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시간 내 진단키트 보급화 상황
고려않고 이동식 엑스레이 구입
보건소 “이동검진에 활용 검토”
▲ 6월 2일 오후 인천시 부평구 부평구청에 마련된 선별진료소에서 보건당국 관계자들이 구청 공무원들을 상대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검체 검사를 하고 있다.

 

인천 한 보건소가 코로나19 사태 초기 때 감염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도입한 고가의 이동식 엑스레이(X-ray) 장비가 제 기능을 하지 못하는 애물단지로 전락한 것으로 드러났다.

당시 6시간의 검사 시간이 소요되는 코로나19 진단키트가 전국적으로 보급되고 있는 상황 등을 고려하지 않은 채 깊은 고민 없이 값비싼 장비를 사들인 탓이다.

3일 연수구보건소에 따르면 보건소는 지난 2월 보건복지부로부터 국비 1억원을 지원받아 5000만원 상당의 이동식 엑스레이를 구입했다.

건물 외부에 있는 선별진료소에 이동식 엑스레이를 설치한 뒤 감염 의심자의 흉부를 촬영해 폐렴 발병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서였다.

코로나19에 감염되면 약 2주간의 잠복기를 거친 뒤 발열 및 기침이나 호흡 곤란 등 호흡기 증상이 나타난다. 이동식 엑스레이를 구입하고 남은 예산은 음압기와 난방기, 이동식 워크스루 부스 등 구입에 쓰였다.

문제는 수천만원대 이동식 엑스레이가 지금까지 단 한 차례도 사용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보건소는 2월 말에서 3월 초 사이에 의료기기 판매업체로부터 이 장비를 받은 뒤 선별진료소에 설치하지 않고 보건소 내 엑스레이 촬영실에 보관하고 있다.

해당 촬영실에선 기존 고정식 엑스레이가 운영되고 있어 이동식 엑스레이를 별도로 활용하고 있진 않다고 보건소 측은 설명했다.

이동식 엑스레이를 코로나19 검사에 활용하지 못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현재 전국의 선별진료소에서 6시간 만에 검사 결과를 알 수 있는 '진단키트'를 사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앞서 질병관리본부는 1월 말 “코로나19만을 타깃으로 하는 새 검사법을 개발해 검증을 마쳤다. 2월 초부터 민간 의료기관에서도 신속 진단키트를 사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예고한 바 있다.

결과적으로 빠른 검사가 가능한 진단키트 보급이 확대되는 분위기에서 굳이 사지 않아도 될 고가 장비를 구입한 셈이다.

더구나 엑스레이 촬영으로는 폐렴 유무 정도만 판독이 가능하고 확진 여부는 판정할 수 없다.

이강구 연수구의회 부의장은 “국가 예산으로 고가 장비를 사놓고 사용하지 않으면 결과적으로 예산 낭비란 비판을 피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보건소 관계자는 “앞으로 또 다른 신종 감염병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이동식 엑스레이가 당장 애물단지가 됐다고 볼 순 없다”며 “이동 검진 사업에 활용하는 방안도 검토해볼 예정”이라고 밝혔다.

/박범준 기자 parkbj2@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