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시청 핸드볼 A선수 이적동의 번복
지역 체육계 “반면교사 삼아야” 목소리
시체육회 일방적 규정 해석 지양 지적도
“구태 벗어나 인식·태도 바꿀 필요” 고언

“이규생 인천시체육회장이 내걸었던 핵심 공약 '수요자 중심의 체육행정'을 제대로 실현하려면 아직 갈 길이 멀다.”

인천시체육회가 핸드볼팀 부조리 폭로에 나선 보류선수 A에 대해 갑자기 이적 동의를 해주는 등 오락가락 행정을 펼쳐 불신을 자초하고 있다는 지적과 관련, 해당 사례를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뜻있는 체육인들 사이에서 나오고 있다.

<인천일보 8월5일자 13면>

규정 해석을 둘러싸고 해당 선수(또는 민원인)와 체육회가 충돌하는 사안을 처리할 때, 상대의 말에 섬세하게 귀기울여 대안을 찾으려는 노력은 하지 않고, 시체육회의 일방적인 입장을 고수하는 태도나 관행은 이제 바뀌어야 한다는 것.

사실 A선수의 사례를 보면 그동안 인천시체육회가 민원인과 의견이 다른 사안을 어떻게 처리했을 지를 짐작케 한다.

A선수가 2018년 계약 종료를 앞두고 이적을 요구하면서 제시했던 근거와 주장은 당시엔 철저하게 무시당했지만, 이제와 다시 보면 결과적으로 수용 가능했다.

A선수의 당시 주장과 근거가 타당하지 않았다면, 이 선수의 폭로가 아무리 부담스러워도 인천시체육회가 규정을 어겨가며 이적 동의를 해줄 수는 없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시체육회는 당시부터 최근까지 “절대 이적 불가” 입장만을 고집했다.

하소연까지 하면서 수차례 A선수와 A선수의 아버지가 요청했지만 요지부동이었다.

그러다 A선수 등이 팀 내부 부조리를 폭로하는 데 앞장서자 그제야 이적 동의를 결정해 행정불신과 그에 따른 안팎의 비판을 자초했다.

한 체육회 직원은 “솔직히 이번 일이 불거지고 난 뒤 내부에선 당시 '시체육회 담당자가 A선수의 호소를 경청하면서 유연하게 대처했다면 어땠을까'라는 아쉬움이 많이 나왔다. 나아가 A선수가 그 때 참지 않고 소송을 했다면 아마 체육회가 이기기 어려웠을 것이라는 평가가 나왔을 만큼, 당시 우리가 이 사안을 너무 경직된 태도로 다뤘다는 게 대체적인 여론”이라고 말했다.

따라서 이번 일을 계기로 인천시체육회가 이규생 회장이 내건 '수요자 중심의 체육행정 실현'이라는 목표를 제대로 실현하도록 스스로 채찍질을 해야 한다는 지적이 현장 체육인들은 물론, 체육회 내부에서도 나오고 있다.

앞서 이규생 회장은 지난 4월 초 취임 직후 가진 첫 인터뷰에서 “무엇보다 행정편의주의를 지양하고, 항상 현장 체육인들의 목소리에 귀기울이는, 열려있는 체육회가 되겠다. 체육회가 꼭 수요자 중심의 체육행정을 구현할 수 있도록 항상 교육하고 평가하면서 조금씩 달라지겠다”고 밝혔지만, 취임 5개월이 되어가는 지금까지도 현장 체육인들은 행정 서비스가 과연 달라졌는지, 체감하지 못하고 있다.

한 체육인은 “솔직히 이번 사건을 지켜보면서, 일부 체육회 직원들의 경우 여전히 현장 체육인들과의 관계에서 스스로를 갑으로 여기는 관행이 남아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그런데 더 문제는 몇몇 직원들은 이런 상황을 당연하다고 여기거나, 아니면 스스로가 갑질의 당사자가 될 수 있다는 인식 자체가 아예 없을 수 있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수십년 익숙했던 구태를 벗고 새 시대에 걸맞은 수요자 중심의 행정을 펼치려면 체육회 직원들의 인식과 태도가 많이 달라져야 한다. 민원인의 주장에 귀기울이는 것은 기본이고, 타당하면 수용해야 한다. 더 나아가 먼저 적극적으로 문제 해결에 나서려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 물론 '악의적인 민원인'이 있을 수 있지만, 보통의 합리적이고 상식적인 민원에 대해서는 더 친절하고 섬세하게 처리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이종만 기자 malema@incheo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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