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간의 법정 다툼 끝에 롯데그룹의 골프장 건설 사업이 무산됐던 계양산에 인천시가 '롯데 수목원' 유치를 준비한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파장이 일고 있다.

2일 인천시민사회단체연대가 공개한 시의 '계양산 수목원 기본 계획안'을 보면, 롯데 측이 소유한 166만7000㎡ 면적의 계양산 북사면 일대에 수목원 조성사업이 검토되고 있다. 계양산 정상을 기준으로 경인아라뱃길 방향 북쪽이 대부분 포함되는 부지다.

'롯데 수목원'은 LG상록재단이 지난 2013년 조성한 경기도 광주시 '곤지암 화담숲'을 모델로 한다. 수목원에는 식물원과 테마 전시원, 음식점, 판매시설, 주차장 등이 들어설 것으로 알려졌다. 롯데그룹과 수목원을 개발한다는 구상은 계양산을 지역구로 두고 있는 더불어민주당 송영길(계양구을) 국회의원이 지난 4월 총선에서 내건 공약이기도 하다.

하지만 시민 휴식처인 계양산이 골프장에 이어 또다시 대기업 개발 대상지로 알려지자 시민사회는 반발하고 있다.

앞서 시가 생태계 보호와 난개발 방지 등을 이유로 지난 2012년 골프장 계획을 폐지하자 롯데 측은 이에 불복해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5년 만인 2018년 대법원이 최종 기각했지만, 이번에는 수목원 논란이 떠오른 것이다.

인천시민사회단체연대는 이날 성명서를 내고 “계양산이 재벌가의 돈벌이 장이 되는 것을 결코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며 “시는 계양산 시민자연공원 추진을 위한 행정절차를 즉각 재개하고, 계양산 보호 종합계획을 수립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인천환경운동연합도 “수목원은 골프장처럼 숲을 파헤치고, 수많은 시설을 설치하는 대규모 개발 사업”이라며 “롯데 수목원 건설 계획을 폐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순민 기자 smlee@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