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유정전 '잠식 항' 정서진아트큐브
식물로 뒤덮인 항구, 문명종말 같지만
결국 인간 돌봄 없인 유지하기 힘들어
자연·인공성 교차점서 모순관계 조명
▲ 잠식 항(航), 틸란드시아 식물, 배, 물류상자, 항구의 여러가지 오브제, 2020. 정서진 아라뱃길의 수로로서의 역사적인 기록과 흔적에 대한 기억으로 항구의 풍경을 자아낸다. 그것은 인간의 돌봄이 생존 조건의 필수인 식물의 잠식지대이자 삼켜버린 독식의 점령 무대가 된다. /사진제공=인천서구문화재단

 

코로나19로 임시휴관 중이었던 '정서진아트큐브'가 오랜만에 문을 열고 전시회를 개최한다.

'잠식 항(航)'이라는 제목의 김유정 작가 개인전이며 배가 식물에 의해 잠식되는 대규모 설치를 통해 식물과 인간의 관계를 새롭게 조명한다.

정서진아트큐브는 경인아라뱃길 여객터미널 옆에 위치한 소규모 갤러리로 장소적 특성을 반영해 '인공과 자연, 생태와 도시'를 주제로 기획전시를 진행하고 있다.

이번 전시가 그 일환으로, 김유정 작가는 배와 주변 물류창고에서 가져온 운반 상자와 조타, 키 등이 관엽식물인 틸란드시아에 의해 잠식되는 설치작업을 연출한다. 잠긴 항구의 물체들은 마치 원시로 돌아 간 문명의 종말이자 식물의 승리처럼 보인다. 하지만 틸란드시아의 생존을 위해서는 결국 인간에 의한 돌봄이 필수적일 수밖에 없다는 모순을 강조한다. 작가도 이번 전시에서 아라뱃길을 상징하는 항구를 통해 자연성과 인공성이 교차하는 지점과 그 안에 얽힌 인간과 자연의 관계를 살펴보고자 했다. 전시는 8월23일까지 열리며 매주 월요일과 화요일은 휴관이다. 관람료는 무료지만 코로나19 상황으로 온라인을 통해 사전 예약해야 한다. 070-4251-6513

/장지혜 기자 jjh@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