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하구 중립수역을 '평화의 바다로'
한강하구 중립수역을 '평화의 바다로'
  • 정찬흥
  • 승인 2020.08.05 16:00
  • 수정 2020.08.05 16:5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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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7월 27일 서울 광화문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개최된 '한강하구 중립수역 선포식'에서 민족춤협회 회원들이 '평화의 춤'을 공연하고 있다.

#한강하구는 민간선박의 통행이 개방된 중립수역

한강 하구인 '파주 탄현면 만우리'에서 '강화군 서도면 볼음도'까지 67Km 구간은 민간선박의 통행이 개방된 중립수역이다.

1953년 7월 27일, 한국 전쟁의 휴전과 함께 유엔군과 조선인민군, 중국인민지원군 사이에 체결된 '정전협정문' 제1조 5항은 이를 명문화하고 있다.

이 협정문은 “한강 하구의 수역으로서 그 한쪽과 다른 한쪽의 강안이 각각 일방의 통제 하에 있는 곳은 쌍방의 '민용 선박'의 항행에 이를 개방 한다”라고 명시하고 있다.

민간 선박은 이곳을 자유롭게 드나들 수 있다는 의미다. 남북 양측의 강기슭 100m 이내로 접근하지 않는다는 단서조항만 지키면 된다.

'군사정전위원회(군정위)'의 통행 허가가 필요한 선박은 '군용'이거나 무기를 실은 선박, 중립국 선박뿐이다.

군정위는 정전협정의 이행을 감시하고 위반사건을 처리하기 위해 협정체결 당사자인 3개국의 합의에 따라 설치된 공동 관리기구다.

이후 정전협정문 체결 3개월 뒤인 1953년 10월 3일, '민용 선박 등록'에 대한 후속 합의서가 작성된다.

“쌍방 사령관은 (중립수역에서 항행할) 자기 측의 선박 등록에 적용할 규칙을 규정 한다”는 후속 합의서 제9조다.

하지만 '선박 등록 규칙'도 당연하게 상위 규정인 정전협정문의 '민용 선박 항행 개방'의 전제 아래에서 운용되는 것이 원칙이다.

 

#육상의 비무장지대와 해상의 북방한계선과는 성격 자체가 달라

반면 남북을 가르는 또 다른 경계선인 육상의 비무장지대(DMZ)나 해상의 북방한계선(NLL)은 민간의 출입이나 통과를 엄격히 금지하고 있다.

정전협정문은 “군사분계선을 중심으로 양쪽의 2Km 구역에 설치된 비무장지대에는 군정위의 허가 없이는 어떠한 '민간인'도 들어가거나 통과할 수 없다”고 못 박고 있다.

유엔군사령부가 해상에 설정한 북방한계선도, 군은 물론 민간 선박도 넘을 수 없다. 한강하구에서 민용 선박의 통행을 개방한 것과는 분명히 다른 규정들이다.

이처럼 서해의 북방한계선과 육상의 비무장지대 사이에 자리 잡은 '한강 하구'는 다른 경계 지역과는 달리 예외적으로 민간의 항행이 보장된 중립수역이다.

흔히 지도상에 비무장지대와 NLL을 연결하면서 한강하구에 실선이나 점선으로 경계를 표시하는 것은, “한강 하구 지역은 경계가 설정되지 않은 곳”이라는 사실을 모르고 벌이는 실수다.

 

#한강 하구 평화적 이용 노력과 냉각기의 교차

이 지역은 1990년대 이전까지만 해도 순찰대 총격, 무장공비 침투사건 등 남북 사이의 충돌이 잦았던 곳 중 하나다.

하지만 1990년 11월 임진강 제방 유실 사건을 계기로 준설선이 통과하면서 평화분위기가 조성되기 시작했다.

1996년 한강 하구 한 복판의 유도에 떠내려 온 송아지 구출과 1999년 납섬 염소 표류 사건 등은 이곳의 평화적 이용의 시범사례로 꼽힌다.

특히 1999년 7월 리영희 교수가 정전협정문 해석을 통해 이곳에 '군사적 분계선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밝혀내면서부터 '중립수역'에 대한 본격적인 논의가 불 붙었다. 여기에 착안한 시민운동가들은 2000년 6·15 선언 직후부터 '한강하구 평화의 배 띄우기' 행사를 벌여 나갔다.

정부차원의 움직임도 본격화됐다. 2007년 평양을 찾아 김정일 전 국방위원장과 남북정상회담을 가진 노무현 전 대통령은 10·4 공동선언을 통해 '한강하구 공동이용' 추진에 합의했다.

남북관계가 경색국면에서 벗어나지 못했던 이명박, 박근혜 정권 기간 잠시 주춤했지만, 문재인 대통령 취임 이후 다시 급물살을 탔다.

문 대통령은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2018년 4·27 판문점 선언, 9·19 평양선언에서 '한강하구 공동수로 조사' 및 '민간 선박 이용의 군사적 보장' 등을 잇달아 성사시켰다.

남북 전문가들은 2018년 11월부터 한 달 여간 '한강하구 공동이용 수역에 대한 공동 수로조사'에 들어가 남북이 함께 사용할 해도를 완성했다.

그러나 2019년 2월 하노이 북미정상회담이 결렬되면서 또다시 난기류 속으로 빠져들고 말았다.

 

#'한강하구 중립수역에 평화의 배를 띄우자!

한강하구의 평화적 이용을 염원하던 인천지역 시민사회단체들은 '한강하구 중립수역을 평화의 바다로'를 기치로 내걸고 지난 6월부터 7월말까지 한 달여간의 장정을 계속했다.

6월 17일 조직위원회 출범을 시작으로 6월 25일 1박 2일간의 한강하구 평화컨퍼런스, 7월 9일 국회정책토론회 이외에도 어촌계 및 교동주민 간담회 등을 이어갔다.

정전협정 67주년을 맞은 7월 27일 오전 인천시청에서 '평화 순례단' 발대식을 마친 조직위 일행은 강화에서 실어온 '평화의 배'를 서울 광화문에 세워놓고, '한강하구 중립수역 선포식'을 가졌다.

조직위는 세찬 빗줄기를 뚫고 김포 최북단인 전류리를 거쳐 강화 승천포에 도착, 이곳에서 미리 기다리던 인천 민예총 회원들과 합류해 '평화 음악제'를 개최했다.

참가자 일행은 평화컨퍼런스 선언문을 통해 “한강하구 중립수역에 평화의 배가 뜨는 날 통일의 뱃길이 열릴 것”이라며 “우리 민족끼리 힘을 합쳐 한강 하구를 평화수역으로 열어 나가자”고 다짐했다.

/정찬흥 논설위원 겸 평화연구원 준비위원

report61@incheo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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