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2일 인천수어통역센터 사무실에서 만난 김정봉 지역지원본부장과 김나영 사무처장이 사진 포즈를 취하고 있다.

“인천에 위치한 종합병원에 수어 통역사가 있는 경우가 없어요. 청각·언어 장애인이 대형 병원에 진료를 받으려면 병원 예약 후 수어통역센터와 일정을 맞춰 움직여야만 합니다. 번거롭다 보니 아예 직장에 연차를 내고 온종일 통역사와 은행·우체국·주민센터 등 개인 업무를 모아 처리하는 일도 다반사죠.”

김정봉 인천수어통역센터 지역지원본부장과 김나영 인천수어통역센터 사무처장은 지난 22일 진행한 인천일보 인터뷰에서 수어 통역 서비스가 이뤄지는 과정에 대해 이같이 설명했다.

현재 센터 소속으로는 통역사 31명이 근무하며 지역 청각·언어 장애인에게 24시간 수어 통역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코로나19 바이러스 확산으로 주로 영상 방식의 통역 서비스가 이뤄지고 있으나, 사건·사고 등 응급 상황이 발생할 경우엔 대면 방식의 긴급 통역 서비스가 진행된다. 여기에 지난 5월부터 야간 통역사 3명이 별도로 근무하며 심야 시간대 응급 상황에도 대응 중이다.

최근 코로나19 확산에 이어 수돗물 유충 사태까지 터지면서 재난 상황 관련 수어 통역 요청이 늘어나고 있다. 정부와 지자체가 긴급 브리핑 때마다 수어 통역 서비스를 제공하는 게 보편화하면서 센터에서는 시와 시교육청이 요청할 때마다 수어 통역사를 파견 중이다. 하지만 여전히 10개 군구 단위별로는 청각·언어 장애인을 위한 수어 통역 브리핑이 미흡한 상황이다.

김나영 사무처장은 “예로 수돗물에서 유충이 발견됐다고 했을 때 시와 군·구는 입장차가 있을 수 있다. 서구민일 경우 당연히 구청장이 내놓는 브리핑 내용이 궁금할 수밖에 없다”며 “하지만 이럴 때 긴밀히 협력할 수 있는 구 단위 사무소가 인천에는 5곳에 불과하다. 서울·경기만 해도 지자체별로 모두 설치돼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현재 수어 통역사가 별도로 상주하는 지역은 미추홀·연수·부평·서구와 강화군 등 5곳이다. 가장 먼 강화군엔 농아인협회 지회 사무실에 통역사 3명이, 나머지는 4명씩 지역사무소에 통역사가 배치돼있다. 이 때문에 협회에서는 상대적으로 부족한 청각·언어 장애인 전용 쉼터 시설을 갖춘 '‘10개 군·구 수어통역센터’ 건립을 추진 중이다.

김정봉 본부장은 “인천 전역에 장애인 관련 사회복지시설이 500여곳 있으나 청각·언어 장애인을 위한 시설은 남동구 이곳 센터 1곳뿐”이라며 “장애 특성상 언어적인 의사소통이 어렵다 보니 그나마 말이 통하는 센터로 발걸음하는 이들이 많다. 사실상 센터가 수어 통역은 물론 상담 등 사회복지 서비스도 제공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올해 인천시 지원이 늘어나면서 통역사를 증원하고 야간 수어 통역 서비스도 시작할 수 있게 됐으나, 여전히 청각·언어 장애인이 느끼는 의사소통에 대한 목마름이 큰 상황”이라며 “공항·항만이 있는 수도권 관문도시에 걸맞게 장애인 복지 향상은 무론, 국제 수화 통역사와 같은 복지 서비스 확대를 바라본다”고 덧붙였다.

/글∙사진 김은희 기자 haru@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