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 그래도 치워야 할 토사가 산더미인데 계속 쏟아지는 폭우로 막막하네요.”

안성지역에 사흘간 쏟아진 장대비가 멈출 기미를 보이지 않으면서 시와 주민들이 ‘이중고’를 겪고 있다. 이미 400㎜에 가까운 물폭탄이 쏟아져 긴급히 복구해야 할 피해가 산적하지만, 계속되는 폭우로 속도가 늦어지고 있다. 안성시 전역에 피해가 속출하면서 인력부족으로 도움의 손길조차 받지 못하는 시민도 생겨나고 있다.

3일 오전 8시 안성시 일죽면 화봉리 한 마을 앞. 산사태로 떠밀려온 흙더미를 치우는 작업이 한창이다. 굴삭기가 쉴새 없이 흙을 퍼 15t 크기의 덤프트럭에 싣고 있다.

이곳은 전국에서 가장 많은 비가 쏟아진 곳으로 1일부터 이날까지 내린 비의 양만 372㎜에 달한다.

“오늘 아침 6시부터 두 시간 동안 흙 400t 치웠는데 이는 100분의 1도 안 되는 수준이야.”

복구 작업 중인 김모(58)씨가 대뜸 손가락으로 한 지점을 가르쳤다. 4m 높이로 수북이 쌓인 흙 위에 거목과 바위, 전봇대가 뒤섞여 널브러져 있다. 며칠 전까지 도로가 있던 장소다.

그는 “오늘도 많은 비가 온다는 예보가 있어 서둘러야 한다”며 급히 자리를 떴다. 앞서 비가 쏟아졌던 1일, 2일과 다르게 하늘은 잠잠했다.

이 마을에서 남쪽으로 100m 떨어진 동네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이곳은 2일 새벽 6시30분쯤 뒷산에서 흘러나온 토사가 순식간에 5가구와 도로를 덮치면서 엉망이 됐다. 모두 형체도 없이 사라졌다.

동네 입구에서 50m가량 걸어 올라가자 굴삭기 2대가 흙에서 나무를 골라내 한 곳에 쌓아 놓고 있었다. 족히 100~200그루는 넘어 보였다.

갑자기 하늘에서 굵은 빗방울이 떨어지기 시작했다. 순간 굴삭기에 있던 인부가 작업을 멈추고 주위를 둘러봤다.

그는 “산사태가 난 지역이어서 이미 지반이 약한데 또 발생할까 봐 두렵다”고 했다.

10분쯤 흘렀을까. 산줄기에서 흘러나온 물이 급격히 불어나면서 마을 곳곳으로 쏟아져 내렸다.

주민 김모(61)씨은 “무너진 집을 확인하러 왔는데 위험해서 보지도 못하겠다”며 다급히 현장을 벗어났다.

오전 11시30분쯤 또 다른 피해 현장인 죽산면의 죽산고등학교 인근에서 인부 2명이 방재작업에 고삐를 죄고 있었다. 1.5m 높이로 쌓인 하천 둑을 가득 메워 흐르는 흙탕물이 넘치지 않도록 분주히 움직였다. 죽산고교 입구 앞 도로를 잇는 ’하천교’ 위까지 물이 차올랐다. 아슬아슬한 상황이었다.

인력이 부족해 시의 도움을 받지 못하는 일도 발생했다. 원모(66)씨는 집안에 들이닥친 흙을 치우기 위해 시에 도움을 요청했으나 하루가 넘도록 도움을 받지 못했다. 그는 “도와줄 사람이 현재 없어 기다려야 하다고 해 지켜만 보고 있는 상황”이라고 했다. 죽산면에서 있는 한 잡화점에서도 똑같은 이유로 자체 인력을 고용해 흙더미들과 침수된 물을 치우고 있었다.

한 인부는 “피해를 조금이라도 줄이기 위해서는 계속 치우는 수밖에 없다”며 작업을 이어갔다.

한편 안성시의 산사태와 침수, 도로유실 등으로 인한 피해 접수는 총 89건으로, 시는 피해복구를 위해 굴삭기 60대와 덤프트럭 6대, 양수 장비 30대를 동원하고 인력 30명을 긴급 투입했다.

/이경훈∙최인규 기자 littli18@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