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은정 미술협회 오산시지부 사무국장]

시각디자인 전공 후 주부로 지내던 중
꿈 되찾기 위해 12년 전 작가로 활동
벽화 그리기·달력 만들기 재능 기부
작년 문화예술시민상 시장상 받기도

 

“평범한 주부로 살다가 내 꿈을 찾아야겠다는 생각에 다시 붓을 들었어요. 그리고 재능을 다른 사람과 나눠야겠다는 생각에서 재능기부를 시작했죠.”

오산시에서 미술 재능기부로 유명한 ㈔한국미술협회 오산시지부 사무국장인 김은정(48·사진) 작가는 28일 자신을 이같이 소개했다.

그의 손이 닿으면 회색빛 벽도 하나의 미술작품으로 변하고 미술협회 회원들과 만든 달력은 누구에겐 희망의 씨앗이 된다. 그는 누군가에게 힘이 된다는 것 그 자체로 행복하다고 말한다.

김은정 작가는 가천대학교 시각디자인을 졸업한 뒤 평범한 직장생활을 하다가 결혼해 아이를 키운 평범한 주부였다. 그러다가 12년 전 자신의 꿈을 찾아 다시 붓을 들었다. 그는 10년 전 오산으로 이사 오면서 한국미술협회에 가입해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했다. 2∼3년 마다 개인전을 열고 국내외 초대전과 국제 교류전에 참가했다.

그러면서 경기미술인상 도지사상, 대한민국 현대여성미술대전 특별상 등을 수상했다.

김 작가는 화폭에 꽃과 나무를 담아오다가 몇 년 전 길고양이를 입양하면서 고양이를 그리고 있다.

김 작가는 “이곳저곳 떠돌아다니던 길고양이가 한 사람에게 발견돼 보호받고 길드는 과정에 사람의 모습을 봤다”며 “사람과 고양이가 새로운 공간에서 시간을 함께 공유하면서 낯선 생활 방식을 서로 터득해가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고 했다.

김 작가는 자신의 재능이 필요한 곳이 있으면 마다치 않고 찾아간다.

그는 3년 전부터 오산중학교가 마을복원 프로젝트로 추진하는 벽화 그리기 사업에 참여하고 있다. 그동안 가수초등학교, 세미초등학교, 서동 이림아파트, 대원아파트 회색빛 벽이 하나의 작품으로 변한 곳이다.

김 작가가 몸담은 미술협회는 2017년부터 1년에 한 번씩 회원 80명이 돌아가면서 작품 저작권을 기부해 달력을 500~1000부 제작하고 있다. 달력에는 앞뒤로 24개 회원 작품이 실린다.

이 달력은 일정액 받고 판매되고 있다. 지금까지 미술협회는 판매 수익금으로 물품을 사 홀몸노인, 지역아동센터 등에 기부해왔다. 이 모든 일을 김 작가가 사무국장을 맡아 주도하고 있다.

이 밖에 김 작가는 매화봉사단 일원으로 오산시에서 크고 작은 봉사를 해오고 있다.

이런 재능기부가 알려지면서 지난해 김 작가는 오산문화예술시민상 시장상을 받았다. 김은정 작가는 “가족만 바라보며 평범하게 살다가 재능기부를 시작하면서 삶이 더 윤택해지고 행복해졌다”며 “내가 누군가에게 힘이 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감사한 일”이라고 했다.

/오산=김기원 기자 1kkw517@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