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무 비해 처우 낮아 확보 난관]

인구 10만이상, 의무채용 앞두고
지원 적어 공무원으로 자리 메워
감염병 대응 토대마련 취지 퇴색
/사진출처=연합뉴스

 

“권한이 없어도 문제, 있어도 문제네….”

코로나19 확산이 쏘아 올린 '기초단체 역학조사관 채용 의무화'를 놓고 경기지역 지자체가 연거푸 한숨을 쉬고 있다.

한해 수 만건 이상 발생하는 감염병에 대응할 토대가 마련될 것으로 기대했으나, 정작 돈 문제 등으로 인력을 구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결국 효과적인 대처 방안과 상관 없이 공무원을 자리에 앉히는 등 자리 채우기에만 급급한 실정이다.

9일 경기도와 보건복지부 등에 따르면 오는 9월5일부터 '감염병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 시행에 따라 인구 10만 이상 지자체는 역학조사관을 의무로 둬야 한다.

역학조사관은 감염 경로를 추적하거나 대응 전략을 짜는 핵심 인력이다. 일명 '감염병 소방수'로 불린다. 이와 관련한 권한은 그동안 광역단체까지 허용돼 기초단체들은 채용도 못했다.

이 때문에 여러 지역이 감염병 사고가 터져도 경기도나 보건복지부의 지침을 기다려야 하는 등 문제가 있었고, 수원시가 2018년부터 정부에 꾸준히 개선을 요구했다. 다행히 올해 2월 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했다.

하지만 권한을 얻은 기초단체들이 정작 역학조사관 확보에 난관을 겪고 있다.

수원시는 지난달 5급 상당의 의사 출신 역학조사관 1명을 모집하려 했으나 불발됐다. 지원자가 단 한 명이었는데, 이마저도 자격요건이 부족해 이달 재공고를 낸 상태다.

고양시와 평택시 등도 모집 중이지만 9월 안으로 구해질 가능성이 적다며 걱정하고 있다.

감염병을 전문으로 다루는 '의사 출신' 역학조사관을 채용한 지자체는 아예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자체들은 지방근무와 초창기 계획 수립 등 직책에 난이도가 높은 반면, 급여와 같은 처우는 낮아 지원률이 떨어진 것으로 풀이하고 있다.

현재 '지방공무원 보수규정' 상 역학조사관 연봉은 하한액 120%로, 5급 상당의 임기제 공무원의 연봉이 6100만원이라면 7300만원 이상을 법적으로 지급할 수 없다.

정부는 최근 역학조사관의 최대 연봉 상한선을 높이기로 했지만, 지방정부는 해당하지 않는다.

그렇다 보니 채용을 포기하고 자체 직원을 역학조사관으로 전환하는 곳도 나오고 있다.

용인시와 성남시는 보건소 공무원에게 우선 업무를 맡기고 추후 전문가를 뽑을 계획이다.

지난해 용인과 성남에서는 각각 2751건, 2032건의 감염병 사고가 터졌다. 이는 도내 다섯 손가락 안에 드는 수준이다. 역학조사관을 통해 대응 능력을 높인다는 본래의 취지는 퇴색될 수 밖에 없다.

의정부와 여주시도 공무원에게 업무를 맡기기로 했고, 이천시는 감영병 전문의 의사보다는 문턱을 낮춰 간호사를 뽑기로 했다.

도내 한 지자체 관계자는 “역학조사관 직책은 전문가가 맡아야 의미가 있다. 그러나 이들이 지자체에서 근무할 환경은 갖춰져 있지 않다”며 “해결되지 않는 한 전문가를 둔 지자체는 찾아보기 힘들 것이다. 개선책을 찾아야 한다”고 밝혔다.

/이경훈 기자 littli18@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