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여성, 일자리 사라지면서 가정폭력 늘고 생계위기 겪어
돌봄노동자, 해고 '살얼음판' 건강 위협받고 '갑질' 시달려
/사진출처=연합뉴스

 

인천에 사는 이주여성인 류안(42) 협동조합 '글로벌에듀' 본부장의 일상은 코로나19 사태 이후 180도 바뀌었다. 10여년간 프리랜서로 다문화 강사 일을 했던 류 본부장은 최근 휴직을 신청했다. 얼마 전 중국에서 친정아버지가 세상을 떠났지만, 코로나19로 장례식에도 갈 수 없었다. 곁에서 위로해준 조합원들에게 프리랜서 지원금 신청을 도와줄 수밖에 없는 현실도 맞닥뜨렸다.

류 본부장은 “코로나19는 이주여성들에게 더 큰 좌절감을 주고 있다”며 “일자리가 한순간에 사라져서 강제로 가정에 소환되고, 정보력이 부족한 이주민에 대한 차가운 시선도 여전하다”고 말했다.

코로나19가 인천 여성, 그중에서도 상대적으로 약자인 이주민과 열악한 환경에 내몰린 돌봄노동자에게 위협으로 다가오고 있다.

28일 인천시의회에서 '코로나19, 인권관점에서 본 젠더 이슈'를 주제로 열린 인천시 인권토론회에 참석한 류 본부장은 “인천이주여성센터에서 전해 듣고 경험한 바로는 최근 가정폭력 신고가 코로나19 발생 전보다 2배 이상 증가했다”며 “실업 또는 노동 위축은 가계 생계를 위협하고, 코로나19로 도움을 받을 곳도 부족해졌다”고 했다.

감정노동을 짊어지면서도 요양 현장을 지켜왔던 돌봄노동자, 요양보호사들은 일자리를 무기로 한 '갑질'에 내몰린 형편이다. 코로나19 사태 속에서 해고라는 살얼음판을 매일 걸어야 하는 것이다.

이미영 전국요양서비스노동조합 인천지부장은 이날 토론회에서 “마스크 한 장 지원받지 못한 상황에서 아무리 경력이 있어도 헌신짝처럼 해고되는 게 재가요양의 현실”이라며 “코로나19 틈을 타서 쉽게 해고하고, 무급휴직을 강요하고, 잠재적 감염자 취급하는 갑질을 당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지부장은 “요양보호사 건강권과 일상적 방역 대책도 절실하다”고 짚었다. 그는 “서울시는 지난해 요양보호사들에게 무료로 독감 예방접종을 해줬는데, 인천은 늘 예산이 부족하다고 한다”며 “코로나19 시대에 맞게 물품 지원은 기본이고, 아프면 쉬게 하고, 대체 인력을 예비하는 등 건강하게 일할 수 있는 일터를 만들어야 한다”고 주문했다.

이날 토론회에서 '코로나19 이후 인천 여성의 일자리 변화와 정책적 과제'를 주제로 발제한 정승화 인천여성가족재단 연구위원은 “코로나19 유행으로 여성의 돌봄노동 강도가 심화되고, 돌봄노동자의 감염 위험이나 불평등도 증폭되고 있다”며 “코로나19 장기화에 대비해 정책 과제를 모색할 필요가 있다”고 진단했다.

/이순민 기자 smlee@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