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약층 일상·마음 보듬고 교대 방역근무 주선

 

▲ 부평남부지역자활센터 근로자들이 근로 중단기간 방역에 나섰다. /사진제공=부평남부지역자활센터

 

코로나19로 일자리가 줄고 생계가 어려워지자 지역자활센터 문을 두드리는 이들이 평소보다 2배 이상 늘었다. 수개월간 근로 사업단 운영을 멈춘 센터들은 이들에게 내어 줄 일자리가 없었다. 기존 근로자들은 주요 일과였던 근로를 할 수 없게 되자 우울감을 호소했고 알코올 중독 등 질환이 다시 발병하는 상황도 벌어졌다. 종합사회복지관들은 돌봄 사각지대에 놓인 취약계층의 안부를 챙기고 비대면 프로그램을 기획하며 코로나19 극복에 나섰다. '포스트 코로나19'를 넘어 'with 코로나 시대'를 준비하고 있는 복지관 종사자들은 현장에서 최일선으로 그 어느 때보다 발 빠르게 대응하는 모습을 보였다.

 

▲근로 대기자 늘어난 '자활센터'

코로나19 사태 이후 인천부평남부지역자활센터 근로 대기자는 기존 15~20명에서 80~100명까지 늘었다. 일용직 일자리 등을 잃은 주민들이 생계를 이어가고자 센터를 찾은 것이다.

하지만 보건복지부 지침에 따라 감염 우려로 근로 사업단 운영을 중단했던 센터는 근로 신청자들에게 당장 자활 근로를 연계해 주지 못했다. 간병서비스와 학교청소, 도서관 사서, 단순 포장 업무 등 파견 형태의 노동집약적 근로가 대다수인 탓에 코로나19 영향으로 근로 사업을 지속적으로 이어가기 어려운 점도 한계로 작용했다.

경기도 등 타 지역과 같이 공기업과 협력해 자활 근로자들을 위한 일자리를 개발한다면 사업의 지속성 문제가 해결되지만 아직 인천에는 이 같은 사례를 찾아보기 어렵다.

타 복지시설 이용자들과 마찬가지로 코로나19로 인한 심리적 불안감은 자활 근로자들에게도 찾아왔다. 부평남부지역자활센터의 근로자 절반 이상은 홀로 지내는 50∼60년대 중장년층 남성이다. 이들은 코로나19로 고립되는 시간이 길어지고 근로조차 할 수 없게 되자 우울감을 호소했다. 이에 센터는 근로자들에게 방역 업무를 맡겼다. 교대 근무를 통해 무기력감이 조금이나마 해소됐고 매번 전화를 통해 안부를 확인하며 이뤄졌던 근로자 관리도 수월해졌다.

코로나19 사태에 발맞춰 센터 측은 근로자들의 방역 근로를 이어가고자 했지만 정부가 희망일자리사업을 추진하면서 근로가 중복돼 연속 사업으로 운영할 수 없었다.

김도균 부평남부지역자활센터장은 “코로나19 사태를 통해 센터 만의 특화된 기술집약적 근로사업이 있어야 근로를 지속적으로 운영하고 신규 근로자도 충원할 수 있다는 것을 몸소 느꼈다”며 “부평구에 제안한 아이스팩 수거 사업을 확대해 센터 만의 특화 근로 사업으로 운영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 갈산종합사회복지관의 지역사회 응원 캠페인 모습. /사진제공=갈산종합사회복지관
▲ 갈산종합사회복지관의 지역사회 응원 캠페인 모습. /사진제공=갈산종합사회복지관

 

▲'with 코로나 시대' 맞이한 종합사회복지관

지역 종합사회복지관은 코로나19가 가져온 일상의 변화를 가장 먼저 체감하고 취약계층을 위해 도움의 손길을 뻗은 곳이다. 휴관 기관임에도 취약계층 안부 확인과 도시락, 생필품, 방역물품 지원 등을 도맡았다.

일 평균 350명의 이용자가 찾는 갈산종합사회복지관은 코로나19로 인해 지난 2월 말 주민모임과 각종 프로그램을 중단했다. 복지관 이용자 50%가 60대 이상으로 복지관 방문이 유일한 낙이었던 어르신들의 정서적 안정을 지원하는 것이 시급했다.

복지관 종사자들은 돌봄 취약계층 512명을 대상으로 안부전화를 통해 5301건의 상담을 실시했다. 급식 이용 어르신 92명에게는 8회에 걸쳐 712건의 식사 배달을 진행, 영양 불균형을 우려해 즉석식품이 아닌 계란과 두유, 초복 삼계탕 등을 지속적으로 지원했다.

복지관은 침체된 지역 분위기 쇄신에도 큰 역할을 했다. 코로나19 초기 사회적·정서적 고립 예방을 위해 3770건의 캠페인을 펼쳤다. 공적 마스크 배부에 헌신하는 마을 약국에 힘을 보태고자 응원 방문과 피켓 전달에도 나섰다. 이와 함께 선별 진료소와 보건소, 구청 등을 방문해 간식을 전달했다.

앞으로 'with 코로나 시대'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이전과는 다른 방향으로 복지관 운영을 이어갈 방침이다. 지역 내 코로나19 퇴원환자의 신체적·정신적 회복 지원을 위한 사례관리를 실시하고 어르신 치매예방 프로그램을 마을 공터 야외에서 진행할 계획이다.

비대면 프로그램이 온라인을 통해 이뤄지는 점을 고려해 고령층을 대상으로 휴대폰 사용법 등의 교육을 진행하고 와이파이 설치를 지원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앞서 복지관 측은 취약계층의 사정을 고려해 공공 와이파이 설치를 계획했지만 수억원의 비용을 확보하기 어려웠다. 이에 인천사회복지공동모금회의 지원을 받아 복지관 입구에 와이파이 기기를 설치했다. 가정 내 와이파이 공유기가 없는 일부 복지관 이용자들은 휴관 기간 동안 건물 앞 정자에 모여 휴대폰을 사용해야 했다.

구시은 갈산종합사회복지관 부장은 “코로나19 이후 비대면 중요성이 커지면서 모든 것이 온라인을 통해 이뤄지는데 일부 주민들은 와이파이도 자유롭게 쓰기 어려워 지원이 필요한 실정”이라고 전했다. 이어 “지역 내 확진자들이 완치 이후 일상생활에 다시 적응하기 어려워 한다”며 “의료나 행정기관에서 복지관을 연계해 줄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김신영 기자 happy1812@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