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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전 동서남북] 우리도 셈법을 바꿔야 한다
[비전 동서남북] 우리도 셈법을 바꿔야 한다
  • 인천일보
  • 승인 2020.08.02 16:55
  • 수정 2020.08.02 16:52
  • 2020.08.03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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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비핵화 의지에는 변함이 없으며 때가 되면 비핵화를 할 것이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미국이 현재의 셈법을 바꾸고 입장을 재정립해가지고 나오는 조건 하에서만 가능하다.” 2019년 4월30일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이하 '조선')의 최선희 외무성 제1부상이 한 말이다. 2018년 6월12일 싱가포르에서 열린 조미 정상회담에서 새로운 관계를 수립할 것을 약속하고도 미국은 이를 이행하지 않고 적대정책을 고수하고 있었다.

미국이 셈법을 바꾸지 않고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 사이의 친분을 내세워 그럭저럭 시간만 때우려 하는 것을 지켜보다 못한 조선은 2020년 6월16일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폭파했다. 이는 미국 뿐만 아니라 남측도 셈법을 바꾸라는 강력한 메시지다. 합의 사항을 이행하지 않은 것은 미국 뿐만 아니라 남측도 마찬가지였던 것이다.

조선과 미국이 대결하는 틈바구니에 끼어 있는 우리는 조미 관계의 날씨가 맑으면 안심이요, 흐리면 불안이었다.

이런 환경에서 가장 현명한 셈법은 조미 사이에서 싸움은 말리고 흥정은 붙이는 것이었다. 한미동맹의 테두리 안에서 미국을 설득하면서 한반도 평화를 유지하는 것이 그 골자다. 김대중 대통령과 노무현 대통령은 이러한 역할을 비교적 잘 했다. 남측의 지도자로서는 최선의 노력을 기울였다고 보아야 한다. 동맹의 테두리 안에서 어떻게 그 이상 할 수 있겠는가.

말이 좋아 동맹이지 사실상 미국의 허락을 받지 않고는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관계다. 미국의 허락을 받지 않고는 한국이 5·24 조치를 해제할 수 없다는 트럼프의 발언(2018년 10월10일, 백악관)에서 그 속성이 명확히 드러났고, 남북정상합의 이행을 위한 조치를 사사건건 막고 있는 한미워킹그룹의 행태에서 그 실체가 뚜렷하게 드러나지 않았던가.

동맹의 틀 안에서 한반도 평화를 위해 할 수 있는 것은 아무 것도 없다는 것이 드러난 이상 이제는 우리도 셈법을 바꿔야 한다. 막바지로 치닫고 있는 조미 대결 정세는 우리에게 선택을 강요하고 있다. 핵심은 한미동맹이냐, 우리민족끼리냐다. 한반도 평화를 가로막는 한미동맹을 벗어나서 우리민족끼리 평화를 일구어 나가야 하는 것이다.

남북공동연락사무소 폭파 이후 청와대와 정부에서도 서두르는 모습이 보인다. 대북전단을 살포하여 북을 자극하고 불안을 야기해 온 탈북민 단체 2곳에 대해 설립 허가 취소 결정을 내린 것이 돋보인다.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이인영 신임 통일부장관에게 한미연합군사훈련 취소를 건의했고, 국가정보원도 박지원 신임 원장의 취임과 함께 대공수사권에서 손을 떼려는 조짐을 보이는 등 나름의 행보가 있기는 하나 과연 이것이 새로운 셈법으로 이어질 것인지는 아직 알 수 없다. 통일부가 미국의 간섭을 무시하고 남북정상합의 이행을 추진해 나가고 국가정보원이 국가보안법을 무력화하고 국회에서 이 법을 폐지한다면 새로운 셈법에 부합하는 일이다.

새로운 셈법은 정치권에만 맡겨 둘 수 없는 일이다. 자주성을 되찾고 평화를 찾는 일은 쉽게 이루어지지 않는다. 국민이 나서야 한다. 외세에 저항하여 떨쳐 일어났던 의병정신으로, 일제와 맞붙어 싸웠던 독립군정신으로 나서서 우리의 주장을 관철시켜야 한다. 한미워킹그룹 해체를 요구하며 전국 각지에서 비상시국회의가 결성되어 활동을 시작한 것은 새로운 셈법에 부합하는 일이다. 이런 활동이 점점 커져야 한다.

우리는 불가능할 것으로 여겨졌던 일제로부터의 해방도 경험했다. 도저히 불가능할 것 같이 보이지만 미국으로부터의 독립도 반드시 실현된다. 평화의 시대, 통일의 시대는 멀지 않았다. 미국은 우리민족을 이길 수 없다.

지창영 평화협정운동본부 집행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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