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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산책] 인천의 음악을 가지는 법
[문화산책] 인천의 음악을 가지는 법
  • 인천일보
  • 승인 2020.07.30 16:20
  • 수정 2020.07.30 16:19
  • 2020.07.31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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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은 음악적인 이야기가 가득한 도시이다. 제물포 개항기에 유입된 서양 음악, 6.25 전쟁 이후 부평 미군 기지 부근에서 자리 잡은 그룹사운드 음악 등이 단편적이고 간략한 예시이다. 그렇다면 이 음악은 인천의 음악으로 불릴 수 있는 것일까. 그리고 음악으로 인천을 바라보는 것은 어떤 의미를 가질까. 이것은 단순히 음악이 인천에서 어떻게 전개되었는지에 관한 연대기적 접근과 영웅적인 인물을 서술하는 방식이 아니다. 인천의 상징성을 가지는 음악 장르 또는 작품이 어떻게 지역과 연계될 수 있는지, 나아가 음악으로 지역의 정체성을 표현할 수 있는지에 관한 물음이다. 이에 접근하기 위해서는 문화의 개념을 먼저 이해하는 것이 수월하다. 음악은 문화의 테두리 안에 존재하기 때문이다.

문화를 한마디로 정의하기는 쉽지 않다. 하지만 단순히 '개인과 집단의 행동이 누적되어 학습된 인간 행위'라고 표현할 수 있다. 흥미로운 것은 문화를 소비하는 집단은 자신들의 문화가 순수성과 독창성을 띤다고 믿기도 한다. 하지만 대부분의 문화는 서로 다른 문화가 뒤섞인 혼종의 결과물이다. 냉정하게 말해 이를 받아들이거나, 인정하는 것이 어려울 뿐이다.

우리의 전통음악 국악. 예로부터 우리나라를 상징하는 음악이다. 하지만 국악의 근원을 추적하면 아악, 당악, 향악의 혼합물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즉, 당나라와 송나라 등의 음악과 이 땅의 음악이 혼합된 혼종의 결과물이라는 뜻이다.

집단의 구성원은 음악에 상징성을 부여하는 것을 중요하게 여긴다. 그리고 자신이 속한 집단의 음악을 자신들만의 것이라고 인식하고 결속을 다지기 위한 수단으로 활용한다.

군대의 군가, 학교의 교가 등이 예시이다. 나아가 자신들의 음악이 고유성을 가지고 있다고 믿는다. 대부분의 음악이 혼종의 결과물이거나 타자의 재현물이라는 생각은 잠시 접어둔 채 말이다. 국악과 같이 대부분의 민족 또는 국가의 음악은 혼종성을 가진다. 때문에 음악의 혼종성을 인정하고 집단의 음악으로 자리매김하는 작업이 이어져야 한다. 제물포 개항기에 유입된 서양 음악은 우리나라의 정서와 혼합되어 새로운 모습으로 재가공 되었다. 6.25 전쟁 이후 부평 미군 기지 부근에서 자리 잡은 그룹사운드 음악 또한 마찬가지다. 이를 단순히 비서구에서 재현된 서양의 문물이라고 단정하기보다 새로운 음악의 탄생으로 바라보는 것이 건강한 관점이다.

국내 어느 지역보다 서양 음악의 유입과 접촉이 잦았던 도시 인천. 근래에는 지역의 음악적인 궤적을 들추는 발굴 작업과 역사적 사료가 콘텐츠화 작업으로 이어지는 것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이러한 시도 자체가 지역과 음악을 연계시킬 수 있는 밑거름이다.

나아가 음악으로 지역의 정체성을 표현하는 작업이다. 인천을 상징하는 음악은 어려운 것이 아니다. 지금 우리가 지역에서 누리고 있는 음악 그리고 과거에서 현재로 진행하는 과정 속 음악 모두가 인천을 상징하는 음악이다. 즉, 타자의 재현에 의해 발생한 음악이라고 어렵게 생각할 필요가 없는 것이다. 문화의 필연적 속성인 혼종의 개념을 인정하고, 새롭게 탄생한 문화에서 정체성을 확립하는 것. 인천의 음악을 가지기 위해 선행되어야 할 너그러운 마음가짐이다.

 

이승묵 인천 콘서트챔버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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