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와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수마가 할퀴면서 흔적조차 사라진 이천시 산양저수지의 아랫마을이 제모습을 찾아가고 있다. 이웃 주민과 공무원 모두가 한마음 한뜻으로 복구작업에 '구슬땀'을 흘린 결과다.

5일 오전 11시 이천시 율면 산양1리 마을 앞. 50가구가 모여 사는 조그마한 시골 마을에 시민들이 모여있다. 어림잡아도 60명 이상 돼 보였다. 모두가 수해를 입은 마을을 돕기 위해 모인 이들이다. 이곳은 지난 2일 오전 7시쯤 밤새 내린 많은 비로 산양저수지의 제방이 무너지면서 6만5000t의 물이 한꺼번에 덮친 곳이다. 마을 50가구 중 30여 가구가 침수되는 등의 피해를 보았다.

입구에서 30m 떨어진 주택 앞에서 한 남성이 쉴 새 없이 흙을 퍼냈다. 자원봉사자 임모(35)씨다. 주택 안은 거의 말끔하게 정리돼 생활하기에 불편함이 없어 보였다. 이윽고 임씨는 사람 머리보다 큰 돌덩이를 들고 한 지점으로 이동했다. 얼굴에는 땀이 몽글몽글 맺혔다. 날씨는 가만히 서 있어도 땀이 줄줄 흐르고, 숨이 막힐 정도로 습했다.

“좀 쉬었다 하세요”라는 주민들의 말에 그는 “주민들은 더 힘들 텐데 조금이라도 더 도와서 마음 걱정을 줄여줘야죠”라며 환하게 웃었다.

임씨는 말이 끝나자마자 다시 삽을 들었다. 곳곳에는 임씨처럼 복구에 힘을 쏟는 시민들의 발걸음이 분주했다. 마을 한쪽에서는 주민 양모(78)씨가 집기와 가재도구들을 밖으로 빼낸 뒤 깨끗한 물로 진흙 물을 씻어냈다. 양씨는 “치울 게 너무 많아서 언제 끝날지 걱정했는데 이웃들이 도와 70% 정도 끝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집안을 보여줬다. 거실 바닥에는 황토색 '얼룩'만 조금씩 남아 있었다. 옷장 등 집기도 가지런히 정리돼 있어 침수된 흔적을 찾기 힘들었다. 양씨는 한 곳을 가리켰다. “저기 마을 곳곳에 차곡히 쌓여있는 나무 보이지? 어제까지만 해도 도로에 널브러져 있었어.” 2m 높이로 돌덩이와 잔해, 나무 등이 돌탑처럼 모여있었다.

2일 사고 당일만 해도 흙더미로 인해 위치조차 가늠할 수 없던 도로도 모습을 드러냈다. 아직 흙을 완벽하게 걷어내지는 못했지만, 차량이 통과하는 데 무리는 없었다.

이날 낮 12시30분쯤 갑자기 장대비가 쏟아졌다. 그러나 시민들은 비를 맞으면서 작업을 계속 이어갔다. 박모(52·자원봉사자)씨는 “수해 주민들에 비하면 비 맞는 것은 아무것도 아니다”며 “도우려면 확실하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모(59·자원봉사자)도 “우리 동네도 피해를 봤지만 대부분 마무리돼 이웃을 도우러 왔다”며 “심적 고통과 불편함을 알기에 복구를 멈출 수 없다”고 말했다.

발 빠른 복구로 주민들은 일상으로 빨리 돌아갈 수 있다는 기대를 하고 있다. 이모(83·여)씨는 “전기도 들어오고, 집 안 청소도 말끔하게 끝내 집에서 지내고 있다”며 “도움을 줘 감사하다”고 말했다.

/홍성용·이경훈 기자 littli18@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