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자치경찰 한 사무실 근무
시행안 발표 … 일선반응 시큰둥
“비정상 정책·협업 어려움” 지적
시 “별도조직 신설 무산 실망감”
/사진출처 = 연합뉴스

 

최근 국가경찰과 자치경찰의 사무 공간을 분리하지 않고 기존 사무실에서 함께 근무하도록 하는 내용이 담긴 자치경찰제 시행안이 발표됐으나 일선 경찰들의 반응은 시큰둥하다.

각자 지휘 체계와 소속이 다른 경찰들이 같은 공간에서 근무하다 보면 '보이지 않는 칸막이'가 생겨 협업에 어려움을 겪게 될 뿐 아니라 '국가·자치경찰 사이의 괴리감'이 커질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6일 정치권과 인천경찰청에 따르면 더불어민주당·정부·청와대는 지난달 30일 자치경찰제 시행안을 발표했다. 비용 절감 차원에서 조직을 신설하는 대신 국가경찰과 자치경찰이 함께 업무를 보도록 한 것이 시행안의 뼈대다. 정보·보안·외사·경비 등은 국가경찰이, 생활안전·여성청소년·교통 등은 자치경찰이 맡게 된다.

경찰청 관계자는 “별도의 조직을 만들지 않기 때문에 외형상 현재 경찰과 달라지는 게 거의 없다”며 “국가경찰과 자치경찰이 기존 사무실에서 함께 근무하되 업무 영역에 따라 지휘·감독자가 달라진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인천지역 경찰들은 이번 시행안에 부정적 반응을 보이고 있다.

지구대에서 근무하는 한 경찰관은 “현장에선 90%가 넘는 경찰관이 자치경찰제를 반대한다”며 “이번 시행안은 국가·자치경찰을 같은 공간에서 근무하도록 해 서로 간의 괴리감만 키울 수 있다. 멀쩡한 경찰 조직을 반으로 갈라놓는 비정상적 정책으로밖에 보이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실제 지난해 10월 인천경찰청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인천경찰 247명 중 85%(210명)가 자치경찰제 도입을 반대하는 내용의 설문조사 결과가 공개된 바 있다.

<인천일보 2019년 10월24일자 19면>

아울러 지휘·감독이 다른 경찰들이 함께 근무하는 구조 탓에 상급자 결재나 업무 보안 등 이유로 협업에 어려움을 겪을 것이란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자치경찰 사무는 시·도지사 소속의 독립된 행정기관인 시·도자치경찰위원회가, 국가경찰 사무는 경찰청장이, 수사경찰 사무는 경찰청 산하에 설치될 국가수사본부장이 지휘·감독하게 된다.

인천형 자치경찰제 도입을 기대해왔던 인천시에서도 실망하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경찰의 치안 서비스를 받는 시민 입장에선 변화를 체감하기 어려울 것이란 목소리도 나온다.

시 관계자는 “별도의 자치경찰 조직이 신설돼 인천만의 치안 정책을 펼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는데 이번 시행안이 그대로 통과되면 지자체가 자치경찰 운영에 참여할 수 있는 범위가 크게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박범준 기자 parkbj2@incheo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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