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포 성산시영·노원 월계시영 등 강북권도 공공재건축 시큰둥
공공재개발은 흑석2·미아11구역 등서 관심…실제 참여는 미지수

 

▲ [김민아 제작] 일러스트

 

정부가 8·4 주택공급 확대 방안에서 발표한 공공 재건축·재개발이 민간의 구미를 당기지 못하면서 대책의 실효성 논란이 일고 있다고 9일 연합뉴스가 보도했다.

정부가 지난 4일 밝힌 공급 계획에 따르면 서울을 비롯해 수도권에 추가로 공급하겠다고 발표한 아파트 물량은 13만2000가구다.

이 가운데 공공재건축과 공공재개발을 통한 공급 계획은 각각 5만가구와 2만가구다. 둘을 합하면 전체의 53%를 차지한다.

그러나 공공재건축과 공공재개발은 민간의 참여를 전제로 하는 것인데, 현재까지 관심을 보이는 단지는 많지 않다.

공공재건축(공공참여형 고밀재건축)은 층고 제한을 기존 35층에서 50층까지로 풀고 용적률을 300∼500%까지 높여 재건축 주택 수를 최대 2배로 늘리는 방식이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나 서울주택도시공사(SH) 등의 공공기관이 시행사로 참여해 재건축 사업의 속도와 투명성을 높이는 장점도 있다.

하지만 늘어나는 용적률의 50∼70%를 공공주택 기부채납으로 환수당한다.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나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와 같은 규제의 완화 방안도 나오지 않았다.

이에 서울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와 압구정동 현대아파트, 송파구 잠실동 잠실주공5단지 등 강남권 주요 재건축 추진 단지들은 실익이 없다며 공공재건축에 나서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밝혔다.

9일 도시정비업계에 따르면 비강남권 재건축 단지들도 대부분 비슷한 반응을 보인다.

2만7000여가구에 달하는 서울 양천구 목동 신시가지 14개 단지 중에는 공공재건축에 관심을 보인 단지가 한 군데도 없다.

목동 신시가지 아파트는 지난 6월 목동 6단지가 안전진단을 최종 통과하면서 재건축 추진에 탄력이 붙었지만, 이내 6·17대책에서 나온 재건축 안전진단 절차 강화와 조합원의 분양 신청에 2년 이상 거주 요건 등으로 찬물을 맞은 상황이다.

최신구 비강남연대 부대표(양천연대 공동대표)는 "공공재건축은 기부채납 비율이 과도해 수익성이 나지 않는 데다, 그나마 나오는 수익도 정부가 대부분 가져가는 구조"라며 "용적률이 증가해 가구 수가 늘어나면 높아진 인구 밀도에 따른 교통 문제도 고려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강북 재건축 최대어로 불리는 서울 마포구 성산시영아파트(3710가구)도 공공재건축 참여 의사가 없다.

지난 5월 재건축 안전진단을 최종 통과한 이 단지는 2년 이상 거주한 집주인이 전체의 약 30%밖에 되지 않는다는 점이 사업 추진에 가장 큰 걸림돌이다.

김아영 성산시영 재건축 추진준비위원장은 "사업성이 전혀 나오지 않는 공공재건축 방식에는 아예 관심이 없다"면서 "조합원 분양 신청까지 빨라도 5∼6년이 걸릴 예정이라 소유자들에게 4년 안에는 실거주하라고 안내하고 있다"고 전했다.

지난해 10월 예비안전진단에서 재건축 불가 판정을 받은 서울 노원구 월계시영아파트(미성·미륭·삼호3차, 3930가구)도 공공재건축에 매력을 느끼지 못하는 분위기다.

소유자 송주현 씨는 "광운대역 GTX 개통과 역세권 개발에 의한 기대감이 큰 단지라 공공재건축에 많은 사람이 시큰둥한 상황"이라며 "개인적으로도 매력적인 정책이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정부는 공공재건축 공급 물량 5만가구를 서울에서 사업시행인가를 받지 않은 93개 사업장(26만가구) 중 약 20%가 참여할 것을 전제해 산정했다.

하지만 재건축조합에 참여 의사를 타진하는 등의 사전 조사 작업은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와 서울시는 공공재건축에 대한 선도 사례를 발굴하기로 했지만, 내용을 수정하는 것은 전혀 검토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익명을 요구한 한 부동산 전문가는 "실현 가능성을 먼저 따지지도 않고 숫자 끼워 맞추기로 보여주기식 정책을 내놓은 꼴"이라고 비판했다.

용산구 서부이촌동에서 영업하는 한 부동산중개업소 대표는 "공공재건축에 대해 시장에서는 제대로 세팅이 되지 않은 정책이라는 인식이 강하다"며 "어차피 내년 4월 서울시장 선거 결과에 따라 정책이 달라질 것이기 때문에 기대할 필요도 없다"고 말했다.

정비해제구역까지 참여할 수 있도록 문턱을 낮춘 공공재개발도 회의적인 반응이 더 많은 상황이다.

정부는 공공재개발로 총 4만가구 이상을 공급한다는 계획이지만, 공공재건축과 마찬가지로 사전 조사는 이뤄지지 않았다.

다만, 정부와 서울시는 공공재개발의 사업성을 높이기 위해 기부채납을 완화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현행법상 정비사업에서 늘어난 용적률의 50∼70%를 기부채납하게 돼 있는데, 검토 결과에 따라 일부 사업성이 좋지 못한 곳에는 기부채납 비율이 20∼30%까지 낮아질 수 있을 전망이다.

재개발 조합들의 저조한 참여가 예상된다는 지적이 잇따르자 전날 서울시는 현재까지 15곳 이상이 관심을 가지고 참여 의사가 있다고 해명하기도 했다.

오는 9월 공공재개발 사업추진 검토지구가 선정될 예정인 가운데, SH공사가 지난달 30일 동작구 흑석2구역과 강북구 미아11구역의 요청으로 주민 설명회를 개최했다.

서울시는 오는 13일 기존 재개발 사업구역을 상대로, 14일에는 재개발 예정·해제구역을 상대로 추가 설명회를 열 계획이다.

그러나 공공재개발을 통한 주택 공급도 목표를 달성할 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이진석 흑석2구역 재개발 추진위원장은 "분양가상한제 대상 제외, 1단계 종상향 허용, 법적 상한 용적률의 120%까지 완화, 기부채납 완화 등 공공재개발에 여러 인센티브가 있다"면서도 "흑석2구역처럼 재정비촉진지구가 공공재개발 사업으로 갈 수 있는 요건은 토지 등 소유자의 과반수 동의"라고 설명했다.

/조혁신 기자 mrpen@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