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성탄 여과시설 역세척 주기 '20일'에서 '2일'로 단축
▲ 박남춘(가운데) 인천시장이 지난 25일 부평정수사업소를 현장 방문한 정세균(왼쪽) 국무총리와 수돗물 유충 발생 대응 현황을 점검하고 있다. /사진제공=인천시

 

 

지난 9일 수돗물에서 유충이 발견된 지 20일 만에 인천 수돗물이 수질 정상화 단계로 접어들고 있다. 정수장과 배수지 등 수돗물 공급망에서는 일주일 넘게 유충이 발견되지 않고 있다. 최근 일반 가정에서도 유충이 확인되지 않았다고 인천시는 설명했다. 박남춘 인천시장은 28일 정책현안회의에서 “관로에 일부 남아 있을 수 있는 유충도 이번 주 안에 모두 제거되리라고 예상한다”며 “긴급 현장 대응에 뒀던 무게의 추를 이제는 원인 규명과 재발 방지로 옮길 때”말했다. 시는 이날 발표한 '수돗물 시민 신뢰 회복 프로젝트'를 통해 “선진국 수준의 과학적 물 관리 시스템을 도입한다”고 밝혔다. 고도정수처리시설 운영·시설 개선을 포함한 재발 방지 대책도 마련됐다.

수돗물 유충 민원이 제기된 이후, 인천시는 정수장부터 가정까지 수돗물 공급 전 과정에 대한 24시간 모니터링과 정밀조사를 벌여왔다. 지난 9일부터 27일까지 유충 발견 누적 건수는 총 253건이다. 55건이 확인된 지난 15일을 기점으로 수돗물 수질은 정상화 단계로 나아가고 있다. 박남춘 인천시장은 28일 “현재 정수장, 배수지, 각 가정과 직결되는 소화전까지 유충이 발견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적수 사고에 이어 1년 만에 수돗물 유충 피해가 불거지자 시는 재발 방지 대책과 시민 신뢰 회복 프로젝트를 동시에 내놨다. 유충 발생으로 문제점이 제기된 고도정수처리시설 개선으로 출발하는 재발 방지책은 내년 상반기까지 시민이 안심할 수 있고, 투명하게 정보를 접하는 수돗물 공급을 목표로 한다.

 

 

▲밀폐형 정수장 전환, 오존 투입

이날 시가 발표한 재발 방지 대책은 고도정수처리시설 운영·시설 개선이 뼈대를 이룬다. 당장 이달부터 여름철 활성탄 여과시설의 역세척 주기를 '20일'에서 '2일'로 단축한다. 유충이 활성탄 여과지를 사용하는 정수장에서 발견된 까닭이다. 역세척은 여과 물질이 흐르는 반대 방향으로 압력을 가해 이물질을 씻어내는 방식이다. 인천에서 고도정수처리시설이 도입된 공촌·부평정수장은 일반 정수처리 방식으로 공정이 전환됐는데, 역세척 주기가 짧아지면 생물체 서식이 차단될 것으로 시는 기대하고 있다.

공촌정수장은 오는 10월까지 밀폐형 시설로 개량된다. 시는 2억원을 들여 현재 개방 형태인 공촌정수장 고도정수처리시설을 밀폐형으로 차단해 생물체 접근을 막기로 했다.

활성탄 여과뿐 아니라 오존산화 시설도 도입된다. 내년 6월까지 하루 33만5000t을 처리할 수 있는 오존산화 시설이 갖춰지면 오존 투입을 통해 수돗물 내 생물과 미생물이 사멸된다.

시민이 안심할 수 있는 수돗물 서비스도 이뤄진다. 시는 다음 달부터 '인천형 워터케어 서비스'를 시행한다. 찾아가는 무료 방문 검사를 통해 시민들은 가정에서 수질과 옥내 배관을 점검받을 수 있다. 지난달 말 31개 배수지에 이어 연말까지 26개 배수관말의 수질 정보도 공개된다.

