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인사위' 개최 하루 전날 전격 취소…일정 안잡혀
이르면 금주 후반 인사 가능성…이달내 중간간부까지 마무리 관측

 

▲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6월22일 오후 청와대에서 열린 제6차 공정사회 반부패정책협의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왼쪽)과 윤석열 검찰총장(오른쪽)이 문 대통령 발언을 듣고 있다.

 

법무부가 검찰 고위간부 인사를 위한 '검찰인사위원회'를 지난달 30일에 열기로 했다가 하루 전에 갑자기 취소하자 그 배경을 두고 추측만 무성하다고 2일 연합뉴스가 보도했다.

검찰인사위가 하루 전에 취소되는 건 이례적이다. 검찰인사위원들은 법무부로부터 취소 사유나 향후 일정 등 구체적인 내용은 전달받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2일 현재까지도 아직 법무부의 움직임은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인사위는 검사 인사발령 전 중요 사항을 심의하는 기구다. 승진·전보 발령 때는 주로 인사 범위와 원칙 등을 다룬다. 검사장급 이상 인사와 관련한 검찰인사위가 열리면 보통 당일, 늦어도 다음 날 인사가 단행됐다.

한번 연기된 검찰인사위의 개최 시기가 아직 정해지지 않은 터라 검찰 정기인사도 다소 미뤄지게 됐다. 이르면 이번 주 후반 검사장급 이상 인사가 이뤄질 가능성이 있으며, 늦어도 이달 말에는 중간간부 인사까지 마무리될 것으로 보인다.

법조계에서는 검찰 인사의 지연은 추미애 법무부 장관과 청와대 민정비서관실 간 이견 때문이라는 분석이 많다. '채널A 강요미수 의혹' 사건을 지휘하는 이성윤(58·사법연수원 23기) 서울중앙지검장의 거취가 정해지지 않아서라는 시각도 있다.

추 장관은 '윤석열 참모진 물갈이'라는 말이 나온 지난 1월 고위간부 인사 때는 청와대의 의견을 대부분 받아들인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번 인사 조율 과정에서는 일부 자리를 두고 강하게 의견을 내는 것으로 전해졌다.

일각에서는 더불어민주당과 정부, 청와대의 권력기관 개혁안 발표 일정 때문에 순연된 것이라고 해석하기도 한다. 당정청은 지난달 30일 검찰의 직접수사 범위 축소 등이 담긴 검경수사권 조정안 시행령 최종안 관련 후속 조치를 발표했다.

다만, 최근 법무·검찰개혁위원회가 검찰총장의 수사지휘권 폐지 등 권고안을 낸 것과는 무관한 것으로 알려졌다. 법무부는 검찰 직접수사 축소에 따른 대검찰청 직제개편도 이번 인사에 반영할 계획은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 밖에도 검찰인사위원장인 이창재(55·19기) 전 법무부 차관이 최근 대형 로펌인 김앤장으로 자리를 옮긴 것과 관련해 추 장관이 문제를 제기하면서 검찰인사위가 취소됐다는 말도 나온다.

검찰 안팎에서는 검찰 내 요직으로 불리는 '빅3' 서울중앙지검장, 법무부 검찰국장, 대검 반부패·강력부장의 이동 여부가 큰 관심사다. 검사장급인 세 자리 모두 지난 1월 고위간부 인사에서 변동이 있었다.

이 지검장은 23기 중에 유일한 검사장급이라서 이번에 고검장으로 승진이 유력하다는 관측이 많았다. 그러나 최근에는 주요 수사 등을 이유로 동기인 윤석열 검찰총장을 견제하기 위해 유임할 것이라는 예상이 더 높다.

이 지검장은 '검찰수사심의위원회'의 수사중단 권고에도 불구하고 한동훈(47·27기) 검사장 수사를 강행하고 있다. 이 수사와 관련한 KBS 오보 녹취록 논란이나 한 검사장 압수수색 과정에서 벌어진 몸싸움·감청 논란의 책임자로도 지목된 상태다.

서울중앙지검장을 검사장급에서 고검장급으로 높여 이 지검장을 승진시킬 수 있다는 전망도 나왔지만, 문재인 정부 출범 후 검찰개혁 차원에서 직급을 낮춘 점을 고려할 때 명분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많다.

이런 상황에서 조남관(55·24기) 검찰국장이 대검 차장, 심재철(51·27기) 대검 반부패·강력부장이 법무부 검찰국장으로 옮길 것이라는 예상도 있다. 법무부 검찰국장 자리를 비(非)검사로 채울 수 있다는 말도 나온다.

현재 검사장급 이상 공석은 서울·부산고검장, 서울남부지검장, 인천지검장, 대검 인권부장, 서울·대전·대구·광주·부산고검 차장, 법무연수원 기획부장 등 11자리다. 검사장급인 고검 차장은 2~3석 비워둘 가능성도 있다.

지난 1월 인사에서는 26기(3명)와 27기(2명)가 검사장을 달았다. 이번 인사에서는 27~28기의 검사장 승진이 예상된다. 법무부는 형사·공판부 경력자를 우대하고 지역 안배 등을 고려할 방침이다.

27기는 서울중앙지검의 이정현 1차장과 신성식 3차장, 강지식 수원지검 안산지청장, 주영환 수원지검 성남지청장, 전성원 인천지검 부천지청장, 서울고검의 박소영 공판부장과 최기식 송무부장 등이 검사장 후보군이다.

28기 중에서는 서울중앙지검 이근수 2차장과 김욱준 4차장, 이종근 서울남부지검 1차장, 고경순 서울서부지검 차장, 김남우 서울동부지검 차장, 김지용 수원지검 1차장, 신자용 부산지검 동부지청장 등이 거론된다.

네 번째 여성 검사장 탄생 여부도 관심사다. 조희진 전 동부지검장과 이영주 전 법무연수원 기획부장에 이어 검찰 내에는 노정연 전주지검장이 유일한 여성 검사장이다. 박소영(27기) 서울고검 공판부장과 고경순(28기) 서울서부지검 차장이 유력하게 이름이 오르내린다.

/조혁신 기자 mrpen@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