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쩔 수 없이 해야만 했던 2020학년도 봄학기의 온라인 수업이 모두 끝나 얼마 전에 여름방학을 맞게 되었다. 마침내 온라인 수업 준비의 속박에서 벗어나게 된 것을 무척 다행이라 여기면서도 생기를 잃은 대학 캠퍼스와 다가올 2학기 상황을 생각하면 방학이 주는 여유로움을 마냥 기쁜 마음으로만 받아들일 수는 없다. 모두 알고 있듯이 코로나 사태로 인해 2주 이상 늦게 이번 봄학기를 시작할 수 있었으며, 한번도 경험하지 못한 온라인 방식으로 모든 수업을 진행해야 했다.

사전 준비가 전혀 없었던 관계로 난생처음 온라인 수업을 준비해야 했던 교수 대부분은 학기 초에 많은 어려움을 겪었으며, 학기 말까지도 그 어려움은 줄지 않았다. 또한 교수들이 진행하는 서툰 온라인 수업을 들어야 했던 학생들도 초기에는 많은 불편을 겪었을 것이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여러 문제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봄학기의 온라인 교육에 나름 긍정적인 효과가 있었다고 자평한다. 온라인 교육의 가능성을 직접 느낄 수 있었으며, 잘만 준비한다면 교실 수업 이상의 교육 효과를 얻을 수 있음도 알 수 있었다. 이런 경험은 내게 대학교육의 새로운 방향을 고민하는 계기를 주기도 했다.

온라인 수업을 시작할 당시에는 '학생들이 내가 제공하는 온라인 수업을 제대로 받아들일 수 있을까?', '이런 식으로 학생들을 이해시키는 것이 가능할까?' 등의 수많은 고민을 했다. 처음 두 주간의 수업은 어떻게 지나갔는지조차 기억나지 않는다. 하지만 곧바로 매우 중요한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 온라인 수업에 익숙하지 않은 것은 대학교수들뿐이고 학생들은 고등학교 시절의 인터넷 강의를 통해 이미 온라인 수업에 익숙해 있음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모든 수업에 해당하지는 않겠지만, 교실 수업을 고집할 필요가 없음을 깨닫게 되었다. 2학기 상황 전개와 관계없이 앞으로 온라인-오프라인 병행수업(블렌디드 러닝)을 시도해 볼 용기를 갖게 되었고, 거꾸로 수업(플립드 러닝)이라 하여 교수가 제공한 자료를 학생이 미리 학습하고 수업시간에는 주제에 대해 주로 토의하는 새로운 수업을 시도해 볼 용기를 갖게 되었다. 또 수업을 진행하면서 학생들도 질문을 잘할 수 있다는 사실에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평소의 교실 수업에는 질문하는 학생이 별로 없다. 교수로부터 의도치 않은 질문을 받은 학생이 당황하다 못해 불편한 표정을 지을 때마다 어떻게 하면 학생이 수업에 능동적으로 참여하도록 할 수 있을까를 고민해 왔다. 그런데 온라인이라는 비대면 환경 속에서 우리 학생은 전혀 다른 학생이 되어 있었다. 질문하는 것을 주저하지 않으며, 자유롭게 호기심을 표출하는 학생을 보면서 온라인 교육의 긍정적인 측면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러나 온라인 교육에 긍정적인 면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언론을 통해 이미 알려진 온라인 시험의 부정행위가 하나의 문제로 떠올랐다. 해외 대학들도 비슷한 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으며, 부정행위를 방지하는 독특한 방안에 대한 해외 사례도 볼 수 있다. 혹자는 인공지능을 활용해 부정행위를 차단할 수 있다고 하지만 부정행위 방지 기술만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없음은 분명하다. 중간고사와 기말고사에 주로 의존하던 학생 평가를 더욱 다양화해야 하며, 온라인 구술시험이나 쪽지 시험 등을 대안으로 고려해봄직하다. 게다가 학생이 원치 않으면 온라인상에서는 교수가 학생에게 쉽게 접근할 수 없다는 점이 어려움을 가중시킨다. 온라인 수업에서 부족해질 수 있는 교수와 학생간의 인간적 교감이나 유대를 강화하는 방법이 모색될 필요가 있다.

세계적 석학들도 언급하고 있듯이 코로나 사태가 일어나지 않았다면, 온라인 교육 전면 도입이라는 혁명적인 시도는 대학 교육에서 일어날 수 없었다. 일상적 상황이라면 온라인 수업의 적절성과 효과에 대한 논의를 거쳐 합의에 도달하기까지 많은 시간이 필요했을 것이다. 또한 이루기 어려운 합의에 도달했더라도 변화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온라인 교육의 실제 도입은 미루어졌을 것임을 쉽게 예상할 수 있다. 교육 수혜자인 학생이나 학부모 입장도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라 짐작한다. 그런데 코로나 확산 사태는 이 모든 것을 뒤집어버렸다. 우리가 의도한 것은 아니지만 이번 봄학기 수업을 통해 우리는 완전히 새로운 교육을 실험하게 되었다. 그간 학교 당국, 교수, 그리고 학생들이 겪었던 혼란과 어려움이 헛되지 않도록 봄학기 교육 실험의 결과를 면밀히 분석하여 대학교육을 혁신하는 좋은 방안이 모색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

 

이승걸 인하대 정보통신공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