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 이전, 국민 복리에 초점 맞춰야
▲ 遷(천)은 새집(襾)을 들어(大) 조심스럽게(㔾) 걸으며(辶) 옮기는 것이다. / 그림=소헌

 

 

 

고려 태조 왕건이 한강토를 통일하며 개경(개성)에 도읍을 정한 뒤 세월이 흐르면서 나라 안팎으로 큰 변화가 있었다. 제17대 인종 때에 발생한 '이자겸 난' 이후 정치는 문벌귀족세력이 주도하였는데, 승려 묘청과 정지상 등 지방출신 신진 관료들은 특정 가문의 권력독점에 대한 성찰을 이끌었다. 그들은 고려를 황제국으로 칭하고 금나라 정벌을 실현하기 위해 수도를 서경(평양)으로 옮길 것을 주장했다. 이를 서경천도(遷都)라 한다. 그러나 개경에 기반을 둔 귀족세력들의 악착같은 반대로 천도는 무산되었다.

조선태조 이성계는 왕권을 차지한 후 3년 만에 개경에서 남경(한양)으로 수도를 옮겼다. 개경에는 자신을 반대하는 기존세력의 기반이 강했으며, 지덕地德이 쇠하여 새로운 왕조에는 불길하다고 여겼기 때문이다. 한양에 종묘 및 경복궁과 창덕궁을 지었으며 외부에는 성곽을 쌓았고, 개천開川(청계천) 공사를 이루었다. 이를 한양천도(遷都)라 한다. 한양은 이후에 '한성'으로 불렸고, 일제강점기에 '경성'으로 쓰였다가 광복과 함께 '서울'로 바뀌어 오늘에 이르렀다.

경애포복(京厓匍匐) 서울이 낭이라니까 과천 30리부터 긴다. 서울 인심이 야박하여 낭떠러지와 같다는 말만 듣고 미리부터 겁을 먹는 것으로 비굴하게 행동하는 사람을 비유한다. 그래서 서울 사람들을 '서울 깍쟁이'라 하는 것인지 궁금하다. 인천 사람은 '인천 짠물'.

 

遷 천 [옮기다 / 떠나다]

(1)遷(천)의 옛글자는 䙴(천)이다. ①부수글자 襾/覀(덮을 아)는 뚜껑이나 보자기를 뜻하는데 원래는 새의 둥지를 그린 것이다. 나중에는 西(서녘 서)로도 쓰게 된다. ②애당초 ‘새집’이라는 글자는 卥(서)로 썼다. 어미 새가 둥지 안에 있는 새끼를 품은 모습이 보인다. 해가 지면 새들은 서쪽 둥지를 찾아간다. ③卥(서)의 모양이 복잡하여 간단한 글자인 西(서)가 대신하였다. ④大(대)는 八(팔)과 廾(공)이랑 같이 쓴다. 모두 사람의 두 손을 가리킨다. ⑤㔾(굽을 절)은 엉덩이가 뒤꿈치에 닿도록 몸을 구부린 모습이다. ⑥䙴(옮길 천)은 조심스럽게 새집을 들어 안전한 곳으로 옮겨주는 글자다.

(2)䙴(천)과 辶(착)이 만나 遷(천)이 되었다. ①彳(조금 걸을 척) 아래 止(그칠 지)를 쓴 辵(쉬엄쉬엄 갈 착)의 윗부분을 덜어내어 辶(착)을 만들었다. 걷고 달리며 뛰어넘는다는 뜻이다. ②새집을 옮기는데(䙴) 구체적으로 걷는 모습(辶)을 합해서 遷(옮길 천)이 되었다. ③간략하게는 迁(천)으로 쓴다.

都 도 [도읍 / 대개 / 우두머리]

​①者(자)는 ‘사람’을 가리키는 인칭대명사나 ‘그것’을 뜻하는 지시대명사로 쓴다. ②邑/阝(고을 읍)은 도읍 또는 나라 등 넓은 땅이나 국가를 의미한다. ③정권을 잡으면 대개 사람(者자)이 많이 모여 사는 고을(阝읍)에 도읍(都도)을 세운다.

2004년 '수도권집중 억제와 낙후된 지역경제를 해결하기 위한' 新행정수도 특별법은 국회를 통과하였다. 그러나 서울시 공무원과 시의원들이 중심이 되어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였고, 결국 헌법재판소는 '관습헌법'을 들먹이며 백지화하였다.

이제 다시 천도遷都를 둘러싼 논쟁이 시작되었다. 명심하라. 천도를 집권자의 입맛에만 맞추려고 하지 마라. 서울과 지방간 균형발전이라는 실효를 거둠으로써 '모든 인민은 인간답게 살 권리가 있음'을 구현하자. “그러지 않으려면 냅둬유. 개나 줘버리게.”

/전성배 한문학자. 민족언어연구원장. <수필처럼 한자>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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