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남부 인명·재산 피해 속출
소방당국 70대 여성 구조
여주 청미천 인근 주민 대피
이천 산양저수지 둑 무너져
▲ 중부지방에 많은 비가 내린 2일 오전, 안성시 일죽면 화봉리에서 폭우로 산사태가 발생해 승용차가 매몰된 가운데 차주가 승용차를 살펴보고 있다. /김철빈 기자 narodo@incheonilbo.com

경기 남부 지역을 중심으로 쏟아진 '물폭탄'에 인명과 재산피해가 속출했다. 1일 오후 6시부터 내린 많은 비는 2일 오전까지 이어지면서 도내 곳곳을 할퀴었다.

2일 오전 6시10분을 기준으로 안성에 시간당 104㎜의 폭우가 쏟아지면서 농경지가 침수되고 도심 일부가 물바다로 변했다.

오전 7시10분쯤 일죽면의 한 양계장 농가 뒤편의 산 일부가 무너지면서 주택을 덮쳤다. 이 사고로 집 안에 있던 A씨(58)가 토사에 깔려 숨졌다. 다른 가족 3명은 대피해 화를 면했다.

7시50분쯤에는 죽산면의 한 주택을 덮친 토사에 70대 여성이 깔렸다가 소방당국에 의해 구조됐다.

이날 안성에서는 산사태에 의한 신고가 10여 건, 죽산면 지상 아파트 등 주택침수 피해는 70여 곳이 접수됐다.

안성시는 전직원 비상근무령을 내리고 굴삭기 60대, 덤프 6대, 양수 장비 30대 등을 동원해 긴급 복구작업을 벌이고 있다.

이재민도 속출했다.

오전 8시50분쯤에는 여주시 청미천을 가로지르는 점동면의 원부교에 홍수경계 수위인 6.5m까지 물이 차 인근 주민 200여명이 점동초·중학교로 긴급 대피했다.

이보다 앞선 7시30분쯤에는 이천시 율면 산양저수지의 둑이 짧은 시간 쏟아진 비를 견디지 못하고 무너지면서 피해가 속출했다.

2일 새벽 0시부터 율면 지역에 내린 비는 193㎜. 기록적인 폭우에 뜬눈으로 새운 산양저수지 아랫마을 저지대 주민들은 저수지부터 마을을 관통하는 폭 7∼8m의 산양천이 차오르자 고지대에 있는 이웃집으로 대피했다.

이어 얼마 지나지 않아 전체 길이 126m인 산양저수지 둑의 방수로 옆 30m 구간이 뚫리며 흙탕물이 쏟아졌고 순식간에 산양천이 범람해 마을 전체가 물에 잠겼다.

저수지 물은 마을 컨테이너 창고를 가볍게 쓸고 내려갈 정도로 위력이 대단했다.

마을 입구에 있던 컨테이너 창고는 150m가량 떠내려가다 복숭아밭에 맥없이 처박혔다.

마을 앞길에 설치된 구제역 방역초소는 300m 떨어진 논 한복판까지 떠밀려갔다.

산양천 바로 옆 10가구가 침수피해를 보았으며 이들 가구의 창고용 임시 건물들은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2500㎡ 규모의 복숭아밭과 3000㎡ 포도밭은 물이 빠지자 토사가 가득 차 복구에 상당한 시일이 소요될 것으로 보였다. 논 5ha도 침수됐다.

축구장 2배 크기의 면적 1만7490㎡의 산양저수지는 둑이 터지고 물이 모두 빠져나가면서 사실상 기능을 상실했다.

1966년 농업용저수지로 지어진 산양저수지는 높이 10m, 길이 126m로 총저수량은 6만t이다. 인근 논 23ha에 농사에 필요한 물을 공급한다.

마을주민들의 기억에 의하면 산양저수지는 1970년쯤 한번 둑이 무너졌으며 이번 붕괴가 2번째로 50년 만이다.

1일 오후 6시부터 도내에 내린 비의 양은 이날 오전 7시까지 평균 83㎜를 넘겼다. 지역별 강수량은 안성 286.5㎜, 이천 220㎜, 용인 200㎜, 여주 195㎜, 광주 138㎜, 파주 126㎜, 김포 112㎜, 연천 104㎜, 양평 100㎜ 등이다.

31개 시·군 중 30곳은 오후 3시를 기해 호우주의보에서 호우경보로 격상됐다.

기상청 관계자는 “일부 지역은 비가 소강상태이나 밤늦게까지 시간당 50~80㎜ 강한 비가 내린다”며 “이미 많은 비로 계곡물이 불어나 있고, 지반도 매우 약해진 상태여서 안전에 유의해달라”고 밝혔다.

/김기원·홍성용·이경훈 기자 littli18@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