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포시 수리산로 112 일원 1만여평. 군포시가 '수리산상상마을'로 명명한 곳이다. 평생학습•창작 공간이다. 어린이와 청소년들의 평생학습 체계를 모색하기 위해 어린이창의예술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최근 이곳에서 한대희 군포시장과 이재정 경기도교육감이 창의예술교육 프로그램의 공동운영협약을 체결했다. 수리산상상마을과 경기학교예술창작소가 교육과정을 연계한다는 내용이다. 초•중•고생들이 특화된 공간에서 상상력과 창의적 역량을 키워갈 것으로 기대된다.

도심 한복판에 장기간 방치돼 애물단지였던 이 땅은 말 그대로 '상전벽해'로 비유될 만하다. 지금의 수리산상상마을에 붙은 '토지사용설명서'를 보면 그 변화가 단적으로 드러난다. 이곳에 걸린 문패에는 '마을'이라는 명칭의 공통점이 있다. 산본신도시 조성 당시 종교부지로 남아있던 곳에 건물을 허물고 새 집을 지어 '영어마을'로 첫 이름을 달더니 '책마을'로 또다시 바뀌었다. 이후 '상상마을'로의 출발은 불과 1년 전 일이다.

마을을 운영해 온 주체들은 하나같이 공동체를 염두에 둔 모양새다. 정책 입안자와 결정권자의 성향에 따라 각기 다른 용도로 사용됐다. 그러나 마을 공동체 안에서 시민과 오랫동안 함께하지 못했다. 원소유주는 '대한기독교 연합회 어린이선교원'이다. 재단 측이 1980년 신학대학 설립을 목적으로 이 일대 3만여평을 매입한 뒤 일부 교사를 신축했다. 그러나 1989년 산본신도시 개발계획 승인 당시 교사 건물과 일부만 제외한 나머지 2만여평만 수용되고 지목이 대지에서 종교부지로 변경됐다. 90년대 초까지 일부만 선교신학교로 활용되다 폐교됐다. 당시 시와 주민들은 더는 방치하지 않고 개발은 하되 종교시설은 안된다는 원칙에 공감했다. 용지를 매입해 시민휴식공간으로 활용해야 한다는 여론도 있었으나 시 재정으로는 감당하기 어려운 상태였다.

그러나 시는 2005년 9월 용지를 매입해 교육지원시설을 유치한다고 전격 발표했다. 해당 용지는 2006년 1월 268억원에 매입했다. 이어 지구단위계획 등을 통해 토지의 용도를 변경했다. 결국 '군포형 영어마을'을 유치했다. 2009년 10월 개원한 '군포국제교육센터(GGC)'다. 초•중학생 대상 영어교육시설로 교육연구시설과 원어민기숙사, 상가 등 편익시설을 갖췄다.

총사업비 200억원 중 시비는 89억이 투자됐고 위탁운영을 맡은 영어교육전문업체가 111억원을 투자했다. 값싼 수강료로 저소득층에게는 수혜를 줬지만 사교육을 부추긴다는 비난도 받았다. 이용자 감소와 적자 누적 등으로 2015년 10월 문을 닫았다. 개원 6년 만이다. 이후 1년여 동안 무용지물로 방치됐다. 고심 끝에 시는 50억원을 들여 2018년 5월 '군포책마을'로 새롭게 문을 열었다. 책을 테마로 한 관광명소로, 지역사회 문화공동체의 거점으로 활용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민선 7기가 출범하면서 1년여 만에 '수리산상상마을'로 명칭을 변경하고 지난해 8월 새로운 출발을 선언했다.

책의 중심에서 탈피해 유아부터 성인에 이르기까지 전 세대에 걸친 평생학습공간으로의 역할과 기능을 전환했다. 누구나 경계 없이 소통하는 보다 확장된 마을을 꿈꾸고 있다. 이제 더는 시민도 몰라볼 정도의 변화를 추구하기보다 소통으로 공동체 문제를 해결해 나가는 마을공동체답게 주민 스스로 해결하고 결정하는 마을로 거듭나길 바란다. 이를 통해 군포의 새로운 100년을 준비하고 '소통'과 '상생'이라는 시정 핵심가치를 실현하기 위해 1세부터 100세까지 다양한 시민이 이용할 수 있는 랜드마크로서 평생학습도시 군포 비전이 실현되기를 기대한다.

 

전남식 경기 중부취재본부 부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