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시청 핸드볼 A선수 수차례 요청
시체육회·감독, 규정 이유로 미동의
팀 복귀 의사에도 '보류선수'로 분류

최근 동료들과 각종 부조리 내부고발
규정 그대로인데 돌연 이적동의 선회

체육회 “다른 의도는 전혀 없어” 해명

“계약기간 종료 후 타 팀 이적 요청을 끝까지 묵살하더니 부조리에 대한 폭로가 그렇게 무서웠나. 이제 와서…”

“선수 인생이 걸린 중요한 사안이라 정말 간절하게 요청했는데도 그 때는 절대 불가능하다던 이적이, 어떤 설명도 없이 그냥 지금은 가능하다니 너무 어이가 없어요. 결국 잘못을 지적하는 선수 때문에 골치가 아프니 일단 빨리 내보내자는 심보 아닌가요.”

인천시체육회가 선수 관리를 둘러싸고 오락가락 행정을 펼쳐 불신을 자초하고 있다. 2018년 말 인천시청 핸드볼팀 A선수가 계약 기간 종료를 앞두고 이적을 요구했지만 선수관리규정을 이유로 1년 6개월 넘도록 이를 완강히 거부하다, 최근 갑자기 동의했기 때문이다.

 

▲규정 근거로 “이적 불가” 고수

A선수는 2015년 말 열린 드래프트에서 인천시청의 지명을 받아 2016년 입단했다.

이 과정에서 A선수와 인천시체육회(인천시청 운동경기부 위탁 관리)는 2016년 1월1일부터 2018년 12월31일까지 3년 계약을 체결했다.

A선수는 계약 기간 종료를 앞둔 2018년 말 재계약을 전제로 한 연봉협상 결렬 뒤 은퇴 의사를 밝혔다 철회하고 이적을 요청했다.

다른 지역 B팀 감독의 스카우트 제안도 있었고, 인천시청에서 선수 생활을 하는 동안 대선배인 오영란 선수의 부당한 행위에 심한 스트레스를 받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인천시체육회와 조한준 감독은 이에 동의하지 않았다.

3년 계약이 끝났음에도 '드래프트 세칙'을 내세우며 계약 기간이 사실상 5년이라고 주장했다.

따라서 2년 더 인천시청 팀과 재계약을 해야 하는데 이를 거부했다며 '핸드볼 실업선수 관리규칙'를 근거로 A선수를 보류선수(팀 등록이 되지 않은 상태에서 해당 선수의 마지막 소속 구단이 보유권을 가짐)로 분류했다.

이에 A선수는 “드래프트 세칙은 지명을 받은 선수와 구단과의 계약기간이 1∼5년까지라고 규정한 것이지 의무적으로 5년 계약을 하라는 의미가 아니다. 나는 인천시체육회와 3년 계약을 했고, 2018년 말 계약 기간이 끝났으니 이적이 가능하다”고 여러 차례 주장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이적이 어렵다고 느낀 A선수는 한 때(2019년 10월) 인천시청 복귀 의사를 조 감독에게 밝히기도 했지만, A선수 아버지는 딸을 걱정하는 마음에 인천시체육회에 다시 한 번 이적을 요청했다.

당시 A선수 아버지는 시체육회에 전화해 해당 업무 담당자와의 통화를 요구하며 전화번호를 남겨놨는데, 연락이 온 것은 직원이 아니라 조한준 감독이었다.

처음에는 체육회 직원일 줄 알고 A선수 아버지는 이런저런 내용을 털어놨다.

그런데 통화 중 미심쩍어 “누구냐. 조 감독이냐”고 물어보니 그제야 조 감독은 본인임을 밝히고 “A선수를 보류선수로 묶겠다”는 입장을 전했다.

이후 A씨 아버지는 인천시체육회를 직접 찾아가 다시 이적을 요구했지만 “안된다”는 말만 들었고, 결국 며칠 후 두번째 방문해 인천시청 복귀를 요청했다.

그렇지만 연락은 오지 않았고, 2020년 1월 다시 인천시체육회를 찾아가 물어보니 “이미 선수등록 기간이 끝나 구제할 방법이 없다. 올 해 10월까지 기다려야 등록이 가능하다”는 허무한 답변만을 들었다.

이런 가운데 A선수와 동료 몇 명은 결국 본인들의 선수생활을 어렵게 만든 원인이라고 본, 오영란 선수의 횡포 등 팀 내 각종 부조리를 고발하고자 마음먹고, 자료와 증거를 모은 뒤 최근 이를 폭로했다.

특히, A선수는 인천시체육회 직원 4명이 2017년 말 인천시청 여자핸드볼팀 선수들에게 술시중을 들게 하는 등 부적절한 행동을 했다는 이유로 지난달 29일 열린 징계위원회에 출석해 피해자 증언을 하는 등 적극적으로 나섰다.

 

▲부조리 폭로에 갑자기 태도 바꿔

이 과정에서 시체육회는 A선수의 이적에 동의하기로 얼마 전 결정했다.

과거 이적 불가 사유로 내세웠던 각종 규정은 그대로지만, 어떤 합리적인 설명도 없이 돌연 태도를 바꾼 것이다.

이를 두고 체육회 안팎에서는 “지금 가능하다면, 그 때도 가능했던 것 아니냐. 그런데 당시 제대로 검토하지않고 규정을 일방적으로 해석해 요구를 묵살하다 해당 선수가 최근 오영란 선수와 조한준 감독의 문제 등 인천시청 핸드볼팀의 부조리와 체육회 직원의 부적절한 행위를 폭로하는 데 적극 나서자 골치 아파진 체육회가 부랴부랴 이적 동의 입장을 내놨다고 밖에 볼 수 없다”며 꼬집고 있다.

실제, 핸드볼 실업 선수 관리규칙은 '원 소속 구단과 선수가 복귀에 합의할 경우 상시 추가등록이 가능'하며, 또 '원 소속 구단에서 복귀를 거부할 경우 보류선수는 계약만료 선수의 자격(타 구단과 자유롭게 계약 체결 가능)을 갖는다'고 명시하고 있다.

인천시체육회가 이 규정을 적극적으로 해석했다면 애초 A선수는 2019년 말 이후 인천시청 복귀 또는 이적이 모두 가능했다고 볼 수 있다. 그럼에도 인천시체육회는 “이적 불가”입장만 고수하면서 그동안 아무것도 결정해주지 않은 것이다.

A선수는 “2018년 말 갑자기 보류선수가 됐고, 폭로 후 갑자기 이적 동의를 받았다. 도대체 뭐하는 건지… 보류선수가 된 후 아르바이트로 생계를 유지하며 다시 뛸 수 있는 날만 기다렸다. 인천시청에 복귀하고 싶은 마음도 있었지만 조 감독이 돌아왔기 때문에 어려울 것 같다. 그렇다고 이제 와 다른 팀 이적도 쉽지는 않다. 여전히 속상하고 답답하다”고 말했다.

이에 인천시체육회 관계자는 “최근 A선수의 이적 동의를 결정했고, 이를 통보했다. A선수를 원하는 팀이 있으면 우리와 협상하면 된다. 선수 미래를 생각해 내린 결정이다. 다른 의도는 전혀 없다”고 밝혔다.

/이종만 기자 malema@incheo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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