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정구 인천녹색연합 정책위원장

공론화위원회의 정책권고안이 인천시에 전달되었지만 매립지와 소각장 논란이 여전하다. 지난해 10월 '친환경 폐기물 관리정책 전환과 자체매립지 조성'을 공론 의제로 결정하고 6개월의 숙의 과정을 거쳐 권고안을 마련했다. 인천녹색연합은 공론장에 참여하지 않았지만 공론화위원회 권고내용을 존중한다고 밝혔다. 아쉬움이 있고 권고내용을 모두 동의하는 것은 아니지만 이제는 성숙하고 지속가능한 자원순환사회를 위해 지혜를 모아야 하기 때문이다.

사회적 갈등을 공론화 과정을 거쳐 해결하려는 것이 우리 사회의 새로운 시도다. 공론화의 핵심은 대표성, 숙의성 그리고 수용성이다. 대표성이 담보되었다면 단 몇 명의 판단이라도 받아들이는 것이 성숙한 사회이다. 배심원제가 정착된 외국에서는 소수일지라도 배심원의 판단이 사법부의 최종 판단이 되지만 공론화 초기 단계인 우리 사회에서는 대표성 확보를 위해 가능한 많은 시민들이 참여할 수 있도록 과정을 설계한다. 그동안 갈등 발생은 불합리한 사업추진과 정보 접근성의 불평등 때문이었다. 대표성을 확보하고 숙의과정으로 기울어진 운동장을 보완했다면 공론결과를 존중하는 것이 성숙한 모습이다.

제1호 인천공론화를 위해 3000명의 인천시민들이 사전인식조사에 참여했고 400명 시민이 권역별 공론장과 시민대공론장에서 숙의과정을 거쳤다. 그 결과 운영 중인 소각시설 현대화 추진에 72.2%, 자체매립지 조성에 75.2%가 찬성했다고 한다. 결과에 대해 유리와 불리가 있을 수 있다. 이제는 유리가 불리를 보완하는 방법을 찾는 것이 바람직하고 진전된 자세이다. 매립지와 소각장, 자원순환정책의 방향은 궁극적으로 쓰레기를 줄여 환경관련시설들이 더 이상 필요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고 환경기피시설이 주민편의시설이 되도록 하는 것이다.

노후시설의 폐쇄도 방법이지만 현대화사업으로 문제점을 줄이는 것 또한 대안이다. 노후시설로 계속 운영하다 보면 오염물질 배출에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그동안 환경 관련 시설에 주민들이 접근하기 어려웠고 정보도 제한적이었다. 과정과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하고 협의하면서 신뢰를 회복하는 것이 전제되어야 한다. 과학적이고 객관적인 연구를 바탕으로 기존 시설을 현대화하고 당장 부족한 용량은 추가 시설 건설로 대비할 수밖에 없다. 광역매립지와 소각장이 아니더라도 발생자 처리 원칙에 따라 지역별로 집하장과 선별시설, 자원순환시설 등을 입지시켜 쓰레기가 우리 모두의 문제임을 인식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매립지는 넓은 부지가 필요하다. 악취와 침출수 등 여러 가지 문제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 인천시가 자체매립지를 조성하겠다지만 새로운 매립지 부지를 확보하는 것도 만만한 일이 아니다. 새로운 사회적 갈등, 환경훼손 논란이 발생할 것이다. 상대적으로 작은 부지가 필요한 소각장도 다이옥신 등 배출가스 관리가 쉽지 않다. 많은 비용을 들여서 배출가스를 잘 관리하더라도 연소과정에서 발생하는 이산화탄소는 온실가스로 기후위기를 가속시킬 것이다. 우리 사회가 가야 할 길은 쓰레기 발생량을 절대적으로 줄이는 것이고 버려지는 쓰레기들이 잘 순환될 수 있도록 자원순환사회를 만드는 일이다.

9월6일은 자원순환의 날이다. 지난해 인천에서 처음으로 자원순환의 날을 진행하고 인천시, 교육청, 시민과 학생, 노동계가 모두 함께 자원순환도시 인천을 선언했다. 곧 만1년이다. 지난 1년 동안 자원순환을 위해 우리는 얼마나 노력했고 자원순환정책은 얼마나 진전했을까? 매립지와 소각장은 여전히 논란 중이다. 그 사이 쓰레기발생량은 늘었다. 배달포장재는 여전하고, 1회용품 사용도 줄지 않고 있다. 상반기에 이미 수도권쓰레기매립지 인천지역 반입할당량의 70%가 넘었다.

쓰레기는 깨끗해야 한다는 말이 있다. 깨끗하게 잘 분리 배출해야 재활용이 가능하다는 뜻이다. 주장도 마찬가지이다. 주장도 합리적이고 깨끗해야 그 주장이 설득력 있을 것이다. 수도권쓰레기매립지 논란이 인천의 자원순환정책 나아가 대한민국의 자원순환정책의 대전환을 견인하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