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위시선 아랑곳 않고 고성·음주
“무슨 일 날까 피해다녀”불안 호소
지자체 현장 계도 활동도 역부족
상담소 설치·전문인력 확충 필요

“지하철역 인근 길거리 노숙인들 때문에 출근길이 무서워요.”

지난 27일 오전 9시 인천 동구 동인천역 북 광장. 비를 피해 버스 정류장에 옹기종기 모여 있는 노숙인들이 보였다. 이들은 주변 사람들 시선을 신경 쓰지 않은 채 정류장 의자에 누워 있거나 고성을 질러 행인들을 놀라게 했다.

김모(28)씨는 “출퇴근 때문에 동인천역을 오가는데 노숙인들을 볼 때마다 혹여 무슨 일이 날까 봐 멀리 피해 다닌다”고 털어놨다.

지하철역 인근에 노숙인들이 몰려들어 늦은 시간까지 술을 마시고 소리를 지르는 통에 인천 지역 주민들이 불안을 호소하고 있다.

29일 인천시 등에 따르면 지난달 기준으로 인천지역 거리 노숙인은 139명이다. 이 중 주안역과 버스터미널이 있는 미추홀구가 51명으로 노숙인이 가장 많았다. 이어 부평구 43명, 동구 19명, 중구 10명, 계양구 8명, 남동구 7명, 서구 1명, 연수구 0명 순이었다.

노숙인들은 대부분은 화장실 등과 같은 편의시설이 갖춰져 있는 지하철역 인근으로 모여 낮에는 나무 그늘을 지붕 삼아 담소를 나누거나 술을 마신다. 밤이 되면 종이상자 등을 깔고 노숙을 한다. 이 과정에서 노숙인들이 방뇨를 하거나 고성을 질러 주민들에게 피해를 끼친다.

관할 지자체도 노숙인 관련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지만 속수무책이다. 민원이 들어올 때마다 현장을 찾아 노숙인 관련 시설 입소를 권하지만 거부를 하는 경우가 대다수라는 게 구 설명이다.

구 관계자는 “민원이 들어올 때마다 현장에 나가 계도 활동을 펼친다”며 “시설 입소를 권하기도 하지만 거부를 한다. 노숙인 인권 문제가 있다 보니 억지로 권할 수 없는 부분이어서 민원 사항에 대해 안내를 해주는 선에서 그치고 있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이에 전문가들은 인천지역 거리 노숙인을 줄이기 위해선 상담소 설치와 전문 인력 확충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현재 인천지역에 거리 노숙인을 상담하는 인력은 1명에 불과하다. 박연화 정신건강사회복지사는 “길거리 노숙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현장에서 어떻게 대응하느냐가 중요하다”며 “현재 인천은 현장을 돌며 상담할 수 있는 여력이 부족한 상황이다. 상담을 통해 노숙인들의 근본적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아진 기자 atoz@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