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중국의 교육부는 전국의 학교들을 대상으로 '불법적'이거나 '부적합한' 도서들을 도서관에서 없애라는 지침을 내렸다. 여기서 '불법적'이고 '부적합한' 도서라는 것은 중국공산당의 관점에서 볼 때 국가 통합과 사회질서를 해치거나 당의 정치적 지위를 위협할 수 있는 내용을 담은 서적들을 가리킨다. 이러한 지시에 따라 각 대학과 지역의 도서관에서는 조지 오웰의 <1984> 같은 소설뿐만 아니라, 심지어는 기독교와 불교 등 종교 관련 서적들도 제거되고 있다고 한다. 일부 도서관에서는 실제로 도서를 불태우는 사진을 공개함으로써 문자 그대로 '분서(焚書)'를 실행하기도 하였다.

사상 통제는 도서관 밖에서도 강화되고 있다. 특히 시진핑 집권 이후로 청년들을 대상으로 한 교내 사상 교육이 한층 강화되었다. 몇몇 대학에서는 학칙을 개정해 사상과 학문의 자유에 대한 문구를 삭제하고 '시진핑 사상'을 삽입하며 '애국'과 '봉헌'의 가치를 강조하고 있다. 그리고 교내에서는 중국공산당의 영향력이 강해짐에 따라 대학 총장의 권위는 약화되고 교내 당위원회 서기의 위상이 한껏 높아졌다. 이러한 움직임에 반발하는 학내 구성원들은 당국에 의해 해고되거나 탄압을 받고 있으니, 직접 생명을 앗아가지는 않았다고 하더라도 현대판 '갱유(坑儒)'라 보아도 크게 틀리지는 않을 것이다.

사실 이러한 사상 통제가 현대 중국에서 별로 새로울 것은 없다. 1949년에 중국공산당이 내전에서 승리하며 중국 본토를 통치하기 시작한 이래로 대학 현장에 대한 공산당의 통제와 간섭은 줄곧 관철되어왔다. 이전까지의 대학 교육은 '부르주아의 유산'으로 부정당하였고, 학생들뿐만 아니라 교수들도 마르크스레닌주의와 스탈린주의, 중국공산당 문건 등을 집중적으로 학습하여 새롭게 '개조'되어야 했다. 이러한 사상 개조 운동은 건국 초기부터 주요 도시의 대학에서 널리 시행되었고, 중국공산당의 통치력이 확립되어 갈수록 사상과 학문의 자유는 그에 반비례하여 점점 사라져갔다.

문화대혁명 시기(1966~76)는 이와는 다른 맥락에서 사상 통제가 그 어느 때보다도 강력하게 이루어진 시기였다. 그동안은 주로 중국공산당과 대학 당국의 주도 아래 '위로부터의 통제'가 이뤄졌다면, 문화대혁명 시기에는 이와 반대로 마오쩌둥의 호소에 결집한 수많은 청년·학생들을 중심으로 '아래로부터의 전복'이 이루어졌다. 다양한 홍위병 조직은 경쟁적으로 마오쩌둥에 대한 무한 충성을 과시하면서, 기존의 문화·교육 체계의 질서를 무너뜨렸다.

이 기간에 유일하게 공개적으로 드러낼 수 있는 의사 표현은 마오쩌둥에 대한 충성심뿐이었고, 사상과 학문은 그 '자유'를 논하기 전에, 그 '존립' 자체가 불가능한 상황이 되었다.

문화대혁명의 혼란이 수습되고 개혁개방이 본격화된 1980년대에도 사상적 통제는 여전했다. 여러 가지 사회 문제가 심화하는 과정에서 지식인과 학생들을 중심으로 중국공산당을 비판하는 움직임이 확산하자 공산당은 이를 철저히 억눌렀고, 이러한 사회적 모순은 1989년의 천안문 사건으로 폭발하였다. 비록 그 방식은 이전과 달라졌다고 하더라도, 중국공산당의 사상 통제는 형태를 달리하며 이어졌다고 할 수 있다. 이처럼 사상의 자유가 보장되지 않는 환경에서는 학문의 발전도 이루어질 수 없었다. 양적으로는 연구 성과가 넘쳐났지만, 그 수많은 논저 가운데 학문적으로 가치가 있는 것은 손에 꼽을 정도였다.

중국공산당은 1990년대에 들어와 천안문 사건의 위기를 '극복'하며 개혁개방을 확대하였고, 그에 따라 최근까지 급속도의 경제 성장을 달성하였다. 표면적으로 중국공산당의 사상 통제는 완화되었고, 그에 따라 학문적 성과도 서서히 축적되어갔다. 서구 사회에서는 산업화에 성공한 여러 국가에서 그러했듯이, 경제 발전과 함께 정치적 민주화가 진전될 것이라고 예상됐다.

그러나 국제사회에서 중국의 영향력이 강해지고 국민의 소득 수준이 높아지면서 중국 사회에서는 '애국주의'의 확산과 함께 중국공산당 일당독재가 흔들림 없이 안정적으로 유지되고 있다. 물론, 경제적 양극화를 비롯한 다양한 사회 문제로 중국 사회 곳곳에서 불만의 씨앗은 자라고 있다. 시진핑 시기에 들어와 사상 통제가 재차 강화되고 있는 것은 어쩌면 그 반증이기도 할 것이다. 그러나 과연 이러한 불안 요소가 중국공산당의 통치력을 위협할 만큼 커질 것인지는 두고 볼 일이다. 강화된 사상 통제와 더불어 중•미 갈등의 심화로 '애국주의'의 망령이 함께 확산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원준 인천대 중어중국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