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시청·인천체고 합동훈련]
스카우트 등 악재 겹쳐 실업팀에 SOS
“지역 꿈나무 지도는 의무” 흔쾌히 수락
학생들 “노하우 습득·실력 향상” 반색
실업선수도 “후배들 성장세에 보람감”
▲ 인천시청 복싱팀과 합동 훈련을 통해 실력을 키우고 있는 인천체고 복싱 선수들. 왼쪽부터 김찬중,임원재,김강민,한성현,이준혁,김종석,오세연.

 

“인천시청 형, 누나들에게 배우면서 실력이 부쩍 느는 것 같아 너무 좋아요.”

“우리 지역 복싱 꿈나무를 지도하는 것은 형님뻘인 실업팀의 의무라고 생각합니다.”

인천체고 복싱팀이 특별한 기회를 얻어 실력을 쭉쭉 끌어올리고 있다.

인천시청 복싱팀과 합동훈련을 통해서다.

두 팀의 합동훈련은 지난 5월 중순 안종래 인천체고 감독의 요청을, 김원찬 인천시청 복싱팀 감독이 수락하면서 이뤄졌다.

스카우트에 2년 연속 어려움을 겪으면서 경쟁력이 떨어지고, 코로나19 사태까지 겹쳐 훈련도 쉽지 않아 인천체고 복싱팀 상황이 점점 어려워지자 안 감독이 평소 알고 지내던 김 감독에게 SOS를 친 것. 평소 '꿈나무를 잘 키워 인천 복싱의 토대를 튼튼하게 하는 것이 인천 복싱을 살리는 길'이란 소신을 갖고 있던 김원찬 감독이 이를 마다할 리 없었고, 이후 양 팀은 두 달 넘게 지금까지 합동훈련을 이어가고 있다.

시간이 흐르면서 두 감독의 바람대로 인천시청 형, 누나들에게 기본기부터 착실하게 다시 배울 수 있는 천금 같은 기회를 얻은 인천체고 학생들의 실력은 쑥쑥 자라고 있다.

임원재(2학년)는 “솔직히 처음에는 너무 기량 차이가 나 적응하기 어려웠는데 계속 함께 훈련하다보니 이제는 중심을 잡고, 상대를 압박하는 기술을 익혔다. 스스로 실력이 늘어나고 있음을 느낀다”고 했다.

이준혁(2학년)은 “형들과 훈련하면서 평소 펀치를 크게 휘두르고, 턱을 드는 등 잘못된 습관을 고칠 수 있어 좋았다. 실력이 점점 늘어나니 힘들어도 재밌다”고 했다.

임덕민 인천체고 코치는 “처음엔 인천시청 선수들이 너무 빠르고, 체력도 좋아 우리 아이들이 주눅이 든 것 같았다. 하지만 열심히 따라 배우면서 전반적으로 많이 좋아졌다. 움직임도 향상됐고, 단타로 그치는 것이 아니라 계속 파고들며 펀치를 날리는 연결 동작이 매끄러워 졌다. 특히, 자신감이 부쩍 늘었다”고 평가했다.

인천체고 복싱팀은 17일부터 충북 청양에서 열리는 대통령기 대회에 출전, 최소 2명이 동메달(4강) 이상의 성적을 거두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김원찬 인천시청 감독은 “힘들텐데 우리 실업팀과 함께 훈련하겠다는 자세가 참 훌륭하다. 또 후배들을 잘 이끌어주는 우리 선수들에게도 감사하다. 인천체고 학생들은 인천 복싱의 미래다. 앞으로도 꿈나무 선수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 일이라면 뭐든 적극적으로 하겠다”고 했다.

인천체고 동생들과 합동 훈련을 하고 있는 인천시청의 김준기도 “인천의 복싱 후배들이 조금씩 성장하는 모습을 보면서 보람을 느낀다”고 밝혔다.

/글•사진=이종만 기자 malema@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