 해야만 자연재해를 비롯한 다양한 사건·사고 및 문제로부터 이주노동자를 지킬 수 있다”며 “그런데 이 역할을 해야 하는 고용노동부가 정작 아무것도 하지 않고 가만히 있는 게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는 비닐하우스에서 강제로 살게 하는 것도 모자라 이를 제공한 대가로 월세까지 받는 현실에 크게 분노했다.

김 대표는 “비닐하우스에서 사는 이주노동자의 얘기를 들어보면 1인당 30만원가량의 월세를 내면서 비닐하우스에 살고 있다. 비닐하우스를 둘러보면 화재에 취약한 샌드위치 패널 등 엉망으로 지어진 곳이 많다. 이번 집중호우로 인해 비닐하우스가 물에 잠기면서 인명피해가 발생하지 않은 게 기적인 수준”이라며 “이천 같은 경우에는 단독주택을 제공한다고 허위로 보고하고 실상은 비닐하우스에서 재우면서 물세와 전기세, 심지어 와이파이 등의 비용까지 따로 내라고 하는 곳도 많은 것으로 파악됐다. 더는 이 문제에 대해 고용노동부가 손을 놓고 있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지방정부 역시 이주노동자 숙소 문제 해결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의견도 제시됐다.

시민사회단체 '아시아의 친구들' 김대권 대표는 “고용노동부는 말할 것도 없고 지방정부에서도 이 문제에 신경을 써야만 한다. 만약 해당 시·군에서 마을회관과 같은 형태의 공동숙소를 제공한다면 안전 부분이 크게 개선 될 것으로 보인다”며 “도 역시 이 같은 이주노동자 숙소 개선에 소매를 걷어붙인 시·군에 사업비 등을 일부 지원하는 등을 고민해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분명 또 다른 안전 문제가 불거질 것이다. 반드시 대책 마련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이찬 대표는 이재명 경기지사의 과감한 결단이 필요할 때라고 목청을 높였다.

김 대표는 “앞서 이재명 경기지사는 도내 계곡에 설치된 불법 시설물을 모두 없애면서 도민으로부터 큰 호응을 얻은 바 있다. 이처럼 도민에게 계곡을 돌려준 이재명 경기지사가 이번에는 비닐하우스에 갇힌 이주노동자를 위한 방안을 마련해 이주노동자에게 최소한의 주거권을 보장해주길 바란다”며 “국내 노동자도 중요하지만 마찬가지로 이주노동자의 인권 역시 존중해줘야 하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특히나 열악한 환경인 농축산업 사업장에서 일하는 이주노동자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이선희 민주노총 경기본부 미조직·비정규직사업국장은 “이주노동자에게 비닐하우스 숙소를 제공하는 것은 문제라고 꾸준히 말해왔으나 바뀔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며 “비닐하우스 숙소에서 지내던 이주노동자가 사망했던 사고도 있었던 만큼, 더는 방치하지 말고 안전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 누군가 또 희생하는 일이 발생해선 절대 안 된다”고 말했다. 이어 “집중호우로 비닐하우스가 잠긴 이천지역의 이주노동자를 보더라도 정말 힘든 상황 속에서 살아가고 있다. 농어촌에서 일하는 이주노동자는 제조업 이주노동자보다 더 열악한 환경에 놓였기에 중앙과 지방정부의 따뜻한 관심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임태환 기자 imsens@incheo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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