 

 

▲스마트 시스템 도입, 노후관 조기 정비

재발 방지 대책과 함께 발표된 수돗물 시민 신뢰 회복 프로젝트는 '과학적 물 관리 시스템 도입'을 목표로 한다.

시는 공촌·부평뿐 아니라 남동·수산 등 인천 모든 정수사업소에 ISO22000(식품경영안전시스템)을 도입하기로 했다. 이를 통해 내년까지 식품안전 표준을 충족하는 위생적인 수돗물을 생산한다는 계획이다.

스마트 상수도 시스템도 2022년까지 갖춰진다. 스마트 상수도 시스템은 그린뉴딜과 디지털 뉴딜을 접목한 미래형 수돗물 관리 체계를 일컫는다. 총 528억원을 들여 수돗물 공급 전 과정에 걸쳐 관망관리 인프라, 자동 수질 측정과 조기경보시스템 등을 구축하는 사업이다.

단계적으로 진행되는 스마트 시스템을 통해 우선 내년까지 정밀 여과 장치, 관세척 설비 등 스마트 관망관리 인프라가 마련된다. 2022년에는 자동 수질 측정 장치와 수질 통합 데이터베이스 등으로 정보통신기술(ICT)을 활용한 실시간 수질 감시와 대응 체계가 다져질 것으로 시는 내다보고 있다.

지난해 수돗물 사고에서도 문제시됐던 노후 수도관은 조기 정비된다. 시는 올해부터 2025년까지 411㎞에 이르는 노후관을 교체하기로 했다. 73㎞ 관로에서는 세척 공사가 벌어진다. 이들 노후관 정비에는 총 3840억원이 투입된다.

박남춘 인천시장은 “다시는 인천에서 같은 문제가 반복되지 않고, 이번 일이 수돗물 모범도시로 성장하는 데 전환점이 된 사건으로 기록될 수 있도록 시민 신뢰 회복 프로젝트에 조직·예산·인사 등 가능한 모든 역량을 총동원할 것”이라며 “환경부, 민간 전문가 등과도 적극적으로 협력해 인천시 대응 역량을 키우겠다”고 말했다.

 


식품생산·제조 위해요소 관리

국제 표준 규격 ISO 22000

내년까지 모든 정수장 도입

 

▲ 청라배수지 현장점검. /사진제공=인천시
▲ 청라배수지 현장점검. /사진제공=인천시

인천시가 내년까지 모든 정수장에 도입한다고 발표한 'ISO 22000(식품경영안전시스템)'이 수돗물 관리 방안으로 주목받고 있다.

ISO 22000은 식품 생산과 제조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위해 요소를 관리하는 국제 표준 규격이다. 정수처리시설에 ISO 22000이 도입되면 안전성 점검과 위생 상태 수준이 향상될 것으로 기대된다.

인천시는 내년 부평·남동·공촌·수산 정수장이 ISO 22000 인증을 받을 수 있도록 관련 절차를 밟기로 했다. 내년 상반기에는 전담팀을 구성하고 컨설팅, 사례조사 등이 시행된다. 수돗물 품질 관리와 경영 개선 등도 병행된다. 시는 내년 말까지 인증심사 등을 거쳐 ISO 22000 도입을 완료하기로 했다. ISO 인증에는 시설 개선, 컨설팅 등 13억원이 투입된다.

28일 신진수 환경부 물통합정책국장은 기자회견에서 “ISO 22000 도입 검토는 수돗물 안전을 위해 나아갈 방향”이라고 말했다. 인천시가 모든 정수장에 ISO 22000을 도입하기로 발표하면서 수돗물 관리 체계에도 변화의 바람이 불 것으로 보인다.

신 국장은 “ISO 22000을 도입하려면 지자체에서 추가 비용이 발생한다. 재정 여력이 있는 서울시 6개 정수장에만 도입한 상황”이라며 “이번 수돗물 유충 사태를 계기로 도입을 검토하는 지자체들이 늘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이순민 기자 smlee@incheo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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